# 술 마시며 밤새 영화라니!
-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 ‘치코와 리타’ 등 3편 연속 상영
- 맥주·와인 깔린 야외 테라스서
- 영화 맞춤 안주 먹으며 감상
# 관객참여형 행사 진수 보여줘
- 가만히 앉아서 보는게 아니라
- 웃고 떠들며 자유롭게 작품 관람
- 상영작 배우와 즉석 GV도 열려
- 커뮤니티 비프 발전가능성 엿봐
“관객 여러분! 지금부터 영화 3편을 새벽 4시까지 이어서 상영할 텐데요, 조용히 관람하지 말아 주세요. 저희가 영화 성격에 맞게 준비한 술과 안주가 있으니 드시면서 좀 떠들썩하게 자유롭게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조원희 커뮤니티 BIFF 공동운영위원장·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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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밤 부산 중구 부산영화체험박물관 봄의 야외 테라스에서 커뮤니티 BIFF 행사인 ‘취생몽사’가 열리고 있다. 국제신문 조봉권 문화전문기자(왼쪽 첫 번째)와 칼럼니스트 임규찬(왼쪽 두 번째) 씨가 여기에 참여해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BIFF 제공 |
지난 8일 밤 10시 부산 중구 부산영화체험박물관 봄에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마련한 ‘커뮤니티 BIFF’의 주요 행사 ‘취생몽사’가 막을 올렸다. 조원희 위원장의 공지가 이어졌다. “커뮤니티 BIFF는 관객의 ‘직접’ 참여가 정말 중요합니다. 관객께서 역할을 분담해주시는 건데요. 노래도 따라 부르고 박수·환호도 보내주시고….”
그러면서 덧붙인다. “‘취생몽사’는 그런 우리 기획 의도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보너스 정보. “게다가 이 자리에는 상영작 3편 가운데 2편의 주연 배우가 직접 와 계십니다.” 밤은 아깝도록 깊어갔고, 분위기는 술처럼 익어갔다.
국제신문에 ‘감성터치’를 쓰는 칼럼니스트 임규찬(도서출판 함향 대표) 씨와 동행했다. 밤 10시부터 이튿날 새벽 4시까지 이어지며 술까지 즐겨야 하는 자리라 혼자는 심심하고 아까웠다. 그는 음악과 영화와 문학에 관심이 깊어 이 자리에 잘 맞을 것 같았다. 푯값은 1인 1만8000원.
■기획력과 세심한 준비
상영작은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장선우 감독·2002년), ‘치코와 리타’(하비에르 마리스칼 외 감독·2010년), ‘낮술’(노영석 감독·2008년)이었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성소)은 2002년 개봉 때 한국 영화계를 충격과 혼란 속으로 끌고 들어간 영화다. 너무 많은 비판을 받은 이 미래형 액션 블록버스터 형식 영화는 세월이 꽤 흐른 지금 어떤 방향에서든 다시 조명할 작품임을 이날 ‘취생몽사’ 관객 30여 명에게 입증했다.
‘치코와 리타’는 음악·사랑·회한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이다. 제작비 1000만 원으로 만들었다는 ‘낮술’은 술의 위력을 아는 관객에게 괴물 같은 공감력을 발휘했다. 삶의 부조리를 웃기고 아리게 담았다. 세 편 모두 말똥말똥 맨정신보다 술 마시며 수다 떨고 손뼉 치며 함께 보는 게 좋을 영화였다.
이런 기획력을 바탕으로 세심한 준비를 더 했다. 주최 측은 부산영화체험박물관 영상홀과 야외 테라스 두 곳에서 동시에 같은 영화를 상영했다. 야외 테라스에는 제주맥주와 와인, 안주를 차렸다. 정식 영화관 분위기를 원하면 영상홀에서, 술과 안주를 즐기며 ‘취생몽사’ 분위기에 젖고 싶으면 테라스에서 보면 된다. 테라스에는 담요와 커피도 뒀다. 안주는 상영작과 어울리게 장만했다. ‘성소’의 유명한 대사 “짜장면으로 맞아 볼래” 등에 맞춰 탕수육, 쿠바·뉴욕이 배경인 ‘치코와 리타’에 맞춰 나초, 경포대가 나오는 ‘낮술’에 맞춰 건어물을 냈다. 안전요원도 배치했다.
■흥겨웠던 ‘즉석 관객·배우 만남’
야외 테라스는 순식간에 ‘화기애애 상영관’으로 변해버렸다. ‘성소’ 주연 현성(출연 당시 이름 김현성)과 ‘낮술’ 주연 송재하(출연 당시 이름 송삼동) 배우가 ‘취생몽사’에 직접 와준 건 멋진 선물이었다. 첫 상영작 ‘성소’가 끝난 뒤 쉬는 시간. 순식간에 작은 GV(관객과 대화)가 펼쳐졌다. “개봉 때 워낙 말이 많았던 영화라 오늘 환영받지 못할까 걱정했어요. 이렇게 반겨주고 재미있게 영화를 봐주셔서 정말 고마워요.”(현성) “진짜 재밌던데요! 특히 장난감 같던 비장의 무기 ‘고등어’가 진짜 고등어로 변해 주인공에게 안기는 모습은 정말로(엄지 척)!”(젊은 관객) “1990년대에서 2000년대로 넘어가는 부산 모습이 이 영화에 다 담겼네요. 완공 안 된 광안대교에서도 촬영했군요. 지금 시점에 ‘재발견’할 요소와 가치가 있는 영화입니다.”(영화인)
마지막 상영작 ‘낮술’은 시작하자마자 객석의 송재하 배우에게 질문이 쏟아진다. “한겨울에 저렇게 팬티만 입고 도로에서 몇 시간 촬영한 거예요?”(관객) “다섯 시간쯤 찍은 걸로 거억해요.”(송재하) 웃음과 박수가 터졌고, 영화와 한결 친해진 기분이었다.
■커뮤니티 BIFF에 주목하는 이유
커뮤니티 BIFF는 지난해 사전 행사를 열고, 올해 정식 출범했다. BIFF 발상지, 부산 중구 원도심 일대에서 모든 행사를 개최해 BIFF의 활력을 부산 원도심에 불어넣자는 기획 의도가 선명하다. ‘관객·시민 참여형’이라 더 뜻깊다. 관객이 직접 상영작을 고르는 ‘리퀘스트 시네마’, 영화 보며 춤추고 노래하는 ‘싱어롱’ ‘댄스 이머시브’도 있다.
올해 BIFF에서 ‘커뮤니티 BIFF’는 주목받고 있다. 영화제 활력을 부산 원도심에도 다시 불어넣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BIFF는 BIFF다. 다른 영화제와는 다른 정체성이 있다. 한편으로는 규모가 큰 도시 부산에는 영화제 기간 주요 행사장인 해운대 쪽으로 못 가는 시민도 많다. 커뮤니티 BIF는 이처럼 독특하고 복잡한 부산 상황에 숨통을 틔워줄 한 가지 대안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임규찬 칼럼니스트는 “‘환대의 도시 부산, 나를 찾는 영화제 BIFF’라는 정체성을 줄곧 생각한 하루였다. 지향을 잘 잡고 좋은 기획을 하면 BIFF를 더 좋은 영화제로 만들 방법은 많을 것”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조봉권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