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BIFF 리뷰] ‘마르게와 엄마’

냉혹한 현실에 처한 싱글맘 … 아이를 통해 희망의 빛 밝히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0-09 18:44:49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클라우디아는 여섯 살 난 딸 마르게를 키우며 사는 22세의 싱글맘이다. 남자친구 주세페가 떠난 후 실연의 충격으로 망연자실해 있는 한편, 직업이 없어 생계 또한 막막한 처지다. 그녀는 자신과 같은 처지인 친구 줄리아를 꼬드겨 배우 일을 얻으려 하지만 오디션 관계로 만났던 두 남자, 알레한드로와 알베르토는 영화감독과 제작자를 사칭한 건달이다. 쇼프로그램의 출연자로 지원해보지만 줄리아가 노출을 강요하는 진행자와 청중을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가면서 방송일조차 물 건너가고, 네 남녀는 한데 뭉쳐 작은 범죄단을 꾸린다. 애완견을 훔쳐 숨긴 후, 주인에게 연락해 개를 찾아준 명목으로 사례금을 받아내는 수법을 계획한다. 집을 떠나게 된 클라우디아는 딸 마르게를 이웃집 할머니 마리아에게 맡기고 범죄 행각에 뛰어든다.
영화 ‘마르게와 엄마’ 스틸. BIFF 제공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마르게와 엄마’(2019)는 영화의 역사에 면면히 흐르는 두 개의 큰 강이 합류해 빚어낸 영화 같다. 교회의 가르침에 순응하지 않고 여성이 운영하는 새 교회를 열겠다는 당돌한 꼬마 숙녀 마르게와 그녀의 친구들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1987)에서 보았음 직한 이란 차일드 시네마의 관습을 이탈리아라는 다른 배경에 옮겨다 심은 것처럼 보인다. 다른 한 축은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영화의 흔적이다. 무산계급의 처지로 범죄의 길을 선택하는 클라우디아와 동료들은 실업자로 전락한 인물들이 비극으로 내몰리는 ‘자전거 도둑’(1948)을 답습한다. 인생을 제대로 살아보려고 노력하지만, 실패를 겪는 여성의 수난극이란 점에서 ‘카비리아의 밤’(1957), 커플이 되어 합동으로 범행에 나서는 건 아메리칸 뉴시네마의 효시가 된 케이퍼 필름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1970)의 영향을 연상시킨다.

영화는 직업과 사랑, 정체성의 위기에 봉착한 한 여성의 시점에 따라 현재 우리 시대가 처한 몰락의 징후들을 들추어낸다. 낡아 무너져가는 건물과 노인 인구만이 남은 황량한 마을 풍경, 클라우디아와 줄리아가 일자리를 찾으면서 겪는 일련의 사건은 도시화로 인한 지역의 소멸, 유럽의 경제 위기와 여성 인권 문제, 로만 가톨릭으로 표상되는 종교적·전통적 가치의 퇴락 등 현실의 편린(片鱗)들을 예민하게 포착하고 영화 속으로 소환해낸다.

작품을 통해 현실에 대한 발언을 추구해왔던 마흐말바프의 영화적 기조는 조국 이란을 떠나 이탈리아로 무대를 옮긴 이 영화에서도 관철되고 있다. 그는 고전의 익숙한 요소들을 능란한 솜씨로 한데 엮어내면서 네오리얼리즘의 정신을 다시 현재에 재현해낸다.

만약 다큐멘터리처럼 현실을 응시하고 반영하는 데 그쳤다면 영화는 지나치게 무거워졌을 것이다. 그러나 감독은 어른들의 냉엄한 현실 반대편에 순진한 아이들의 세계, 세속의 상처 입은 이들을 보듬고 받아 줄 종교적 전통과 공동체의 자리를 마련해두는 걸 잊지 않는다. 언젠가 아이도 성장해 어른의 실패를 반복하고, 종교의 신성과 공동체의 미덕은 옛이야기가 될지 모른다. 하지만 구원은 되지 못할지언정 삶과 세계의 지난함을 버티게 해줄 최소한의 위안은 되어줄 것이다.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일말의 낙관이자 휴머니즘의 가능성이라고 영화는 말하고 있다. 조재휘 영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3. 3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4. 4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5. 5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6. 6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7. 7[시사난장] 풀숲에 버려진 ‘영도다리의 뼈’
  8. 8“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9. 9“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10. 10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1. 1“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2. 2“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3. 3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4. 4李 비판 유시민에 김민석 “대응 불필요”
  5. 5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6. 6대한항공 말흐리기…실체없는 통합LCC 부산 허브
  7. 7국민의힘 곽규택 의원 등 동구 주요 당직자, 북항 돔구장 정부 공모 참여 환영
  8. 8[뉴스 분석] 종교인·언론사주가 국회 권위 훼손…도덕성 논란까지
  9. 9李 대통령 지지율 2%p 오른 46%…조희대 탄핵 반대 45%
  10. 10부울경 광역의회 협력강화 선언 “미래산업 함께 육성”
  1. 1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2. 2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3. 3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4. 4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5. 5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6. 6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7조 역대 최대…반도체로만 106조(종합)
  7. 7롯데, 영도대교 복원 인연 축제로 잇는다
  8. 8AI드론으로 참치 찾는 선박 부산 출항
  9. 9‘덕후 천국’ 부산에 떴다…롯데百 전국 첫 IP 전문관
  10. 10가계대출 금리 5% 턱밑…고정형 주담대 사상 첫 5% 뚫어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3. 3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4. 4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5. 5“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6. 6기말고사에 EBS 유사 문항, 처음 아니었다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30일
  8. 8본사 비대위·퇴직자, 지광 고소…실질경영자에 ‘체불 책임’ 추궁
  9. 9“대화 거부한 건 대주주…당당하면 왜 국회서 소명 안 했나”
  10. 10착취 당한 男 장애인 구조해도…부산엔 임시거처조차 없다
  1. 1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2. 2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3. 3“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4. 4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5. 5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6. 6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7. 7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8. 8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9. 9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10. 10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우리은행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한국문학관 기행
바람처럼 자유로운 김홍신 문학을 ‘건축언어’로 표현한 공간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송현화-Magic Airs
지나-마음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곰 두 마리 /황인숙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9일 (음 9월 19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8일 (음 9월 18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이여가 가을 보름달을 바라보며 읊은 시
지리산 연곡사를 찾아 시 읊은 매천 황현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