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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한 정부 공직세계 민낯 파헤쳐…정치인 향한 경고 사격”

‘레미제라블’ 레쥬 리 감독과 배우 다미엥 보나르 인터뷰

  •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  |   입력 : 2019-10-09 18:46:44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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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
- 10년 전 경찰 폭행 목격 영화화
- 주민 현장 캐스팅 현실감 더해

- 리 감독 “정부, 제 역할 않으면
- 시민 거리 내몰고 시위 부추겨
- 희망 주려 ‘열린 결말’로 끝내”

- 보나르 “경찰과 주민 경계선상
- 영화 찍으며 스스로 고민 거듭”

“영화 ‘레미제라블’은 정치인에게 보내는 경보 발령입니다.”(레쥬 리 감독)
   
영화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의 레쥬 리(오른쪽) 감독과 배우 다미엥 보나르가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부산국제영화제(BIFF) 오픈 시네마 부문에 초청된 레쥬 리 감독의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은 올해 칸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함께 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아프리카 말리 출신인 레쥬 리 감독은 첫 장편영화로 경쟁 부문에 진출해 심사위원상까지 거머쥐며 파란을 일으켰다. 지난 6일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린 첫 상영회에선 3000명이 넘는 관객이 가득 메워 영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실감케 했다. BIFF를 찾은 레쥬 리 감독과 배우 다미엥 보나르를 만나 작품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는 파리 외곽 도시 몽페르메유를 배경으로 부패한 경찰과 종교·인종에 따라 구역을 나누어 공생하는 조직들이 빈민가를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벌어지는 폭력 사건을 다룬다. 실제 몽페르메유에서 자란 감독은 자신이 어린 시절 겪었던 경험과 주변에서 보고 들은 일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영화라고 설명했다.

레쥬 리 감독은 “이 영화의 출발점은 10년 전이다. 당시 경찰을 따라다니면서 촬영하는 일을 했는데 경찰이 한 아이에게 수갑을 채우고도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찍었다. 지인이었던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아들이 저한테 그 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하라고 했고, 언론과 인터넷에 공개되자 결국 경찰이 조사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문제의 사건은 단편 영화로 제작됐고, 호평을 받자 이번 장편 영화 제작으로 이어졌다. 실제 사건을 다룬 만큼 경찰 역을 맡은 3명의 배우 외에 나머지 시민은 현장에서 주민을 캐스팅해 배역에 현실감을 더했다.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아이들과 범죄 조직, 경찰 조직이 뒤엉켜 추격전을 벌이는 등 절정에 달한다.

레쥬 리 감독은 “개인적으로 폭력을 지지하지 않지만 어떤 상황에선 폭력을 통해서만 무엇을 얻을 수 있다. 예컨대 프랑스 혁명이나 2005년 프랑스에서 대규모 시위를 촉발했던 경찰과 청소년의 대립이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20여 년 전부터 프랑스 외곽 도시에서 정치에 대한 분노의 감정이 쌓여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정부의 우향우 복지정책에 항의하는 이른바 ‘노란 조끼’ 시위가 일 년째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가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시민이 거리로 나와 데모하는 것은 정당한 행위이며 더욱 지지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화에서 경찰 역을 맡은 배우 보나르는 “영화를 찍으면서 경찰의 역할과 법의 한계에 대해서 스스로 많이 공부했다. 맡은 배역이 경찰의 권리를 주장해야 하는지, 주민을 생각해야 하는지 항상 갈망하는 캐릭터다. 연기하면서 저 자신에게 계속 질문을 던졌다. 물론 시나리오에 대사가 쓰여 있지만 나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레쥬 리 감독은 영화를 통해 사회가 변화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화의 ‘열린 결말’은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 같이 이야기하면 해결점을 찾지 않을까, 프랑스 같은 선진국이 진정한 정책을 펼치면 이 상황이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음 영화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에너지로 ‘레미제라블’과 비슷한 이야기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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