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서 영화 ‘셰임’ 제작 계획
- 로케이션 위해 부산 곳곳 탐방
- ‘스카이 캐슬’ 등 드라마 팬 자처
- “신작서 한국 젠더문제에 주목
- 이방인의 시선으로 새롭게 해석”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1995)로 유명한 마이클 피기스 감독(71)이 제24회 BIFF 뉴커런츠 심사위원장으로 부산을 찾았다. BIFF에 온 것은 처음이지만 평소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영화·드라마에 관심이 높은 만큼 10일 국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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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4회 BIFF 뉴커런츠 심사위원장인 마이클 피기스 감독이 10일 국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부산과 BIFF에 관한 느낌, 한국 드라마 예찬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박수현 선임기자 parksh@kookje.co.kr |
피기스 감독은 뉴커런츠 심사 소감을 묻는 말에 “재능 있는 아시아 감독이 많다”며 “영화를 보는 것은 즐거웠는데 결정의 시간이 다가오자 중압감이 느껴진다. 감독의 미래 행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것을 고려하게 된다”고 밝혔다.
심사는 미디어 산업 변화로 만만치 않은 미래를 맞닥뜨릴 후배를 걱정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매달 수많은 영화가 쏟아지고 관객이 영화를 접할 수 있는 채널이 홍수처럼 쏟아진다. 젊은 감독에게 작품을 봐줄 관객을 찾는 것이 가장 어려운 숙제가 되고 있다. SNS도 어쩔 수 없이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한국의 상황은 좀 더 낫지만 동남아시아 감독은 더욱더 힘들 듯하다. 만들고 상영하고 보기만 하는 방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그의 말에 후배를 향한 애정이 묻어났다.
부산과 BIFF를 둘러본 느낌도 전했다. 로케이션을 위해 부산의 이곳저곳을 둘러봤다는 피기스 감독은 “서울처럼 복잡한 곳이 아니라 마음에 든다. 환경과 기술이 뛰어나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영화 친화적인 문화와 시민이 있다는 점이 훌륭하다. 뉴욕 같은 경우 영화 촬영을 너무 싫어하는데, 부산은 시민도 친절하고 지원 체계도 잘 돼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BIFF는 잘해오고 있지만 좀 더 관객 친화적인 공간 구성을 해도 좋을 것 같다. 센텀시티 일대 건물이 너무 크고 좋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쉴 곳이 마땅치 않다. 광장이 있지만 차도 많이 다녀 위험하고 상영 준비 때문에 소음도 발생해 공간 디자이너 등을 영입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피기스 감독은 한국에서의 작품 활동을 구상하고 있다. 지난 5일 해운대구 신세계 센텀시티점에서 옴니버스 영화 ‘셰임’ 제작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을 배경으로 하며 아시아 작가, 스태프가 함께 진행한다.
‘셰임’은 수치심과 죄책감에 관한 이야기다. 미투 운동 등 가부장적 문화를 타파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한 한국의 상황도 그가 영감을 받은 부분 중 하나다. “18개월 동안 다섯 차례 한국을 방문하며 한국 여성의 지위, 젠더에 관해 여러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봤다. 관련 책도 많이 읽었다. 영국 사람 중 일부는 한국의 젠더 문제를 곧 터질 듯한 화산이라 표현하기도 한다”고 전한 피기스 감독은 “체면을 중요시하는 한국 문화와 이 같은 문제가 합쳐지면 어떠한 상황이 벌어지는지 이방인의 관점에서 보여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한국 드라마 역시 ‘셰임’ 구상에 영감을 줬다. 그는 “모든 나라의 드라마를 좋아하지만 일부 한국 드라마는 정말 높은 수준을 자랑해 즐겨본다. ‘스카이 캐슬’ ‘밀회’ ‘밥 잘 사주는 누나’ 등은 정말 훌륭했고 여성 캐릭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영화가 포착하지 못하는 현실의 문제가 드라마에서 잘 드러난다”며 극찬했다.
앞으로 한국과의 인연이 더욱 기대되는 피기스 감독은 영화 음악 공연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예술가다. 데뷔작 ‘폭풍의 월요일’(1988)이 성공하면서 이름을 알렸고, 미국 비평가협회 감독상·작품상을 받은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를 통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