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상헌의 부산 춤 이야기 <25> 리뷰 : 춤으로 기억하는 역사 -프로젝트 광어 창작춤 ‘필 때까지’

부마항쟁 담아낸 춤 … 몸짓·감정서 ‘그날’의 결기 느껴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0-14 18:38:25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10명의 군무로 ‘10월16일’ 표현
- 치밀한 안무와 춤꾼 열연 인상적
- 춤 장점·역사 의미 동시에 살려
- 예산 탓 열악한 공연 환경 아쉬워

1979년 10월 16일 ‘부마 민주항쟁’의 실마리가 된 부산대생의 시위가 시작된 지 올해로 40주년이 됐다. 정부는 올해부터 10월 16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했고, 부산과 마산에서 ‘부마 민주항쟁(부마항쟁) 4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문화·학술행사가 이어진다. 지난달 28, 29일 부산시민공원에서 부마항쟁 40주년 기념 문화행사의 하나로 야외무대와 남문에서 흰옷을 차려입은 10명의 군무가 펼쳐졌다. 이 작품은 ‘프로젝트 광어’가 부마항쟁을 주제로 만든 창작 춤 ‘필 때까지’(안무 김평수)다. 행사 첫날 퍼붓는 빗속에서의 춤은 깊은 인상을 남겼고, 다음 날 공원 출입구에서 펼친 춤도 시민의 발길을 잡기에 충분했다.
   
지난달 29일 부산시민공원에서 열린 ‘프로젝트 광어’의 창작 춤 ‘필 때까지’ 공연 모습. 사진가 이인우 제공
40년 전 시월, 길에서 대학생 시위대를 만난 시민은 그것이 유신독재를 끝낼 위대한 시민항쟁의 시작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다만 학생의 기세가 예전과 다르다는 것은 느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공원 산책길에서 우연히 만난 춤을 20분 남짓 선 채로 감상한 시민 대부분은 이 춤이 부마항쟁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겠지만, 강렬한 음악에 맞춰 뛰고 구르는 춤꾼이 뿜어내는 결기와 처연함은 분명히 느꼈을 것이다.

예술로 역사의 중요한 사건을 기억한 예는 많다. 문학·영화·미술에서는 이미 많은 작품이 있고, 음악도 역사적 사건을 작품 주제로 삼은 지 오래다. 가까운 예를 들면, 1981년 윤이상이 ‘5·18 광주 민주항쟁’ 희생자를 위해 만든 교향시 ‘광주여 영원히’가 있다. 이에 비해 춤으로 역사를 담은 작품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춤은 매개체 없이 직접 표현 가능한 ‘몸’이라는 강력한 도구를 가졌지만, 춤의 장점을 살리면서 역사성을 담아낸 이렇다 할 작품은 찾아보기 어렵다. 주제를 전달해야 한다는 압박에 춤 외적 요소에 지나치게 의지한 결과 춤이 묻히는 경우가 많고, 창작 계기 또한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작품은 주로 외부 의뢰가 창작의 계기인 경우가 많아서 의뢰한 쪽의 기대를 무시하고 예술성을 밀고 나가기 힘들다. 이처럼 역사적 의미를 살리면서 춤을 유지하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부마항쟁을 공연예술로 담아내려는 시도는 계속 있었다. 민주공원 개관 직후인 2000년부터 10월이면 부산의 예술인들이 모여 총체극 형식의 ‘부마 민주항쟁 상황재현 굿’을 공연했고, 규모는 줄었지만 올해도 기념식을 여는 꼭지에서 선보인다. ‘상황재현 굿’이 말 그대로 당시 상황을 극적으로 재현하는 것에 중심을 두고 춤과 음악을 더 했다면, ‘필 때까지’는 상황을 직접 표현하지 않고 당시의 일상과 혼란, 혼란을 딛고 폭압에 저항하는 결기 그리고 암울한 상황에도 미래를 낙관하는 민중의 건강성까지 춤으로 담았다. 그렇다고 20분 남짓의 이 작품이 ‘상황재현 굿’의 의미와 예술성을 능가하거나 필적할 만하다는 뜻은 아니다. 이 작품은 부마항쟁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춤을 포기하지 않고도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작품 전체 구성과 흐름의 강약 조절이 좋고, 농악 진법과 춤사위를 적절하게 섞어 춤의 호흡과 감정으로 주제를 드러낸 점은 안무의 치밀함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몸을 아끼지 않는 춤꾼의 열연은 주제를 미처 알지 못하는 관객에게도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아쉬운 점은 예산이 모자라 라이브 반주를 쓰지 못했다는 점이다. 중요한 행사에 오르는 좋은 창작품에 대한 지원이 충분하지 못하면 예술가의 부하가 커지고, 작품의 가치까지 깎일 수 있다는 사실을 주최 측은 새겨야 한다.

   
춤으로 역사를 기억하는 방법에 정석은 없지만 ‘필 때까지’는 적어도 한 가지 전형을 보여준다. 지난 12일 저녁 남포동에 마련한 ‘부마 민주항쟁 40주년’ 기념식 무대에 ‘필 때까지’가 올랐고, 오는 12월 다른 무대에도 오른다고 한다. 부마항쟁을 지금의 춤으로 담아낸 모습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춤 비평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2. 2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3. 3‘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4. 4‘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5. 5[사설] 외국인 400만 시대, 부산은 이제 체류형 관광이다
  6. 6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7. 7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8. 8부캉이 떠나도 북항 북적이려면…“원도심 접근성 개선을”
  9. 9기장군수실 1층 이전 ‘없던 일로’
  10. 10매표소 오픈런…레드카펫 ★ 보려 외국인 새벽부터 달려왔다
  1. 1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2. 2송곳검증 벼르더니…교통·시설公도 싱거웠던 시의회 청문회
  3. 3조희대 “국회·대통령의 제청 간섭은 위헌”(종합)
  4. 4여야, 국감서 알래스카 LNG 사업 집중 추궁
  5. 5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6. 6이 대통령 "북극항로 시범운항 선박 귀항 부산의 미래 깃발, 신경써달라"
  7. 7‘맹탕 청문’ 의식 부산시의회, 교통·시설公 송곳검증 벼른다
  8. 8[속보]조희대 작심 발언 “국회·대통령은 대법원장 제청에 관여 못 해”
  9. 9부산 민주당 "주진우, 암살자(들) 부산영상위 시사회 사실왜곡 비판"
  10. 10검찰개혁, 중수청장 임명 두고 커지는 집안싸움
  1. 1‘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2. 2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3. 3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4. 4롯데백화점, 업계 첫 외국인 매출 1조 ‘포문’
  5. 5금감원 “AI 해킹 시도 IP 28개 확인”
  6. 6부산 극지해양 전문강사 “현장 능력 키워요”
  7. 7주가지수- 2026년 10월 6일
  8. 8부산 청년기업 ‘DPP(디지털제품여권)’ 국내 첫 상용화
  9. 9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10. 10부산지역 농지 41%, 외지인이 소유
  1. 1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2. 2‘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3. 3부캉이 떠나도 북항 북적이려면…“원도심 접근성 개선을”
  4. 4기장군수실 1층 이전 ‘없던 일로’
  5. 5전기車 높아진 인기에 예산 동나…부산시, 하반기 1520대 더 지원
  6. 6“침묵하는 대주주, 대화 자리 나서라”
  7. 7전재수 시장, 소통 행보…사흘 연속 생중계 회의(종합)
  8. 8부산중수청장 “정치 중립성·수사 독립성 엄격히 지키겠다”
  9. 9박완수 경남도지사 “행정통합 위해 부울 시장 설득”
  10. 10양산시보건소 일반진료 줄인다
  1. 1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2. 2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3. 3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4. 4장애인AG 결단식…“金 21개 이상 목표”
  5. 5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6. 6“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7. 7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8. 8레이예스 200안타 달성에도…롯데, 두산에 4안타 그치며 패배
  9. 9‘손흥민 A매치 한국인 최다 골’ 우즈베키스탄에 2-0 완승
  10. 10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김지효-우리
박세연-Find Your Brav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7일 (음 8월 27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6일 (음 8월 26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7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아름답게 억새 핀 모습 읊은 조선 중기 문신 이정형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