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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넘어 세상을 ‘정복’한 유대인의 역사

책의 민족 - 맥스 I. 디몬트 지음/김구원 옮김/교양인/3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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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인구의 0.2%인 유대인이
- 노벨상 수상자의 20% 차지
- 수천 년간 절멸위기 처했지만
- 끝내 살아남아 번성한 민족
- 핀란드계 미국인인 유대인 저자
- 유대인 시각으로 그 역사 정리

꽤 익숙한 존재여서 어느 정도는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파고들어가면, ‘아! 모르는 게 너무 많았구나. 제대로 아는 게 아니었구나’ 싶은 주제와 영역이 많다.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있는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박물관. 국제신문DB
미국의 역사가·작가 맥스 I. 디몬트(1912~92)가 쓴 ‘책의 민족’은 ‘유대인 디아스포라 4000년 역사’를 유대인 관점에서 정리하고 상세하게 풀어쓴 책(연표·색인 등 포함 715쪽)이다. 이 책은 유대인의 역사와 문화 또한 일반 독자로서는 채 알지 못했거나 선입견에 가려 몰랐던 게 많은 영역임을 느끼게 해준다.

‘책의 민족’은 초판이 1962년 나왔다. 두 번째 개정판을 준비하던 중 저자 디몬트는 타계했고, 아내 에설이 그 개정 작업을 마무리해 1994년 두 번째 개정판을 냈다. 초판 발간 뒤로 지금까지 유대인에 관해 우리는 더 많은 사실을 알게 됐고 어떤 것은 상식이 됐다.

   
사해 인근 동굴에서 발견된 유대교와 초기 기독교 관련 문서.
유대인이 세계 인구의 0.2%밖에 안 된다는 점. 그런데 역대 노벨상 수상자 20%가 유대인이라는 사실. 기독교가 유대교에서 나왔고, 이슬람교 또한 유대인의 종교에서 커다란 영향을 받은 것. 예수 바울 스피노자 마르크스 아인슈타인 프로이트 등이 모두 유대인이라는 정보. 세계의 부를 유대인이 거머쥔 현실…. 4000년에 걸친 유대인 역사에서 거의 3000년을 나라 없이 지냈을 뿐 아니라, 그 긴 역사 동안 툭하면 민족 절멸의 위기에 내몰린 점 또한 알려졌다. 나치의 홀로코스트는 더 말할 것도 없다.

4000년에 걸쳐 숱한 나라가 명멸했고 많은 민족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들은 살아남았고 번성했다. 물론, 1948년 유대인이 건국한 이스라엘이 중동·팔레스타인과 지금까지 분쟁을 이어가면서 좋고 싫음은 확연히 갈린다.

현재의 이스라엘과 유대인에 관한 감정이나 의견은 일단 젖혀놓고, 이 물음만큼은 여전히 확실히 던질 수 있다. “유대인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는가?” 디몬트는 책의 들머리에서 이렇게 말한다. “유대인들은 뒤늦게, 그리고 눈에 띄지 않게 인류 역사에 출현했다.…그들이 가진 것은 사상뿐이었다. 결국 그 사상 때문에 유대인은 세상의 주인이 되지 않으면서 세상을 정복할 수 있었다.”(35쪽)

‘책의 민족’이라는 제목이 말하는 책은 단순히 독서를 뜻하는 게 아니다. 유대인이 긴 역사와 거듭 찾아드는 엄청난 역경 속에서 쌓고 다지고 갈고 닦은 종교·사상·생활·문화의 집약체인 ‘토라’와 ‘탈무드’를 말한다. 토라와 탈무드를 중심에 놓고 풀어내는 흥미롭고 진지하며 설득력 있는 유대인 역사다. 무엇보다 ‘총체적’이며 유려하다.

   
저자는 핀란드계 미국인 유대인 집안에서 나고 자랐다. ‘책의 민족’은 유대인 관점으로 쓴 책이다. 동시에 유대인의 유일신 신앙부터 유대교·기독교 역사, 중세 시대상, 이슬람 문명 발전과 르네상스에도 주춧돌을 놓은 유대인 활동, 종교개혁과 근·현대 등 역사를 총체적으로 아울러 읽게 해주는 책이다.

조봉권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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