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녀린 이미지의 원작 백조와 달리
- 자유·강인함 상징하는 캐릭터로 제작
- 정체성 찾는 어린 왕자도 등장시켜
- 초연 24년 만에 세트·배우 재정비
- 24~27일 부산 드림씨어터 무대선
- 신선한 에너지 느낄 수 있을 것
무용계 지형을 바꿨다는 찬사를 듣는 영국 출신 세계적 안무가 매튜 본(59·사진)은 스물두 살의 늦은 나이에 무용을 배웠다. 하지만 BBC 기록보관소, 영국 국립극장 등에서 일하며 영화·뮤지컬·연극 등을 다양하게 접하고 스토리텔링 능력을 쌓았다. 덕분에 ‘호두까기 인형’과 같은 고전 무용을 파격적으로 재탄생시켰다. 1995년에는 가녀린 이미지의 발레리나 대신 반라의 발레리노를 내세운 ‘백조의 호수’로 돌풍을 일으켰다. 이 작품은 한국 초연 16년 만에 부산으로 날아와 오는 24~27일 남구 드림씨어터 무대에 오른다. 매튜 본은 국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댄스 뮤지컬 ‘백조의 호수’에 관해 깊은 이야기를 전했다.
| |  |
| 오는 24~27일 드림씨어터에서 공연하는 매튜 본의 댄스 뮤지컬 ‘백조의 호수’. 에스엔코 제공 |
원작은 마법에 걸려 백조로 변한 여인이 진정한 사랑을 찾는 이야기다. 하지만 메튜 본은 백조의 성별을 바꾼 뒤 자유와 강인함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만들었다. 그는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언젠가 ‘백조의 호수’를 하게 된다면 다른 시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클래식이 아닌 컨템포러리 무용단이었기 때문”이라며 “이전부터 남자 백조에 관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지만 사실 꿈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가 계속 흥미롭게 느껴졌고, 더 깊게 들어갈수록 재미있고 심리학적 접근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왕실을 닮은 로열패밀리도 등장시켰다. 매튜 본이 작품을 만들던 당시 찰스 왕세자와 이혼한 뒤 세상을 떠난 다이애나비에 관한 뉴스가 매일 나올 때였다. 그는 여기서 여왕에게 외면받고 여자친구에게 배신당하는 유약한 왕자 캐릭터를 떠올렸다. 이후 왕자는 자신과 반대되는 남성 백조를 만난 뒤 힘을 얻는데, 초연 당시 동성애 코드를 견디지 못해 퇴장하는 관객도 있었다.
| |  |
| 매튜 본 |
“제게 이 작품은 자신이 속한 세계, 자기가 누구인지를 두고 고군분투하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받아들임’과 ‘잃음’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20년 넘는 세월이 지났음에도 관객이 여전히 찾는 이유는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주제로 많은 사람에게 큰 영향을 주는 작품이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이제는 시간이 흘러 관객이 단순히 작품 내용에 충격을 받기보다는 자신의 섹슈얼리티와 미래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어린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즐겁고 가볍게 바라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백조의 호수’는 2014년 이후 한동안 투어를 하지 않다가 재정비를 끝낸 뒤 지난해부터 다시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부산 관객은 9년 전 마지막 내한 당시보다 업그레이된 무대를 만날 수 있게 됐다. 매튜 본은 “작품을 만든 지 거의 24년이 지났다. 다시 한번 재정비할 기회라 생각해 작지만 많은 변화를 주었다”며 “세트 전체를 새로 디자인하고 의상에도 많은 변화를 줬다. 배우도 완전히 새롭게 캐스팅했기 때문에 신선하고 생생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 관객과의 첫 만남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도 나타냈다. “지속적으로 찾아주고 헌신적인 관심을 보여준 한국 관객에게 감사한 마음을 지닌다”는 매튜 본은 “부산의 새로운 관객에게도 다가갈 수 있어 기쁘다”고 알렸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