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도를 타는듯한 펑크리듬 ‘Surf’
- 백충원이 참여한 힙합 ‘Creed’ 등
- 한 곡 한 곡 다른 장르 추구 눈길
- 뮤직비디오 8㎜ 아날로그 촬영도
지난 1년간 두 개의 싱글과 두 개의 EP를 발표하면서 전국적으로 지지 세력을 키워가던 부산 인디의 신성 ‘플랫폼 스테레오(Platform Stereo)’가 지난 4일 첫 번째 정규앨범 ‘Vehicle’을 발표했다. ‘Vehicle’은 탈 것, 이동수단을 뜻한다. 보컬 김진섭은 밴드를 구상하기 전부터 운전할 때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음악에 대한 영감을 받는 편이라고 했다. 그런 만큼 이번 신보를 채운 9곡의 노래는 부산의 바다 풍경과 더없이 어울리는 훌륭한 드라이브 뮤직이다. 여러 장르가 어울리길 바라는 마음에서 밴드 이름에 붙인 ‘플랫폼’은 폭넓고 다양한 색깔로 채워졌고, ‘스테레오’는 더욱더 기운차고 빵빵하게 출력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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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랫폼 스테레오 멤버. 보컬 김진섭(왼쪽부터), 베이스 홍동현, 기타 임정훈, 드럼 최승한. |
특히 어떤 틀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장르적 클리셰를 과감히 도입하는 특유의 방식으로 사운드를 연출해 한 곡 한 곡 모두 다른 장르를 추구한 점이 인상적이다. 파도를 타듯 휘몰아치는 펑크(Funk) 리듬의 ‘Surf’,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의 보컬이자 래퍼로 활동 중인 백충원이 참여해 밴드로는 최초로 힙합을 시도한 ‘Creed’, 거대한 혹등고래가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모습을 웅장한 인디록으로 표현한 ‘Whale’, 트랜디하고 청량한 느낌의 로우파이 팝 ‘Soda’, 사이키델릭한 펑크를 시도한 ‘Accident’ 등이 앨범에 수록됐다. 중구난방으로 흐를 위험도 다분하지만, 플랫폼 스테레오만의 인장이 찍힌 것처럼 모든 곡에서 밴드의 정체성이 뚜렷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그동안 무섭도록 성장해버렸다는 증거일 것이다.
‘Whale’에 이어 두 번째로 공개된 뮤직비디오 ‘송정’은 골동품에 가까운 8㎜ 아날로그 카메라로 촬영했다. 해외에서 단종된 테이프를 구매하고 현상까지 했다. 후반 작업으로 간단하게 아날로그 느낌을 재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현대의 공존이 느껴지는 레트로 감성을 제대로 되살리고 싶었다고 한다. 그것이 보컬 김진섭이 생각하는 부산의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부산뿐만 아니라 서울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도 공연 문의가 끊이지 않을 만큼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 다음 달엔 새로운 싱글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미 녹음을 마치고 후반 작업 중인 새로운 싱글은 북유럽 감성이 느껴지는 모던록이다. 다음 달엔 특별한 게스트와 함께 부산에서 쇼케이스를 열 계획이다. 이토록 쉴 새 없이 일하는 모습은 팬에게 참 고마운 일이지만 건강에 무리 없이 살살, 오래오래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
플랫폼 스테레오의 신보를 들으며 산책하노라면, 그들의 소리가 부산의 풍경과 참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어쩌다 TV에서 부산의 풍경이라도 펼쳐지면 지겹도록 재생되는 백그라운드 뮤직이 있다. ‘돌아와요 부산항에’와 ‘부산갈매기’가 대표적이다. 전쟁과 피난, 어쩔 수 없는 이별의 심경을 담은 구슬픈 가사와 멜로디. 그 또한 부산의 한 모습이지만, 지금은 2019년이지 않은가. 좀 더 힙하고 세련되고 다양한 느낌의 노래로 채워져도 좋지 않을까? 플랫폼 스트레오의 음악이 또 다른 부산의 BGM(백그라운드 뮤직)이 되어주길 바란다.
작가·다큐멘터리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