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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조봉권의 문화현장 <64> 유라시아 횡단 떠난 ‘아트버스 예술대장정’

버스 몰고 유라시아 거리예술 여정 … 청년들 ‘평화의 길’ 열다

  •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9-10-22 19:37:29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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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각공연가 성백·음악가 이광혁 등
- 7인의 예술가 ‘월드 투어 프로젝트’
- DMZ서 통일 기원 행사 시작으로
- 내달까지 현지 주민·예술인과 교류

- 고려인문화원 ‘퓨처국악’ 공연 등
- 발길 닿는 곳마다 예술 활동 펼쳐
- 유튜브 등 SNS에 실시간 전송

- 최종 목적지 獨 공연 마치면 귀국
- 부산서 성과물 보고전 열 계획

“1차선으로만 800㎞를 달리고 나니 이제 2차선이 나오네요.” 운전하던 ‘바디(body) 퍼포먼스 작가’ 이정민 씨가 말했다. 옆자리에 앉아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찍던 시각 예술작가 성백 씨가 풍류를 담아 받는다. “길이 참 예쁩니다. 양옆으로 자작나무 숲이 어우러져 있고요….”
   
러시아 우수리스크에 지난 8일 도착한 아트버스 예술대장정 일행이 독립투사 최재형 선생 조형물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지난 3일 부산대 앞 예술공간 ‘머지?(MERGE?)’ 앞에서 출발을 기다리는 아트버스.
그들은 그렇게 밤새 차를 달려 유라시아 대륙을 건너고 있다. 이 장면은 지난 10일 ‘아트버스 예술대장정’팀이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 담겨 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7명이 현재 펼치고 있는 ‘아트버스 예술대장정’이 화제다. 성백(시각 예술가·퍼포먼스 작가) 이광혁(인디음악가·타악) 박현정(국악·가야금) 이정민(바디 퍼포먼스) 최형석(국악) 서수연(회화·라이브 페인팅) 언덕(바디 퍼포먼스). 이들 청년작가 7인은 ‘아트버스 예술대장정-ARTsBus World Tour Project’를 오래 준비한 끝에 지난 4일 드디어 대장정에 올랐다.

아트버스 예술대장정은 부산의 문화단체 ‘아트 인 네이처(ART in NATURE)’와 ‘부산인디언즈’가 함께 기획했다. 기획단장은 성백, 원정대장은 이광혁 씨가 맡았다. 성백 단장이 운영하는 부산대 앞 예술공간 겸 카페 ‘머지?(MERGE?)’ 앞에서 지난 4일 출발했다. 강원도 철원군 DMZ(비무장지대)에서 통일과 평화를 기원하는 예술행사를 한 판 연 뒤 강릉에서 버스를 DBS 크루즈에 싣고 출항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것이 지난 6일이다.

이들의 예술대장정 여정은 우수리스크(발해성터·독립투사 최재형 고택)~하바로프스크~스보보드니~치타~울란우데~이르쿠츠크(바이칼호수)로 이어졌다. 이어 노보시비르스크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거치면서 러시아를 횡단하고,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를 차례로 들른 뒤 폴란드 바르샤바에 들어설 예정이다. 11월 18일께 마침내 최종 목적지 독일 베를린에 닿으면 거기서 공연과 교류 활동을 펼친 뒤 같은 달 25일 부산으로 돌아온다.

■여기는 노보시비르스크, 영하 8도

   
우수리스크 최재형 기념관의 길바닥을 탁본으로 담은 성백 작가.
지난 21일 아트버스 예술대장정 성백 단장이 국제신문에 이메일을 보내왔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러시아 중앙에 위치한 노보시비르스크라는 도시에 와 있습니다. 영하 8도의 날씨네요. 한국 날씨는 좀 어떤가요? 저희도 여기 인터넷 사정이 그리 좋지 않아 소식 전하기가 쉽지 않네요. 으하하! 춥다.” 동북아시아에서 출발해 유럽을 목표로 러시아를 통과 중인 ‘예술가의 풍찬노숙’ 느낌이 그대로 전해졌다.

‘예술대장정’이다! 일행은 행선지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가는 곳마다 판을 펼친다. 거리공연과 예술 퍼포먼스를 한다. 현지 예술가와 주민을 만나기 위한 노력도 한다. 그 과정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유튜브에 담는다. 지난 7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혁명광장에서 성백 작가가 ‘메신저-광야에서…1’이라는 퍼포먼스를 했다. 이튿날 우수리스크로 옮겨 고려인문화원을 찾아갔다. 고려인문화원 열린무대에서 이광혁 최형석 이정민이 ‘퓨처 국악’을 공연했다.

우수리스크에는 열렬한 독립투사 최재형(1860~1920) 선생 고택(최재형 기념관)이 있다(지난 8월 출간된 책 ‘나의 아버지 최재형’ 참조). 성백 작가는 기념관 앞 길바닥을 탁본으로 뜨는 ‘메신저-광야에서…2’ 퍼포먼스를 했다. 일행은 국제신문에 보내온 글에서 “고려인문화원에서 (스탈린의 강압 정책에 따라) 강제 이주돼 시베리아 척박한 대지를 개척한 한인의 역사를 볼 수 있었다. 특히 먼 곳으로 이주되어도 잊지 않고 불려진 ‘아리랑’의 녹취기록물은 우리 대원의 눈시울이 붉어지게 했다”고 썼다.

우리 모두 생각해보자. 아리랑. 1937년 일제가 쳐들어가자 당시 소련 최고 지도자 스탈린은 ‘극동’ 연해주에 살던 한민족 17만여 명을 수천 ㎞ 떨어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켜버린다. 한민족이 일제의 ‘간첩’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이유였다. 화물칸에 실려 강제 이주되는 동안 죽은 동포도 많았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키즈스탄,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여러 지역으로 한민족은 흩어졌다. 그들은 그곳에서 벼농사의 북방 한계선을 높여버릴 정도로 근면하고 현명했다.

그리고 그들이 잊지 않은 노래가 있다. 그중 하나가 ‘아리랑’이다. 아트버스 예술대장정이 만난 바로 그 아리랑이다.

■한국 돌아와 결과 보고전 열 것

   
지난 21일 노보시비르스크에 닿은 부산 청년 작가들의 아트버스.
지난 3일 아트버스 예술대장정 일행은 금정구 부산대 앞 ‘머지?(MERGE?)’에서 출정식을 열었다. 그 자리에서 만난 성백 단장은 말했다. “저와 이광혁 박현정 서수연 작가는 2018년 부산문화재단이 시행한 국제 레지던스 지원사업에 선정돼 독일 베를린 ‘오픈스페이스 퍼포뮤니언(Openspace Perfomunion)’과 교류했고 언덕 작가도 당시 합류했습니다. 분단국가였던 독일에 가서 받은 느낌이 생생했고, 이를 3·1 운동 100주년인 2019년에 어떻게든 되살리고 싶었습니다.”

아트버스 예술대장정 준비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대장정 기간은 너무 길고, 예상 소요 비용은 아주 많았으며, 후원자를 구하기는 어려웠다. 놀랍게도 그리고 드물게도, 이들은 이런 역경에 굴복하지 않았다. 성백 단장의 설명이다. “참여 작가 스스로 일정한 액수의 돈을 모았습니다. 부산문화재단과 부산시의 지원이 이뤄진 것도 큰 도움이 됐고요. 버스요? 버스는 협찬받는 게 어려워 매입했습니다.” 그는 “버스는 최종 목적지 독일 현지에 둔 채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내년 봄에 다시 독일로 ‘리턴 투어’를 가서 한국으로 가져오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번 아트버스 예술대장정의 큰 주제를 ‘평화’로 잡았다. 유라시아를 관통하면서 닿는 곳마다 예술활동을 펼치고, 현지 주민과 예술가를 사귀고 있다. 특히 독일에는 그간 사귀어 놓은 예술가가 많아 더욱 활발한 교류와 공연을 할 수 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예술대장정의 성과물을 전시하는 결과 보고전을 열 계획이다.

거듭, 아트버스 예술대장정의 ‘대범함’을 생각해본다. 예술의 본분 가운데 하나는 이렇듯 익숙한 기존 감각을 뛰어넘어 버리는 데 있다. 예술대장정을 마치고 무사히 귀국하면, 이들은 과거의 ‘그들’이 아닐 것이다. 한결 성장해 있을 것이다. ‘부산 홍보’도 나름대로 열심히 할 것이다.

   
이들의 여정은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에서 한글로 ‘아트버스’를 검색하면 쉽게 접할 수 있다. 구독과 좋아요는 콘텐츠 제작에 큰 도움이 된다.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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