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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바다…인문학으로 항해하다 <39> 상하이 바닷길이 막히면

‘죽의 장막’에 끊긴 상하이 무역로 … 중국 경제 혈자리가 막혔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0-22 19:16:39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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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오쩌둥의 대약진 운동

- 국제 교류 없이 강대국 만든다는
- 中 공산당 지도부 무모했던 계획
- 쇄국정책으로 상하이 뱃길 봉쇄

# 상하이발 문화대혁명

- 대약진 운동 실패한 마오쩌둥
- 부패층 결탁 문화대혁명 일으켜
- ‘반동의 도시 상하이’ 오명 얻어

# 마오쩌둥 죽자 본래 모습 찾아

- 개방 정책 펼친 덩샤오핑 주도로
- 다시 새 문물 받아들이며 부활
- 특구 지정 등 통해 급성장 견인

거대한 땅덩어리를 자랑하는 중국을 사람에 비유하면, 상하이는 이 거인의 중요한 혈자리에 해당한다. 한의학에서 보면 혈자리는 내부 장기와 표피의 경락이 서로 통하는 부위로 인체의 기가 출입하고 활동하는 문호와 같은 역할을 한다. 상하이는 1842년 개항 이래 바닷길을 통해 외국의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고 중국 내부에 전파하는 혈자리 같은 역할을 해왔다. 혈자리는 인체에서 차지하는 부위가 아주 미미하지만, 원활한 생명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상하이 또한 일개 항구도시에 불과하지만, 거대한 중국이 정상으로 유지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중국 경제 중심 도시 상하이의 푸동 지구 전경. 중국이라는 거인의 ‘혈자리’에 비유되는 동북아 해역 도시다.
그런데 상하이의 바닷길이 끊어지면, 다시 말해 상하이라는 혈자리가 막히게 되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북미 서해안, 일본, 중국, 동남아, 유럽을 왕래하는 윤선이라면 반드시 거쳐 가야 했던 동북아해역 중심 도시 상하이의 바닷길이 막힌 적이 있었다. 중국을 바다에 둘러싸인 지구라는 유기체의 한 구성조직으로 보지 않고 바다와 분리된 독립된 개체로 본 정치가 때문이었다. 바로 천안문 광장을 항상 내려다보고 있는 마오쩌둥(毛澤東)이다.

마오쩌둥이 공산당 최고위 지도부 중 해외 유학을 경험하지 않은 특이한 지식인이었다는 점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1910~20년대 중국에서는 유법근공검학(留法勤功儉學·프랑스에서 열심히 일하고 절약하여 공부한다) 열풍이 불었는데, 1893년생인 마오쩌둥 또한 이 열풍의 영향을 받아 바다를 건너 유학을 갈 뻔했다. 1918년 마오쩌둥은 직접 유학단을 조직했고, 1919년 유학길에 오르기 위해 상하이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는 외국 지식을 아는 것만큼 중국 실상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 유학을 포기했다. 그리고 당시 중국 실상에 맞게 농촌에서 시작하는 사회주의 혁명을 이끌어 1949년 중국에 사회주의 정부를 수립시켰다.

■상하이의 역할 사라진 이유

중국 문화대혁명 당시의 선동적인 그림.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선 후 중국은 중·소 갈등, 미국의 대중봉쇄정책 등과 같은 국제 상황 탓에 죽(竹)의 장막으로 둘러싸인 국가가 됐다. 여기에는 당시 최고지도자 마오쩌둥의 사회주의 혁명의 순수성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957년 마오쩌둥은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공산당회의에 참석했는데, 여기서 스탈린 이후 수정주의 노선을 걷는 소련 지도부와 많은 견해차를 확인한다. 마오쩌둥은 자본주의 국가와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려는 소련에 반대하고, 미국과는 핵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소련은 물론 세계 각국과 단절을 택한 것이다. 하여튼 국가 최고 지도자의 결정에 의해 중국이 죽의 장막을 치게 되자 세계 각국을 향해 열려 있던 상하이의 바닷길 또한 막혀버렸다.

바닷길이 막히자 시대를 앞서 중국을 이끌었던 상하이의 역할도 사라졌다. 오히려 중국 역사를 되돌린 10년 동란, 문화대혁명이 상하이에서 시작됐다.

중국 현대사의 치부라 할 수 있는 문화대혁명을 이야기하려면 1958년 시작된 대약진 운동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약진 운동은 모든 산업 분야에서 획기적 발전을 도모한다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으로 당시 중국 인구 6억6000만 명이 총동원된 사상 초유의 정치·경제 운동이었다. 그러나 대약진 운동은 세상의 정보에서 멀어진 공산당 지도부의 잘못된 판단과 중간 관리자의 부패와 무능으로 실패로 돌아갔다.

그것은 국제적 교역 없이 오로지 중국 힘만으로 영국, 미국 같은 자본주의 국가를 단시간 내에 따라잡겠다는 공산당의 망상에서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대약진 운동의 무모함은 농민의 힘을 동원해 철강을 생산하여 중공업 기반을 다지겠다는 계획에서 잘 드러났다. 강제 동원된 농민이 농사도 짓지 못하고 가재도구까지 희생하며 생산한 강철은 쓸모없는 쇳덩이에 불과했다.

농민이 재래식 소규모 용광로를 돌리기 위해 산에 있는 나무를 다 베어냈는데 이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다. 산에 나무가 없자 홍수와 가뭄을 조절하는 기능이 사라졌다. 1960년대 연속으로 가뭄이 들자 식량 생산에 막대한 타격을 받았고, 대약진 운동 시기 중국 공산당의 공식 기록으로만 2000만 명이 넘는 아사자가 발생했다. 마오쩌둥은 류사오치(劉少奇), 덩샤오핑(鄧小平) 등에게 실권을 넘겨주고 2선으로 물러나게 된다.

■마오쩌둥이 사인방을 만난 도시

실각한 마오쩌둥이 권토중래하려고 몸을 숨긴 곳은 고향이 아니라 상하이였다. 외국 유학을 가려다 포기하고 마르크스주의를 처음 접했던 곳이 바로 상하이였다. 이때 상하이는 서구와 문물 교류가 활발했던 이전의 상하이가 아니었다. 뱃길이 막힌 지 십수 년이 지나 혈자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하이였다. 상하이의 부패 권력은 상하이에 온 마오쩌둥의 명성을 이용해 더 큰 권력을 잡고자 집결했다. ‘상하이파’라 불리는 장칭(江靑) 장춘차오(張春橋) 왕훙원(王洪文) 야오원위안(姚文元) 사인방 세력이다. 마오쩌둥은 상하이에서 이들 부패한 세력과 손잡고 사회주의 혁명의 순수성을 지킨다는 미명 하에 다시 권력을 잡을 준비를 했다.

문화대혁명의 시작은 1965년 사인방의 야오원위안이 상하이 ‘문회보’에서 ‘해서파관(海瑞罷官)’이라는 역사극을 비판하면서 시작됐다. ‘해서파관’은 해서라는 청렴한 관리가 관직을 그만두게 된 내용인데, 이 해서가 마오쩌둥을 비판하다 실각한 국방부장 펑더화이(彭德懷)를 미화한 것이라 주장하면서 당시 실권파 류사오치, 덩샤오핑과 관련 있는 문화계 인사를 비판했다. 마오쩌둥이 야오원위안의 글을 지지하면서 문화계를 주도해온 인사에 대한 대대적 숙청이 진행됐다. 이 정치적 반동 사건이 문화대혁명이라 불리게 된 것도 문화계에 대한 비판과 숙청작업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사인방 세력은 마오쩌둥 개인숭배와 대중 동원 방식을 취해 시대에 반항적이었던 도시 청소년을 홍위병으로 조직하는 데 성공했다. 홍위병은 마오쩌둥 어록을 경전처럼 여겼으며, 마오쩌둥의 뜻이라면 당·정 기관과 공장을 습격하고 무기를 약탈하는 과격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홍위병이 문화대혁명 주력군이었다. 결국 마오쩌둥은 천안문 광장을 가득 메운 홍위병의 연호 속에서 다시 권력을 장악한다.

■바닷길이 열리자…

상하이발 문화대혁명은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 각 방면에서 돌이킬 수 없는 막대한 손실을 안겼다. 10년간 정부 기능이 마비돼 국가 생산력이 저하됐으며,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학술 문화 분야에 메울 수 없는 공백이 생겼다. 근현대 선진 문물과 문화의 상징이던 상하이가 역사 흐름을 거스르는 반동의 도시가 된 것이다. 상하이의 비극은 바닷길이 막힌 것과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없지만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안승웅 부경대 HK 연구교수
1976년 마오쩌둥이 사망하면서 문화대혁명은 끝난다. 덩샤오핑이 개혁개방 정책을 펼치면서 상하이는 이전 모습과 혈자리 역할을 다시 찾는다. 상하이는 역시 상하이였다. 문화대혁명이 종결되자마자 광란의 시대를 반성하는 문학이 상하이에서 제일 먼저 시작됐다. 1978년 발표된 루신화(盧新華)의 ‘상흔(傷痕)’이란 작품이다. ‘상흔’은 문화대혁명 시기 정치 중심주의 사회상을 비판하는 선구가 됐으며 이후 ‘상흔문학’이라는 문학사조의 선구가 되었다. 경제 측면에서도 1992년 남순강화 이후 포동 지역이 경제특구로 본격적으로 개발되면서 상하이는 지금까지 중국 경제를 이끄는 중요한 혈자리 역할을 맡고 있다.

안승웅 부경대 HK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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