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상헌의 부산 춤 이야기 <26> 춤추는 것의 정당한 대가

춤꾼이 무대 오르기까지 들인 시간·노력도 신성한 노동이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0-28 18:41:15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5개월 작품 전시 사례비 4만 원
- 오랜 연습 끝 춤무대 선 후배에
- 턱없이 낮은 액수 제공한 선배

- 예술가도 엄연한 비물질 노동자
- 원로·새내기 등 똑같이 적용되고
- 이득 얻는 쪽서 비용 지불해야
- 부당함 알면서 악습 따라선 안돼

지난 21일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전시에 약 5개월간 작품을 전시한 작가가 4만 원이 조금 넘는 사례를 받았다는 제보가 있었다. 실제로 지난 3월 문체부는 미술창작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주는 보상으로 ‘2019 미술창작 대가 기준(안)’을 공시했다. 이 기준은 1일당 금액에 전시 기간을 곱하여 참여 작가 수대로 나누어 지급하는 방식인데, 작가가 많을수록 한 사람당 지급 금액이 줄어든다. 문제가 된 전시에 책정된 예산은 하루 5만 원이고 참여 작가는 200명이었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8350원인데, 출품 사례가 하루 250원이다.
2017년 뮤지컬 ‘눈의 여왕’ 무대 인사 모습.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련이 없다. 사진가 박병민 제공
이보다 앞서, 한 춤꾼이 SNS에서 상대를 지목하지 않은 채 격한 감정을 쏟아 낸 일이 있었다. 이 춤꾼은 평소 예의 바르고 힘든 공연도 마다하지 않고 참여하는 이였다. 사람들은 누구를 향한 것인지 궁금해했고, 그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SNS의 글은 얼마 후 본인이 내렸지만, 혹시 대상이 자기일까 걱정하는 몇 사람이 여기저기 수소문을 하는 웃지 못할 소동이 있었다. 내용은 후배 춤꾼이 수개월 연습을 거쳐 다른 지역까지 가서 두 번이나 공연했는데, 말도 안 되는 액수의 사례비를 받았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춤을 추는 이가 후배를 그렇게 대우했다는 것이 그를 더욱 화나게 했다. 춤꾼이 춤꾼을 그렇게 대하는데 어디에서 정당한 사례를 말할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두 사례는 예술가에게 정당한 사례비를 지급하지 않아서 일어났다. 예산은 없지만, 의미 있는 일이라면 참여는 예술가가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사전에 예술인에게 정확한 사례비를 밝히고 합의하는 것이 예술계 표준계약서의 목적이다. 하지만 두 경우 원칙을 무시했다. 첫 번째는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과 그것의 부당함을 알면서도 기계적으로 적용한 행정처리 때문에 벌어진 일이고, 두 번째는 무용계의 잘못된 관례를 답습한 경우다.

대학을 거치는 춤꾼 대부분의 첫 무대는 교수나 동문 춤패의 공연이다. 이 경우 학생에게 돌아오는 출연료는 없다. 공연을 통해 배운다는 이유 때문이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지만, 학생을 공연 연습에 오랜 시간 가두는 것은 다양한 것을 배워야 하는 학생의 교육권을 박탈하는 것과 다름없다. 또 한 가지, 그런 공연은 정식 교과에 포함되지도 않고, 공연으로 얻는 작품· 경력·명예 등은 학생의 몫이 아니다. 이득을 얻는 쪽에서 비용을 당연히 지불해야 한다. 학생은 이득을 보는 입장이 아니며, 오히려 공연에 필요한 소모품 취급을 받는다. 그런데도 심한 경우 의상비마저 떠넘긴다. 표준계약서는 학생에게 다른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이런 사례는 흔한 일이라 잘못된 것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관례로 굳어져, 당한 자가 어느 정도 위치에 이르면 같은 방식으로 후배나 제자를 대한다. 예전 한 무용단 기획을 맡았을 때, 외부 사람이 우리가 젊은 춤꾼에게 출연료를 지급한다는 이유로 ‘버릇을 잘못들이고 있다’는 말을 한다고 전해 들었다. 아픈 이야기지만 이 모든 것은 사실이고 현실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예술가는 비 물질노동을 하는 노동자다. 비 물질노동도 물질노동과 같이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마땅하다. 무대에 오를 만큼 춤추기 위해서 보낸 시간과 비용은 정당하게 보상받아야 하고, 춤꾼이 생산하는 예술의 공공적인 가치도 인정해야 한다. 이것은 새내기 춤꾼이나 원로에게 똑같이 적용되고, 개인·기관·예술 단체 모두가 지켜야 하는 철칙이다. 우리 사회는 느리게나마 춤과 춤꾼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지만, 무용계는 춤추는 것에 대한 정당한 사례를 외면하는 경우가 여전히 남아있다. 며칠 전 전화기 너머 춤꾼의 서글픈 분노가 아직도 생생하다. 춤 비평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2. 2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3. 36일 개막 BIFF도 ‘암살자(들)’ 후폭풍…레드카펫·무대 행사 줄취소
  4. 4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5. 5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6. 6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7. 7‘가덕도신공항 청신호’… 실무 맡았던 대우건설 이강석 대표이사 공식 취임
  8. 8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9. 9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10. 10[사설] 가덕도신공항 공사비, 법 개정 앞서 정부가 힘 실어야
  1. 1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2. 2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3. 3[속보] 李 대통령 지지율 37.4%.. 민주 42.5%, 국힘 38.4%
  4. 4[속보] ‘실탄 없이 경계 근무’ 사례 추가 확인, 국방부 기관 경고 방침
  5. 5국힘, 장외집회로 정부·여당 압박…민주 “張, 북치고 고함만”(종합)
  6. 6아시안게임 논란에 병역특례 도마 위…정치권 개편론 확산
  7. 7李 대통령 “무책임 극단주의 ‘무극파’ 경계" 언급.. 인선 반발 의식했나
  8. 8장동혁 “李 대통령, 대북 송금 이상의 뭔가 있나".. 北에는 분노조절 '잘해'
  9. 9국민권익위, 울산 광역 및 기초의회 위반 사항 무더기 지적
  10. 10野 유용원 “21사단 北 철책선 MDL 남쪽 지역 설치…MDL 침범 광범위”
  1. 1‘가덕도신공항 청신호’… 실무 맡았던 대우건설 이강석 대표이사 공식 취임
  2. 2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3. 3신세계 센텀시티서 부산 대표 미식 브랜드 팝업
  4. 451억 예상 임대수입 다시 계산하니 29억? 사업성 검증 논란
  5. 5부산의 혁신 기업들, 지역발전 동맹 결성
  6. 6CU ‘리센느 빵’ 보름만에 60만 개 판매
  7. 7누리호 5차 발사 초읽기…6일 세운다
  8. 8전남 시·군 절반 이상이 지난해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다 못 써.. '실수요 고려 필요'
  9. 9‘직원용 시스템’ 등 빈틈 공격…現 보안체계론 AI해킹 무방비
  10. 10해운대 노을 보면서 명상…파라다이스호텔 오션힐링
  1. 1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2. 2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3. 3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4. 4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5. 5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6. 6AI로 지인 성착취물 제작 텔레그램 대화방에 유포, 잡고 보니 현직 경찰관(종합)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5일
  8. 8기장 병산저수지 때 아닌 녹조…악취 진동
  9. 9[한 손 뉴스] 1400년 역사 동래온천지구…전국 네 번째 온천도시 지정
  10. 10책임 더 커진 경찰, 해킹 내사…‘사이버 1호 사건’ 가능성
  1. 1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2. 2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3. 3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4. 4“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5. 5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6. 6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7. 7‘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8. 8[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9. 9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10. 10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세연-Find Your Brave
박자현-꾸지 않는 꿈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5일 (음 8월 25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