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 <41> 서해 생선간국과 우럭젓국

염장 생선 말려 지글지글 끓여내니 … 뽀얗고 깊은 맛 일품이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0-29 19:16:22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서해 앞바다서 잡힌 생선 중
- 상품성 없는 것 소금 절여 건조
- 식재료 부족한 겨울 밥상에 활용

- 요즘은 꼬들꼬들 말린 우럭에
- 무 고추 마늘 양파 새우젓 넣고
- 칼칼하게 끓인 ‘젓국’이 대세
- 염장·발효가 조화 이뤄 감칠맛

우리나라 사람들은 바다에서 잡은 생선을 저장하여 겨우내 두고두고 먹었다. 그 저장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말리거나 염장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충남 서해안에서 겨울에 즐겨 먹는 토속음식 우럭젓국
생선을 간물에 깨끗이 장만하여 바닷바람에 말리기도 하고, 소금에 절여 보관하기도 한다. 이렇게 보관해 놓고 끼니때마다 꺼내어 찜으로도 쪄 먹기도 하고 국이나 찌개로 끓여 먹기도 했다.

생선 저장의 또 다른 방법은 발효저장이다. 염장발효와 식해발효로 대별된다. 소금 생산이 많은 서해 지역은 생선을 소금으로 절여 염장발효시켜 젓갈로 먹고, 소금이 귀한 동해안에서는 쌀이나 좁쌀 등 곡물로 유산발효 시켜 식해로 만들어 먹는다.

■짭짤한 국물의 속 깊은 매력

충남 서산이나 태안 등지 시장에서 쉽게 만나는 우럭젓국용 우럭포.
서해 쪽은 소금 생산이 많은 지역이라 생선을 주로 염장해 말려놓았다가 식재료로 사용한다. 염장한 생선을 무시로 한두 마리씩 꺼내 자작한 국으로 끓여 먹었는데, 이 음식을 ‘짠맛이 도는 국물’ ‘짭짤한 국물’이라는 의미로 ‘간국’이라 부른다.

주로 한 철 대량으로 잡히는 회유성 어종이 그 대상으로, 서해에서 많이 잡히던 조기 숭어 민어 우럭 등을 이용해 간국을 만들어 먹었다. 이들은 철 따라 서해 연안을 오르내리며 먹이 활동을 하는데, 풍어가 들면 한 철에 다 처리하기도 힘들 정도로 물량이 넘쳐나 파시를 이룬다. 말 그대로 대량 포획이 가능한 어종을 염장해 말린 뒤 자작하게 끓여 국으로 만든 음식이 ‘간국’이다.

이 생선들을 염장하여 이듬해 봄까지 국을 끓여 상에 올리거나 다음 파시 전까지 제사상에 올리는 것이다. 주로 서해안 전라도 지방이 간국의 중심지로 목포, 신안 등지가 ‘간국’으로 밥상을 차리는 음식문화권이다.

간국의 대표적인 식재료는 조기로, 남도의 섬 지방에서는 염장해 놓은 ‘조기간국’으로 겨우내 밥을 먹었다. 상품성 없는 허드레 조기를 염장해 두었다가 끼니때면 쌀뜨물에 재워서 자작하게 끓여내는 것이다.

이 염장 조기 두어 마리만 있으면, 별다른 재료가 없어도 짭짤하면서도 곰삭은 깊은 국 맛을 볼 수가 있었다. 음식이 짜기에 간국 이외의 특별한 반찬이 없어도 밥을 먹을 수 있어 늘 곁에 두고 먹었던 음식이기도 하다.

■‘목포 9미’에 드는 우럭간국

서해안의 대표적 간국인 조기 간국.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원 제공
요즘은 우럭을 양식하여 사시사철 제공하기에 음식점에서 제공되는 대부분의 간국은 우럭으로 대체되었다. 우럭은 오래전 임금께 진상되던 고급 어종으로 살이 두텁고 국으로 끓였을 때 국물이 시원해 널리 사랑받던 식재료였다.

주로 ‘우럭간국’은 봄·가을에 염장 건조하여 겨울철에 즐겨 먹는 음식으로, 특히 목포의 우럭간국이 유명하다. 목포의 우럭간국은 목포의 향토음식으로 ‘목포 9미’ 중 하나일 정도로 목포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목포는 서남해안의 어업집산지로 신안, 진도 등지의 수산물이 모두 모이는 곳이다. 때문에 다양한 생선의 간국을 맛볼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서해 충남지역에는 이 우럭을 새우젓국으로 간을 해 시원하면서도 진한 감칠맛이 도는 우럭간국을 만들어 먹었다. 젓국으로 간을 낸다고 ‘우럭젓국’이라 부른다. 주로 서산, 태안, 대천 등지의 향토 음식이다. 그래서 여러 생선의 간국을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우럭젓국은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와 잘 끓여낸 곰국을 연상케 한다.

■꼬들꼬들 잘 말리고 쌀뜨물 활용

‘우럭젓국’은 충남 서해안 사람들이 주로 겨울에 먹는 토속 음식이다. 우럭을 꼬들꼬들하게 잘 말린 뒤 무, 청양고추, 마늘, 양파, 새우젓 등을 넣어 끓인 것이 우럭젓국이다. 특별한 요리라기보다는 지역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식자재를 이용한 보편식이라 할 수가 있다.

원래 ‘우럭젓국’은 염장 조리한 우럭을 제사상에 올렸다가 내린 후, 살은 따로 먹고 큰 대가리와 굵은 뼈를 지진 두부와 함께 넣고 푹 끓여 먹었던 ‘제사 후 음식’이었다. 지금은 염장한 우럭을 한 마리 통째로 쓴다. 우럭 큰 놈을 배를 갈라 펼쳐서 염장하여 반건조 상태에서 토막을 내 국을 끓여내는 것.

이처럼 ‘우럭젓국’은, 충남 해안가 지역 사람들이 입맛 없을 때 널리 끓여 먹는 토속음식이다. 별다른 식재료 없이도 그 시원하고 칼칼한 국물 맛이 일품인 음식이다. 그래서인지 서산, 태안 등지의 시장에서는 우럭젓국용 우럭포를 파는 곳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다양한 크기와 건조 상태가 달리한 우럭포를 입맛 따라 살 수가 있다.

우럭젓국의 핵심은 얼마나 우럭을 잘 말리냐에 달렸다. 간이 덜되면 부패하고 제대로 말리지 않으면 비린내가 심해 맛을 버린다. 그러니 우럭젓국 조리의 핵심은 비린내를 잡는 것. 쌀뜨물에 염장 건조한 우럭포를 담가, 살을 부드럽게 만들기도 하고 비린내 잡는 데도 이용하는 것이다.

■뽀얗고 진한 생선국 ‘개운하다’

취재 차 들렀던 서해의 우럭젓국 맛집에서 우럭젓국 한 상을 받는다. 냄새부터가 대단하다. 짠 내와 꼬릿꼬릿한 냄새가 실내에 가득 퍼지는데, 그 냄새가 너무 원초적이라 단숨에 침이 한 움큼씩 고인다. 수심이 깊은 음식의 맛이랄까? 잘 말린 우럭포를 토막 내 새우젓국에 끓여냈는데 감칠맛과 생선 발효된 맛이 기가 막히게 어우러진다.

생선살은 쫄깃쫄깃 꼬들꼬들한데 그 와중에도 부드럽게 씹힌다. 뽀얗게 진한 생선국은 우러날 대로 우러나 더 이상의 진한 생선국은 없을 듯하다. 그런데도 그 시원하고 입 안 가득 돌고 도는 풍성함은 어디에 비유해도 손색이 없다.

적당히 썰어 넣은 땡초의 알싸함은 생선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잡내를 잡아주고 생선국이 밴 무와 두부 또한 한 점 한 점이 기껍게 다가온다. 궁극의 짠맛인데 이렇게 개운하다니… 염장과 발효가 합일해 내는 조화로움에 무릎을 칠 수밖에 없겠다.

구릿하면서도 시원하고, 짭짤하면서도 구수하다. 게다가 감칠맛 또한 진하게 퍼져나는 음식, 간국과 우럭젓국. 서해안에서는 이 음식들만 있으면 별다른 반찬이 없어도 든든한 한 끼의 식사가 된다. 서민들 밥상 위 정중앙을 차지하는 귀하디 귀한 음식이기도 하다.

시인·동의대 음식문화해설사 과정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3. 3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4. 4“끝내 알 수 없었던 어머니 마음…그 알 수 없음이 인간이죠”
  5. 5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6. 6“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7. 7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8. 8해군 3600t급 디젤잠수함 ‘서희함’ 진수
  9. 9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10. 10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1. 1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2. 2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3. 3李 “집값 놀라울 정도로 하락…통계 제대로 알려야”
  4. 4정계 “지역언론 독립·공공성 훼손없게 계속 관심을”
  5. 5국힘 신임 부산행복연구원장에 오경은 전 구의원
  6. 6시의회 상임위 제한 폐지 논란일자 결국 심사 보류
  7. 7“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8. 8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9. 9국힘 “가덕 건설 의지 없는 정부…공사비 증액 확약해야”
  10. 10정치권 “능인선원 경영능력 불합격…국제신문 회생 동의를”
  1. 1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2. 2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3. 3“부산 해양수도·북극항로 육성, 선원 역할 중요”
  4. 4[증시와이드] 불확실성 커진 증시…우량주 중심 냉정한 대응을
  5. 5한진칼 주식 더 사는 조원태…호반과 지분경쟁 2R
  6. 62050년 중간저장시설·2060년 영구시설…정부, 방폐물 관리 3차 계획안 여론 수렴
  7. 7‘반도체 소부장’ 원익 공채에 1만2000명 몰려
  8. 8한양증권도 털렸다…고객·임직원 정보 일부 유출
  9. 9석유류·공업제품값 ‘고공 행진’ 지속…부산 10월 물가상승 4개월만에 최고(종합)
  10. 10주가지수- 2026년 11월 3일
  1. 1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2. 2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3. 3“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4. 4해군 3600t급 디젤잠수함 ‘서희함’ 진수
  5. 5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6. 6에코델타에 유치원·초·고교 추가 신설
  7. 7141개 시민단체도 노동계도 ‘국제신문 회생’ 인가 촉구
  8. 8역삼동 연쇄방화 77세 이명수(종합)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4일
  10. 10면세유 23억 원어치 빼돌린 유통업자 집유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3. 3MLB 애틀랜타 김하성, 퀄리파잉 오퍼 못 받아
  4. 4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5. 5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6. 6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7. 7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8. 8[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9. 9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10. 10동의과학대학교,‘제1회 부산지역 전문대학 유학생 축구대회’ 준우승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자연에는 길흉이 없다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장 마리 해슬리-Gymnopedies(짐노페디)
배미정-나무에 기대어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곰 두 마리 /황인숙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250만 넘은 ‘치이카와’ 4주째 1위…브래드 피트 ‘하트 오브 비스트’ 2위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4일 (음 9월 25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3일 (음 9월 24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깊어가는 가을에 밤하늘 별을 읊은 이덕무의 시
조선 중기 문신 김인후가 소쇄원 단풍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