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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권의 문화현장 <65> 도예가 권상인 이기주 교수 ‘부산문화유산연구회’ 만든 뜻

“부산 가마는 ‘왜관요’라 불러야” … 도예인, 도자의 미래 위해 뭉쳤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1-05 18:39:36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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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제국 부산부라는 관점에서
- 1639년 ‘부산요’ 명칭 짓고 고착”

- 연구회 지난달 법인 등기 마무리
- 회원 150명 가량 … 석·박사 포진

- 학술적 자료·역사 바로잡기부터
- 가마터 조사·도자 용어사전 편찬
- 도예 관련 문화·관광 자원 발굴 등
- 부산 만의 콘텐츠 개발 사업 앞장

경성대 권상인(공예디자인학과·64) 교수는 도예가이며 도예 연구가이다. 경성대 공예학과를 나와 일본 교토시립예술대에서 석사(예술학), 교토공예섬유대학에서 박사(공예학) 학위를 받았다. 일본에서 공부할 때는 동양 도자의 권위자 사토 마사히코가 지도교수였다. 경성대 문화기획단장·예술종합대학 학장·대학원장 등 대외활동도 적잖게 했지만, 국내외에서 120여 회 초대전에 참여하고 한국미술대전 공예전 도예분과 심사위원장·대한민국 명장 선정 도자 부문 심사위원 등을 맡은 ‘도예 인생’이다.
지난달 17일 부산 해운대구 산목미술관에서 이기주(왼쪽) 명예교수와 권상인 교수가 부산문화유산연구회에 관한 인터뷰 도중 작품을 앞에 두고 포즈를 취했다. 김종진 기자
경성대 이기주(공예디자인학과·79) 명예교수 또한 한평생 도예 작가이자 도예 연구가이다. 서울대 미대 조소과를 나와 1974년부터 경성대에서 가르치며 활동했다. 이 명예교수 또한 경성대 예술대 학장·산업대학원장 등을 지냈지만, 국제도예대전 운영위원장을 지내는 등 도예인으로 평생 활동했다. 그의 작품은 일본 시가라키 도자의 숲·인도네시아 대통령궁·부산시립미술관·경성대 등에 소장돼 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최근 새로운 활동에 나섰다. 비영리사단법인 ‘부산문화유산연구회’ 창설을 주도하면서 도자사를 비롯한 예술 분야를 중심으로 부산의 예술문화 자산을 ‘콘텐츠’로 가꾸는 일에 뛰어들었다.

“지난 7월 창립총회를 연 뒤 지난달 중순 법인 등기 등 남은 절차를 완전히 마무리했습니다. 제대로 활동에 나설 수 있게 된 셈이죠. 현재 회원은 150명쯤 되는데요, 공예를 전공한 분이 많고 미술사 고고학 민속학 차 꽃꽂이 예술심리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이 모였어요. 박사 학위 가진 분이 20여 명, 석사 학위 소지자는 50~60명 됩니다.” 부산문화유산연구회 이사장을 맡은 권상인 교수의 설명이다.

구성으로 볼 때, 꽤 중량감 있는 콘텐츠 분야 단체가 생긴 셈이다.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은 적지 않습니다. 먼저, 도자사와 관련한 학술 영역의 일이 있지요. 우리 단체 활동의 기초가 될 뿐 아니라 지역문화를 가꾸는 활동의 학술적 바탕을 다지는 일이어서 이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이기주 명예교수)

이와 함께 “일본말의 영향력이 ‘너무’ 큰 도예 부문 용어를 우리말로 가꾸는 사전 발간, 부산의 도예 관련 문화·관광 자원 발굴, 회원의 전문성을 살린 문화·관광 관련 기념품 개발이나 콘텐츠 창출 등 사업도 계획을 세운 상태”라고 권상인 교수는 덧붙였다.

■“용어 문제는 엄정하게 접근해야”

이기주 명예교수
여기서 물음이 한 가지 떠오른다. 학자이며 예술가인 두 사람이 부산문화유산연구회를 만들고, 지금껏 주로 해온 일과는 꽤 다르다고도 할 수 있는 활동에 나선 계기는 무엇일까?

이기주 권상인 교수는 “부산의 도자 역사, 도예 문화와 관련한 학술적 관심과 문제의식이 그 씨앗이 되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이기주 명예교수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병자호란(1636~1637) 직후 조선 조정이나 조선 백성의 형편이 어땠을지 한 번 생각해보자”고 말을 꺼냈다. 당연히 굉장히 어렵고 약하고 가난하고 경계심이 많았을 것이다. “병자호란 직후인 1639년 일본 대마도 번주는 ‘막부의 위세를 업고’ 기습적으로 부산 왜관(당시 두모포왜관)에 가마(窯)를 설치하겠다고 ‘구청’(求請·요청한다는 뜻)해옵니다.”

이기주 명예교수는 “그 시점이 병자호란 때 쳐들어왔던 청나라군대가 물러난 지 1년 6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때다. 그런 불안정한 때에 일본 대마도 측의 강한 요청(그는 이 대목을 설명할 때 ‘호가호위’ ‘겁박’ 등의 표현을 썼다)에 따라 왜관에 가마가 생긴 것으로 본다”는 의견을 말했다. 권상인 교수는 “이후 1717년 ‘왜관요’(왜관에 일본 측 요청으로 설치한 가마)가 폐쇄되기까지 80년 동안 사기(沙器 또는 砂器)를 만들기 위해 조선의 각종 백토(백자를 만들기 위한 고령토로 내화도가 높다)를 신청하여 다량으로 가져갔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여기서 ‘용어’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이런 가마를 ‘왜관요’(또는 부산왜관요)라고 해야 하는가 아니면 ‘부산요’라고 불러야 하는가? 이기주 권상인 교수는 “역사와 관련 있는 문제에서는 용어가 아주 중요하다”며 “당연히 ‘왜관요’ 또는 ‘부산왜관요’라고 지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순간, 용어 문제에 너무 민감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렇게 쉽게 넘길 문제가 결코 아니란다.

“한국과 부산의 관점에서 보면 부산의 왜관에 있었던 왜관요(부산왜관요)인 것입니다.” 이걸 부산요라고 부르면, 역사 측면에서도 알맞지 않을 뿐 아니라 자칫 일본 관점에서 본 명칭이 고착되는 일이 생긴다는 우려다. 이와 관련해 두 사람은 흥미로운 근거를 댔다.

■부산의 콘텐츠 발전에 도움 되길

권상인 교수(부산문화유산연구회 이사장)
“일제강점기인 1930년 조선에서 교사를 하던 일본인 아사카와 노리타카가 ‘부산요대주요’라는 책을 내면서 ‘부산요’라는 명칭을 쓰는데 그때 부산은 일본제국 부산부였습니다. 그 뒤 1980년대 주로 활동한 일본인 학자 이즈미 조오이치 가 이 이름을 계승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는 일본 관점에서 지은 이름으로 봐야지요.”

현재 시점에서 보면, 왜관요라는 이름이 어딘지 낯설고 덜 친근한 느낌은 든다. 반면 부산요는 덜 그렇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이는 ‘독도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등의 문제와 연관돼 있는 듯하다. 어쨌든 한국의 도예가이면서 도자사 연구가인 두 사람은 이 명칭 문제가 계기가 되고, 거기서 느낀 문제의식을 더 깊이 밀고 가다 부산문화유산연구회라는 비영리사단법인 창설로 판을 키우게 됐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권상인 교수는 “왜관요를 또 다른 관점에서 보는 논문을 지금 쓰고 있다”고 밝혔다.

1639년 왜관요를 만든 뒤 대마도는 1680~1690년대 최대 호황기를 누린다. 그런데 대마도 측이 1670년대까지 조선에 청구한 백토의 양이 비교적 적다가 숙종 7년(1681)부터 갑자기 수십 배 많은 백토를 달라고 해 가져간다는 것이다. “대마도의 백토 요구량이 정말로 엄청나게 늘어나요. 그 상황은 조선의 기록인 ‘왜인구청등록’에 상세히 남아 있거든요. 대마도가 얻어 간 백토의 일부만 왜관요에서 쓰고 나머지 엄청난 양은 일본으로 가져가 도자기를 만든 뒤 이를 유럽 등지로 수출했다고 보는 논문입니다.” 그는 이 논문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왜관요에 관한 지금까지 인식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이다.

우리의 관점에서 왜관요(부산왜관요)라는 명칭을 쓰자는 부산문화유산연구회는 많은 일을 계획하고 있다. 주축인 두 사람은 “부산외국어대 안에 있는 조선 시대 가마터를 조사해 이를 문화·관광자원으로 가꾸는 일, 법기리 가마터에 대한 엄정한 학술적 조사, 도예촌까지 만들었을 만큼 옛날 도자기 터가 많은 기장군 지역에 대한 새로운 접근, 우리말 도자용어 사전 편찬, 부산 역사·문화를 살린 콘텐츠 개발….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이 참 많습니다.”

새롭게 등장한 부산문화유산연구회의 행보가 관심을 끈다.

인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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