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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 다시 태어난 완당… 외래문화 수용해 재해석한 대표 음식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1-05 19:36:05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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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당은 원래 중국 ‘훈뚠’서 기원
- 日 건너간 ‘완탕’이 부산서 변형
- 국물이나 만두 모양 모두 달라져

- 어묵도 日 덴가쿠와 다른 정체성
- 초장집, 포장 센터, 오뎅 옆 물떡
- 통영 ‘다찌’ 문화도 신선한 충격

- 외지인에 낯설고 독특한 먹거리
- 해양도시 개방적 기질 담겨있어

외국인에게 한국 문화가 낯선 것처럼, 부산에 산 지 1년 8개월째로 전라도 전주 출신 ‘외지인’인 필자에게 부산의 먹거리 문화는 아직 낯설다.
만두피와 소를 엄지손가락 크기로 잘게 빚어 맑은 탕국으로 끓여낸 완당은 중국에서 일본을 거쳐 부산에 정착한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신문 DB
이미 전국에 많이 알려진 부산 대표 음식 ‘돼지국밥’ ‘밀면’ ‘씨앗호떡’은 차치하더라도, 부산 어묵(오뎅) 속 ‘물떡’을 처음 본 순간 든 첫 생각은 ‘이것은 무엇일까?’였다. 순대가 먹고 싶어 주문했지만, 소금 없이 ‘막장’만 내어 주신 사장님. 회덮밥에 넉넉한 인심을 담은 매운탕이 함께 등장한 건 좋았는데 ‘방아’는 기본이고 ‘산초’는 필수라며 차고 넘칠 만큼 주신 인정 많은 부산 아지매. 그리고 민락동 횟집 거리에 즐비하게 늘어선 ‘정체불명’의 ‘초장집’.

여태껏 포장마차는 가봤어도 ‘포장집’과 ‘포장 센터’는 부산에서 처음 접했고, ‘정육 식당’은 많이 봤지만 오싹한 어감의 ‘식육 식당’도 이곳 부산에는 많았다. 토박이 선생님에게서 들은 학창 시절 가성비 맛집 ‘상식(常食)집’ 이야기. 또 ‘18번 완당집’은 어떤 집일까? 독특한 부산 문화의 혼돈을 경험하면서도 언제나 부산에는 설렘과 새로운 기대가 있다.

대한민국 제1호 해수욕장 명성을 지닌 송도해수욕장,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부산항, 바다 하면 떠오르는 해운대, 주택가와 인접해 매우 친근한 광안리 해변, 대중가요에 등장하는 오륙도, 유명한 BIFF 광장을 바라보면서 ‘아! 여기가 부산이지’라고 실감했다. 한편 화려함의 이면에는 국제시장, 영도다리, 깡깡이마을, 감천동, 아미동 등지에 슬픔의 역사 또한 간직했다. 그 속에서 ‘피란(避亂) 수도’로서 꿋꿋하게 버텨온 부산의 저력을 살면서 실감하게 된다.

동북아해역의 중심지이며 해양도시의 기층문화가 뿌리내린 부산의 매력 그리고 다름이 살아 있는 문화, 외래문화를 부산다운 문화로 발전시킨 부산발(釜山發) 먹거리 문화는 ‘외지인’이었던 내게 참으로 인상 깊었다.

■‘완탕’?‘완당’? 국물에 담긴 한중일

부산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인 어묵.
부산에서 만난 ‘완당집’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완당’ 한 그릇에는 한국 중국 일본이 모두 담겼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향토문화전자대전에 완당은 중국에서 일본을 거쳐 부산에 정착한 음식으로, 만두피와 소를 엄지손가락 크기로 잘게 빚어 맑은 탕국으로 끓여낸 일종의 변형된 만둣국이라고 설명돼 있다. 완당의 어원을 보면 중국에서 아침 식사로 먹는 만둣국인 ‘훈뚠’에서 왔다고 볼 수 있다. 원래 중국 화북 지방에서 먹던 이 음식이 일본으로 건너가, ‘완탕(ワンタン)’으로 정착했고, 해방과 함께 귀국한 한 사람에 의해 부산에 전래했다.

만둣국 일종인 ‘완탕’은 얇은 밀가루 피에 적은 양의 소를 넣어 만든다. 그렇게 해서 국물에 떠 있는 작은 완탕이 하얀 구름을 닮았다 하여 ‘운당(雲呑)’으로도 불리었는데 이것이 부산으로 건너와 ’완당‘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중국 출발 일본 경유 한국 도착의 외래 음식이었지만 현재 ‘완당’은 중국 음식도, 일본 음식도 아닌 한국 음식 아니 부산 음식이다. 왜냐하면 국물과 완당 모양이 중국 것이나 일본 것과 달리 한국인에 맞게 변형됐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나는 멸치와 다시마로 기본 국물을 만들었고, 완당 모양이 중국이나 일본 것보다 훨씬 더 얇고 작아졌다. 이러한 완당은 부산을 거쳐 국내에 널리 전파되기도 했다.

■‘부산 어묵’의 반란

외지인에게 낯선 부산 어묵 속 물떡.
부산하면 떠올리는 것 중에 대표적 길거리 음식은 ‘오뎅’이다. 현재 ‘어묵’으로 순화되어 불리지만, 이것이야말로 부산의 식문화를 전국에 전파한 일등 공신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또한 일본에서 건너온 대표적 음식이다. 다만 앞서 설명한 ‘완당’처럼 ‘부산어묵’만의 독특한 아이덴티티가 있다. 일본 요리 중에 ‘덴가쿠(田樂)’라는 음식이 있다. 주로 두부나 곤약에 꼬챙이를 꽂아 된장을 발라 구운 것을 ‘덴가쿠’라 하는데, 여기에 ‘오(お)’라는 여성의 미화접두어가 붙어 ‘오덴가쿠(お田樂)’가 됐다. 이것이 뒤에 ‘오뎅’이라는 축약형으로 쓰이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말로 바뀌었다.

사실 오뎅은 일제강점기에 한국과 대만으로 급속히 퍼지게 되었다. 대만에서는 ‘黑輪(오렌)’, 그 외 중화권에서는 ‘熬点(아오디안)’으로 또는 ‘關東煮(관동조림)’으로 불리며 전래됐다. 한국에서 오뎅이 가리키는 식재료 범위는 일본에서 건너오면서 상당히 축소됐다. 우리나라 오뎅 재료는 ‘생선살을 갈아 만든 반죽’이 대부분이다. 이런 점에서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일본의 오뎅과 구별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가래떡을 꽂은 ‘물떡’을 부산에서 마주하면서 오뎅으로 인한 나의 ‘문화적 충격’은 아주 컸다. 이러한 ‘부산오뎅’이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건너와 6·25를 겪으며 피란수도 부산에 정착하고 부산 어묵으로 탈바꿈해 전국적으로 그 명성을 이어나가고 있다. 최근 일본서 건너온 이 부산 어묵이 후쿠오카에 해외 1호점 가게를 내면서 역진출에 성공한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부울경 명물 음식, 전국으로

앞서 언급한 ‘초장집’ ‘포장집’ ‘포장센터’ ‘식육식당’은 비단 부산뿐 아니라 부울경 지역에서 빈번히 사용된다. ‘초장집’은 활어를 파는 어시장 등에서 횟감을 사 가면 그것을 요리해주는 곳으로 상차림 비용을 받고 회를 떠주거나, 매운탕을 끓여주는 곳이다. ‘포장집’은 포장마차의 ‘실내 버전’, ‘포장센터’는 실내 포장마차를 여러 개로 쪼개 운영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외지인이 들었을 때 생소한 어감의 ‘식육식당’은 사실 부산, 경상을 비롯해 전라·강원 지역에서도 쓰인다. 그렇지만 수도권과 충청 지역에서는 주로 ‘정육식당’이라는 말로 통용된다. 초장집은 주로 상차림 비용을 받는 횟집을 가리켰지만 최근에는 상차림 비용을 받는 식육식당으로까지 그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사실 부울경 지역 최고 먹거리 관련 발신(發信) 문화는 경남 통영 ‘다찌집’이라고 생각한다. 메뉴를 정해서 시키는 게 아니라 술을 주문하면 음식이 나오는 형태의 가게다. ‘다찌’라는 말은 일본어의 간이식 선술집 ‘다찌노미’에서 왔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만, 지역 주민들은 ‘다 있지’를 줄여 ‘다찌’라고 한다고도 설명한다. 이 속설은 ‘다 있지’와 ‘다찌’의 어형과 의미의 우연한 유사성에 기인한 민간어원(folk etymology)일 가능성이 크다. 통영 다찌집은 현재 명성을 얻고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구글 트랜드’ 검색엔진에 ‘다찌’라는 키워드를 넣으면 경남-부산-울산-대구-서울 순으로 관심도 랭킹이 나타나 이를 뒷받침한다.

필자가 부산에 와서 처음 접한 음식문화는 아직 신선한 충격으로 기억된다. 그 속에 외래문화를 받아들이는 부산 방식이 녹아 있다. 오픈마인드를 갖춘 해양도시 부산의 특징으로 먹거리 문화를 풀어갔다. 다름을 받아들이고 다양하게 시도하면서 시스템 변용이 이루어졌다고 본다. 필자가 직접 느낀 것처럼 다소 위화감 있는 먹거리에서 친근감 넘치는 먹거리로 변화이다. 이토록 다양한 음식 문화는 ‘부울경發 문화 네트워크’의 기점이라고 볼 수 있다. 전국을 향한 그 문화적 발신은 계속될 것이다. 기대하시라.

양민호 부경대 HK 연구교수

※ 공동기획:부경대 HK+ 사업단,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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