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보다 풍성한 시집들이 심사위원들에게 주어졌다. 상의 권위와 공신력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30여 권의 시집과 시조집, 동시집을 검토해 작품성 위주로 평가한 뒤에 시집 세 권과 동시집 한 권을 두고 토론을 거듭한 결과, 정갑숙 동시집 ‘한솥밥’과 최정란 시집 ‘장미키스’를 최종 심사대상으로 남겼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기 힘든 사정으로 고민했으나, 동심을 잃지 않고 맑고 아름다운 서정시를 쓴 최계락 시인의 정신을 따라서 두 사람을 공동수상자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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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일 시인과 선용 아동문학가, 구모룡 문학평론가(왼쪽부터)가 올해 최계락문학상 응모작을 심사하고 있다. |
최정란 시인의 ‘장미키스’는 일상의 미세한 움직임에도 시인의 마음으로 다가가는 시적 삶의 표정을 잘 드러낸다. 시를 위해 생활 세계를 희생하지 않고서 시와 더불어 참된 삶을 궁구하는 태도이다. 구체적인 삶 속에 심연과 나락, 사랑과 고통, 슬픔과 기쁨이 한데 엉겨 있음을 사물과 사건을 통하여 잘 표현하고 있다. 시를 삶의 몸통으로 받아들이는 시인의 진지와 성실이 값지다.
정갑숙 시인의 ‘한솥밥’은 동심을 표현하되 천사 주의라는 관념으로 회귀하지 않는다. 삶의 구체를 따라서 사물들에 활기를 불러일으켜 조용한 울림과 반향을 가져다준다. 어린이의 마음이 참된 삶을 위한 반성의 기제임을 다시 웅변하고 있다.
경험이 사라지고 추억이 무의미해지는 현대적 삶의 위악에 맞선 두 시인의 시적 고투가 아름답다. 시와 더불어 사는 나날의 행복을 두 시인의 시집을 통해 알게 된다. 이들이 발명한 생명과 사랑의 시학이 최계락 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더욱 빛나기를 기원한다.
심사위원=선용(아동문학가), 박태일(시인), 구모룡(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