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상헌의 부산 춤 이야기 <27> 써드네이처의 ‘버티컬 댄스’

허공 가르는 우아한 몸짓 … 현실 떨쳐낼 춤꾼의 비상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1-11 18:45:44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100m 높이서 벽 타고 내려오는
- 춤꾼 15명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 불안해서 더 아름다운 예술 각인

- 나아가 사회참여 의미 덧붙일땐
- 굳건한 현실의 춤으로 발전할 것

지난 3일 부산 영도구의 한 호텔 벽면을 타고 40분 동안 버티컬 댄스 ‘참을 수 없는 아름다움’(안무 김동희)이 펼쳐졌다. 척박한 노동의 흔적과 자본의 상징인 호텔이 어색하게 동거하는 곳, 치열한 삶이 무기력하게 물러난 자리에서 운명과 자본의 중력을 거스르는 듯 15명의 춤꾼이 허공에 몸을 던진다. 삶을 지탱하던 축(노동)과 땅(운명)의 중력 안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자유의지는 이 역설적 공간에서 ‘참을 수 없는 아름다움’이 되었다.

부산 무용 단체 써드네이처가 버티컬 댄스 ‘참을 수 없는 아름다움’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버티컬 댄스(Vertical Dance)는 암벽 등반 장비를 착용하고 건축물 벽면 등 수직면을 오르내리며 퍼포먼스를 펼치는 공연 장르다.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세계적으로는 50개 이상의 전문 단체가 활동할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긴 시간 올려다보며 기다린 관객 사이에서 분홍색 풍선 꾸러미를 손에 쥔 채 걸어 나온 춤꾼이 줄을 타고 천천히 건물을 오른다. 힘겹게 올라간 춤꾼의 손에 있던 풍선이 하늘로 떠오르면 100m 건물 옥상에서 가느다란 밧줄에 의지한 춤꾼들이 내려온다. 벽을 차면서 떠오르고, 뛰어올라 허공을 걷고, 여럿이 손을 잡아 공중에서 대형을 만든다. 지상에서 지켜보는 관객의 입에서 탄성과 환호가 터진다. 관객도 마치 춤꾼과 함께 위험과 아름다움이 교차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착각에 빠진다.

40분 동안 다양한 퍼포먼스를 펼친 춤꾼들이 땅을 밟는 순간에도 환상적인 아름다움의 여운과 감동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중력과 원심력에 반발하는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을 이용한 움직임은 짧고 위험하기에 아름다움의 강도가 더했다. 불안한 아름다움은 치명적 매력이 있다. 평상심을 흔들고 생경한 감정 상태로 몰고 가는 역동성과 불안감이 참을 수 없을 아름다움으로 각인 되었다.

버티컬 댄스는 땅을 향해 내려오는 춤이다. 허공에 몸을 던지는 것은 초월에의 열망이라기보다 현실의 갑갑함을 잠시라도 털어내기 위해서다. 그래서 버티컬 댄스는 현실을 위한 대지의 춤이다. 도로와 인근 건물 옥상을 가득 채운 관객들이 바라는 것은 줄을 타고 허공에 몸을 던지는 춤꾼들의 비상(飛翔)과 그들이 안전하게 땅을 딛는 장면이다. 자신들을 대신해 일탈의 꿈을 잠시라도 보여 준 그들의 무사 귀환을 확인하고서야 안도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모든 것은 땅에서 시작하고 날아오르는 것은 언젠가 땅을 디딘다는 말은 부질없는 욕망을 경계하는 것이 아니라 초월하지 못할 운명을 가진 존재들을 위한 대지의 위로며 약속이다. 이런 대지의 약속이 있다면 부질없어 보이는 탈주라도 실컷 해볼 일이다. 허공에 뛰어들고서야 비로소 보이는 굳건한 대지. 구획된 일상을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일탈을 꿈꿀 수 있는 것도 든든한 대지의 약속이 있어 가능하다.

부부 환경(대지)미술가 크리스토와 장 클러드는 1995년, 현재 독일 국회의사당 역할을 하는 건물 ‘라이히슈타크’를 은색 천으로 감싼 ‘포장된 라이히슈타크’를 선보였다. 독일이 통일된 지 5년 후 독일의 통합 수도로 다시 지정된 베를린에 있는 이 건물은 부부가 2주간 감쌌던 천을 풀고 리모델링하면서 투명한 독일정치의 상징이 되었다. 예술(작품)이 문화·정치적 이벤트로 확장한 사례로 지금도 회자한다.

크리스토 부부의 작품과 버티컬 댄스가 겹치면서 지금 우리 사회의 첨예한 문제를 생각한다. 만약 버티컬 댄스가 서초동 검찰청 건물 외벽에서 펼쳐진다면 어떨까. 국민 위에서 군림하던 무소불위한 권력의 상징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참을 수 없는 아름다움’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참을 수 없이 짜릿하다. 그렇게 된다면 버티컬 댄스는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를 잠재우고 대지의 춤, 굳건한 현실의 춤으로 거듭날 것이 분명하다. 춤 비평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속보]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칼리드 공항, 또 피격 12명 사망 309명 부상
  2. 2[속보]'가평 계곡살인' 이은해, 남편 유족연금 2년넘게 1300만 원 챙겨… 환수 0원
  3. 3극지해양미래포럼, 오륙도 조간대 체험·플로깅 행사 개최
  4. 4경기 안성 한 국도서 승용차 비탈길 추락, 30대 운전자 사망
  5. 511일 부울경, 구름많고 경남 서부내륙엔 소나기 소식도
  6. 6찬바람 부는 건설업…'비자발적 이직' 35개월來 30만명 돌파
  7. 7삼양사, 최근 3년 반 동안 공정위 과징금 가장 많이 매겨져
  8. 8울산 북구, 내년 구의원 월정수당 15% 인상안 주민 의견 듣는다
  9. 9'대구 상가 천장 마감재 붕괴사고', 경찰 합동감식 진행
  10. 102020년 이후 19조원 풀린 모태펀드…75%는 수도권에 투자
  1. 1울산 북구, 내년 구의원 월정수당 15% 인상안 주민 의견 듣는다
  2. 2與 “한동훈 딸 수사 덮었나”…법무장관 당시 수사개입 의혹 공세
  3. 3나경원 ‘젤렌스키 감사 서한’에 與 “매국”…나 “친북 정권”
  4. 4국힘 “李 대통령, 北 저자세 정동영 즉각 경질하라”
  5. 5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6. 6김희정 의원 ‘대주주 회생동의 촉구’ 국제신문 농성장 찾아 응원
  7. 7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8. 8李대통령 “능력 안되면서 큰자리 요구하다 안 되니 내부 공격”
  9. 9‘정청래 비자 보류’에 민주당은 유감…국힘 “한미동맹 균열”
  10. 10이 대통령 지지율 직전과 같은 37%…민주당 35%, 국민의힘 26%
  1. 1극지해양미래포럼, 오륙도 조간대 체험·플로깅 행사 개최
  2. 2찬바람 부는 건설업…'비자발적 이직' 35개월來 30만명 돌파
  3. 3삼양사, 최근 3년 반 동안 공정위 과징금 가장 많이 매겨져
  4. 42020년 이후 19조원 풀린 모태펀드…75%는 수도권에 투자
  5. 5배달 문화 자리 잡으면서 불만도 급증… 5년여 간 소비자 상담 9430건
  6. 6"국세 체납액 116조원 돌파…미납에 따른 가산세 급증"
  7. 72030년엔 로봇용 D램, 20배 증가 전망…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호재’
  8. 8동남권 액셀러레이터 시리즈벤처스, 부울경 스타트업 11곳 IR 데모데이
  9. 91245회 로또 복권 1등 10명…당첨금 각 30억 651만 원씩
  10. 10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9.5원… 전주보다 1.3원 ↓
  1. 1[속보]'가평 계곡살인' 이은해, 남편 유족연금 2년넘게 1300만 원 챙겨… 환수 0원
  2. 2경기 안성 한 국도서 승용차 비탈길 추락, 30대 운전자 사망
  3. 311일 부울경, 구름많고 경남 서부내륙엔 소나기 소식도
  4. 4'대구 상가 천장 마감재 붕괴사고', 경찰 합동감식 진행
  5. 5울산 5개 구·군 재정자립도 모두 4년 전보다 하락
  6. 62027학년도 대입 수시, 지역인재·지역의사제 전형 전년대비 40% 지원 증가
  7. 7윤호중 행안부장관, 임은정 광주 중수청장 감찰 지시
  8. 8'이웃 간 강력범죄'까지 부르는 층간소음, 10년간 전화상담 35만 건 넘어
  9. 9한글날 연휴 둘째 날 북항에 5만9천명…‘부캉이’ 누적 방문객 127만명
  10. 10중동 바퀴벌레 부산에 터 잡았다…감만항에 바글바글
  1. 1한화 김경문 감독·손혁 단장 동반 퇴진…후임 인선 착수
  2. 2가을야구 못간 롯데 자이언츠, 정규시즌 3위 승부처돼 난감
  3. 3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4. 4AG 4개의 金 호령한 바다의 왕자…“다음은 올림픽 포디움”
  5. 5김영광, 보복 운전 사과 “운전 습관 돌아보겠다”
  6. 6막 오른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최예본·한아름 공동 선두
  7. 7“핸드볼 8년 만의 아시안게임 金…맏언니로서 기뻐”
  8. 8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9. 9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10. 10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김지효-우리
박세연-Find Your Brav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자화상 /최은지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8일 (음 8월 28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7일 (음 8월 27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주말의 BIFF- 2026년 10월 9~11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8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아름답게 억새 핀 모습 읊은 조선 중기 문신 이정형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