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이들 10개국을 아우르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은 2017년 기준으로 세계 인구 3위, 경상 GDP 6위, 상품 수출 4위를 차지한다. 1인당 GDP는 4000달러를 갓 넘는 중진국 통합체이지만, 1만 달러 수준까지는 큰 무리 없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 각국의 보호주의, 저성장 등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경제 전문가인 박번순 교수가 ‘아세안’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 교수는 20년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기업의 동남아 진출을 연구했고, 현재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외교부 정책 자문 등을 겸하고 있다.
책 ‘아세안의 시간’은 저자가 지난 30년간 동남아시아와 주변 지역을 심도 있게 관찰하고 연구한 결과물이다. 아세안 경제의 구조와 특성뿐 아니라 그동안 거의 다루지 않은 기업 산업 화교자본 등의 정보를 폭넓게 담았다. 문재인 정부가 연일 ‘신남방정책’을 강조하고 있는 데다, 오는 25일 부산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개최를 앞둔 시점에 출간돼 더욱 눈길을 끈다.
저자는 한국과 아세안이 공식 관계를 수립한 지 올해로 30주년이 됐지만, 우리의 이해도는 표면적인 수준에 그친다고 지적한다. 외교나 학계의 경제 연구는 미국 중국 일본에 치우쳤고, 아세안은 한류의 소비지이자 유망한 시장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책은 한국과 아세안의 발전 방향의 하나로 경제협력 구조의 개선을 꼽았다. 현재는 우리가 아세안에 일방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특히 베트남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 저자는 기울어진 운동장 형태를 보이는 우리와 아세안의 협력관계를 바로잡으면서 진정한 의미의 상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국가 간에 동등한 인적 교류를 확대해 서로의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