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서정적이면서도 거침없다…책방에 홀로 앉아 떠올린 시어

김이듬 시인 일곱 번째 시집 ‘마르지 않은 티셔츠를…’ 출간

  • 정홍주 기자
  •  |   입력 : 2019-11-18 19:09:01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책방이듬’ 운영하며 겪은 소회
- 세상 떠난 선배에 대한 글 담겨

‘오늘처럼 인생이 싫은 날에도 나는 생각한다 / 실연한 사람에게 권할 책으로 뭐가 있을까 / 그가 푸른 바다거북이 곁에서 읽을 책을 달라고 했다 // 오늘처럼 인생이 싫은 날에도 웃고 / 오늘처럼 돈이 필요한 날에도 나는 참는 동물이기 때문에 / 대형 어류를 키우는 일이 직업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쳐다본다’(‘아쿠아리움’ 중에서)

   
김이듬(50·사진) 시인은 자신이 운영하는 책방에서 실연한 손님에게 책을 소개한 경험을 시에 담았다. 책방에 홀로 앉아있다 보면 수족관에 갇힌 물고기가 된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고 했다. 김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마르지 않은 티셔츠를 입고’(현대문학)는 2년 전 경기도 일산에 ‘책방이듬’을 열고 경험한 또 다른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 시인은 “이전 작품까지는 떠돌며 표류하는 삶에 대해 썼는데 이번 시집은 책방이라는 공간에 처음으로 정착해서 썼다. 책방을 운영하면서 겪은 어려움, 만난 사람들, 인근 여행지에서 겪은 이야기를 시어로 기록했다”고 말했다.

‘마르지 않은 티셔츠를 입고’라는 시집의 제목도 여행과 책방 운영 경험에서 나왔다. 그는 “책방을 열고 2년 만에 처음 간 휴가 때 6인실 도미토리에 묵었는데 티셔츠를 널어도 마르지 않은 채 입어야 할 때가 많았다. 또 혼자 책방을 운영하다 보니 노동, 긴장으로 인해 늘 옷이 땀에 절어있었다. 마르지 않은 티셔츠의 선뜩한 촉감처럼 시집 곳곳에 노동하는 삶의 흔적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김 시인은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부산대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경상대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 2001년 계간 ‘포에지’로 등단한 후 ‘별 모양의 얼룩’ ‘명랑하라 팜 파탈’ ‘말할 수 없는 애인’ ‘베를린, 달렘의 노래’ ‘히스테리아’ ‘표류하는 흑발’과 장편소설 ‘블러드 시스터즈’를 냈다. 그 저력을 바탕으로 시와세계작품상(2010년), 김춘수시문학상(2015) 등을 받았다.

거침없고 솔직한 언어로 자신만의 독특한 활력이 살아 숨 쉬는 시 세계를 구축해온 김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그동안 다져온 시 세계를 더욱 확장한다. 다양한 캐릭터를 가지고 여러 장소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다층적인 목소리를 38편의 시를 통해 펼쳐 보였다. 산문시의 형식을 고수하면서도 순도 높은 서정성을 놓치지 않고 자유스러운 화법을 구사한다. 김 시인은 “첫 시집부터 여성의 삶을 이야기해왔다. 이번 시집에 수록된 시 ‘너는 언제나 아름다웠지만 한 번도 예쁘지 않았다’에서도 할머니, 어머니, 나의 이야기가 담겼다”고 말했다.

시집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부분은 마지막에 실린 작가 에세이다. 일반적으로 시론이 실리는 자리를 대신한 ‘절대 늦지 않았어요’라는 제목의 글은 지난해 독일에서 세상을 떠난 허수경 시인을 추모하는 글이다. 그는 “고향(진주) 선배이자 가장 사랑하는 시인이었던 언니가 위독하다는 얘기를 듣고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썼다. 길꽃이 우리에게 아무 것도 주지 못해도 존재 자체가 소중한 것처럼 용도가 아닌 아름다움을 견지하는 삶을 시로 쓰고 싶다”고 말했다. 정홍주 기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3. 3‘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4. 4“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5. 5‘국민아버지’ 배우 최불암 떠나보내며
  6. 6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7. 7[사설] 가덕도신공항 착공 늦춘 정부, 공사비 증액 확약하라
  8. 8[시민기자] 랜드마크 ‘범선형 관광시설’ 북항에 만들자
  9. 9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10. 10‘창업도시 600억’ 품어라…부산, 해양·금융 앞세워 총력
  1. 1“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2. 2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3. 3국힘 “가덕 건설 의지 없는 정부…공사비 증액 확약해야”
  4. 4정치권 “능인선원 경영능력 불합격…국제신문 회생 동의를”
  5. 5이해충돌 빗장 풀려는 시의회…“사익추구” vs “전문성 강화”
  6. 6민주, 5일 조희대 국조요구서 보고…국힘 “탄핵 역풍 맞을까 질질 끌어”
  7. 7국힘 새 당무감사위원장 양준모 교수
  8. 8[와이라노] “한국은 단검” 美 안보청구서 점점 커진다
  9. 9주민자치회 정식 출범 원년…유럽 모범사례 현장을 가다
  10. 10박수영 ‘국쫌만’ 300회…888건 민원 풀어
  1. 1‘창업도시 600억’ 품어라…부산, 해양·금융 앞세워 총력
  2. 2주식 팔면 다음날 돈 받는다…증권시장 결제주기 하루 단축
  3. 3호반, 한진칼 최대주주 기업결합 신고
  4. 4K-팝 열풍 타고 부산관광 키운다…한류산업 진흥 조례 추진
  5. 5“9증9포 독보적 특허 ‘명품 홍삼’…글로벌 1위 도전”
  6. 6[한 손 뉴스] 부산·통영 ‘환경교육도시’로…특화 환경교육 행·재정 지원(종합)
  7. 7“올해 북극항로 이용 150척…역대 최다 전망”
  8. 811월 제철 삼치·가리비 맛보세요
  9. 9올 ‘산소부족 물덩어리’ 완전히 사라졌다
  10. 10팬스타엔터프라이즈, 해운·조선해양 중심 사업구조 재편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3. 3‘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4. 4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5. 5모집 공고만 15차례…부산 보건소도 ‘의느님’ 모시기 진땀
  6. 6국제사우회 “지광 손 뗄 때까지 함께 싸울 것”
  7. 7김해, 동아시아 람사르지역센터 유치
  8. 8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3일
  9. 9인니 선원 모텔 감금 혐의 경호원들 송치(종합)
  10. 10봉사·일·문화 등 다양한 분야 경험·재능 나눠
  1. 1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2. 2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3. 3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4. 4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5. 5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6. 6“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7. 7“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8. 8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9. 9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10. 10‘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자연에는 길흉이 없다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배미정-나무에 기대어
송현화-Magic Air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곰 두 마리 /황인숙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250만 넘은 ‘치이카와’ 4주째 1위…브래드 피트 ‘하트 오브 비스트’ 2위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3일 (음 9월 24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2일 (음 9월 23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조선 중기 문신 김인후가 소쇄원 단풍을 읊은 시
이여가 가을 보름달을 바라보며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