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공학자, 마블 영화들 분석
- 영웅 능력 과학적 재현방법 소개
- 헐크가 늘 화가 나있는 이유는
- 변신 때 뇌 부위 크기 변화 설명
넷플릭스 신작 ‘아이리시맨’(주연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을 연출한 세계적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77)는 최근 “마블 영화는 잘 만들어진 테마파크다. 보는 사람에게 감정적·정신적 경험을 전달하려는 시네마가 아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켄 로치,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등의 거장도 잇따라 동조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거장들의 질타가 있음에도 마블의 인기는 식지 않을 것이다.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어벤져스 등 마블 영화가 나올 때마다 한동안 세상은 마블을 본 사람과 안 본 사람으로 나뉘고, 관련 굿즈는 날개 돋힌 듯 팔려 나가면서 “마블, 마블”을 외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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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블 히어로들 중에서 가장 많은 여성 팬을 보유한 영화 ‘아이언맨’의 한 장면. |
우리는 왜 이렇게 마블에 열광할까. 첨단 슈트를 입고 하늘을 날며 에너지 펄스를 쏘는 억만장자, 거미줄을 발사하며 고층 건물을 기어오르는 천재 소년, 수십 광년 떨어진 우주에서 웜홀을 열고 지구를 침공하는 외계인 등 하나같이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일들을 눈앞에서 현실로 펼쳐 보여주기 때문은 아닐까. 거기다 영화 곳곳에 과학적 원리가 탄탄하게 뒷받침돼 있다면?
‘마블이 설계한 사소하고 위대한 과학’은 팬들이 사랑하는 “마블 속 과학이 단순한 공상이 아니다”고 말한다. 아이언맨의 슈트, 스파이더맨의 거미줄, 토르의 번개 등이 사실은 우리 삶 속의 과학과 연관되어 있다는 말이다. 생명공학자인 저자는 창의적인 사고와 실재하는 과학을 통해 창조된 마블 히어로들의 힘과 그들을 실제로 재현해낼 방법을 소개하며 히어로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책은 먼저 영웅들을 능력별로 분류한다. 그리고 복잡한 두뇌, 신비한 생물들, 놀라운 기계공학, 눈길을 사로잡는 첨단 기술 등 10개의 장으로 분류하고 이런 능력들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예를 들어 ‘예민한 신경과학’ 파트에서 영화 ‘블랙 팬서’의 블랙 팬서(트찰라)와 킬몽거(에릭 스티븐슨, 은자다카)를 대상으로 ‘유전자 환경 간 상호 작용’의 원리를 소개한다. 영화에서 트찰라와 에릭은 와칸다의 왕족으로 태어났다는 배경은 같지만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았고, 결국 에릭은 블랙 팬서에 대한 복수심에 ‘킬몽거’라는 이름의 무자비한 용병으로 활동한다.
마블은 이를 충격적인 경험을 하고 나면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과 유사하게 스트레스 호르몬에 대한 민감성이 변화한다는 과학적 사실에 착안해 스토리를 전개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으로 어미 쥐의 보살핌을 받은 새끼 쥐와 그렇지 못한 쥐를 대상으로 초기 성장 환경과 DNA메틸화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실험결과를 제시한다. 헐크는 왜 늘 화가 나있는지에 대해서는 변신 과정에서 뇌의 여러 부위에 크기 변화가 나타났을 것이라고 소개한다.
책은 과학자의 눈으로 마블의 각종 설정을 바라보며 리얼한 현실 과학을 풀어놓는다. 과학을 알면 우리에게 오고 있는 어떤 미래를 충분히 이해하고 만끽할 수 있다. 마블의 영화 속 과학을 안다면 몇 배는 더 흥미롭게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