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을 쏟아붓고 어렵게 은행 대출을 받아 가게를 차렸다. 가족들이 휴일도 없이 12시간 넘게 일한 끝에 가게 매출이 안정권에 들어섰다. 그렇지만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는 프랜차이즈, 원가 아래인 가격으로 밀어붙이는 새 경쟁자들에 치여 폐업 위기에 내몰리는 것은 시간문제.

작은 가게가 살아남을 방법이 있을까? 저자는 작지만 강한 브랜드를 만들라고 제안한다. 규모가 작을수록 브랜드는 더욱 필요하다. 단골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프랜차이즈 업체가 놓치거나 규모 때문에 하지 못하는 아이템을 찾는 식이다.

같은 일을 남다르게 해나가며 브랜드가 갖춰지면 미래의 경쟁자도 막을 수 있다. 변덕스러운 트렌드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남다른 것, 독특한 것, 자신만의 것을 소비하는 밀레니얼 세대도 작지만 강한 브랜드를 선호한다. 가치와 질 좋은 제품을 알아보고 제값을 지불하는 현명한 소비자는 생각보다 많다.

롤렉스 시계를 사는 사람은 시간을 확인하려고 그 많은 돈을 지불하지는 않는다. 롤렉스는 아재들 마음에 성공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필요를 넘어서는 수백만 원의 가치가 담긴다. 저자는 7년 동안 브랜드 전문지 에디터로 일했다. ‘현대카드’ ‘우아한 형제들’ ‘칸투칸’ ‘야놀자’를 성공한 브랜드로 꼽지만, 작지만 강한 브랜드도 많다. 장인정신으로 단체복을 만드는 ‘어바우더스’, 손님의 고민을 사연을 공감해주는 한국판 심야식당인 ‘골목 우동 맛집’, 이름을 걸고 진짜 참기름을 파는 ‘정준호기름’, 놀이동산 같은 주유소 ‘백산주유소’, 노트 마니아가 직접 만드는 ‘복면사과 까르네’ 등이다.

부산에 자리를 잡은 지 40년 된 신발 밑창 부품회사 ‘대야고무’도 소개했다. 이 회사 제품은 신발 제조업체에서 모두 인정할 만큼 인정받는다. 품질도 세계적인 신발 밑장 전문 제조업체 ‘비브람’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다. 합성소재에 고무가 들어간 스펀지 소재로 신발 밑창을 만드는 곳은 이 회사가 유일하다. 그러나 그동안 주문생산만 해온 탓에 아직 브랜드로 성장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제품의 품질에 전문적인 마케터의 손길이 더해지면 ‘비브람’에 대적할 작은 브랜드로 거듭날 것으로 내다봤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