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남영희가 만난 무대 위의 사람들 <22> 다온다문화청소년오케스트라 홍병희 지휘자

“새터민·다문화 자녀도 무대선 당당한 사회 구성원 … 예술의 힘이죠”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2-01 18:46:57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정부지원 2010년 출범한 연주단
- 아이들 벽·편견 없이 우정 쌓아
- 어려운 이웃 돕고 소속감도 느껴
- 2016년 지원 끊기며 중단 위기
- 강사진 재능기부·후원자도 생겨
- 특별한 하모니의 제2회 연주회
- 18일 해운대문화회관서 열려

지난달 10일, 유니세프한국위원회가 주관하는 ‘생명을 살리는 아우인형 대축제’가 부산여자대학교 다촌문화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다온 다문화청소년오케스트라’는 3년째 이 행사에 출연하고 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기부금까지 내면서 매년 이 무대를 지키는 까닭은 무엇일까. 지휘자 홍병희를 만났다.

“우리 단체에는 새터민, 다문화가정, 탈북민 등 다양한 이주 배경을 가진 아이와 일반 학생 등 모두 40여 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삶의 기반이 취약한 사회적 소수자가 많아요. 하지만 무대에 서면 자신보다 더 어려운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됩니다. 동시에 우리 사회의 당당한 일원이라는 소속감을 느낍니다.” 이들에게 무대란 ‘예술이 완성되는 공간’이 아니라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가치 있는 역할을 수행하는 ‘사회적 장’이다.
새터민, 다문화가정 등 다양한 이주 배경을 가진 아이와 일반 학생 등 모두 40여 명의 단원을 이끌고 있는 ‘다온 다문화청소년오케스트라’의 홍병희 지휘자가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음악의 강한 힘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사회적 소수자도 무대선 남 도와

처음에는 다문화가정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정부 지원사업으로 2010년 만든 오케스트라였다. 당시 부산에는 비슷한 성격의 세 단체가 있었는데, 공연 성격에 따라 연합오케스트라를 따로 꾸리기도 했다. 홍병희는 클라리넷 지도와 지휘를 겸했다. 음악캠프를 열거나 코레자 로타리클럽의 도움으로 일본 연주 여행을 다녀오는 등 제법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2013년 6월 시모노세키 공연 다음 날, 그 지역 신문에 일본인 할머니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가정 형편 때문에 한국에서 태어난 외손녀 얼굴을 여태껏 한 번도 보지 못해 한스러웠는데, 손녀가 공연하러 와서 음악까지 들려주니 고맙다는 사연이었죠. 손녀의 손을 꼭 붙잡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니 ‘내가 하는 일이 뜻깊구나’라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오케스트라는 얼마간 더 유지되었지만 2016년 지원사업이 폐지되자 위기에 직면했다. 지휘자로서 자비를 털어 운영비를 감당하는 일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할지, 동료들에게 보상은커녕 재능기부를 강요하는 현실을 견딜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중단선언을 했는데, 며칠 후 강사들이 만남을 요청했다.

“사실 그 사업을 기획·추진하는 주체는 따로 있었기 때문에 저나 강사 모두 사업내용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들과 대면하며 보살펴 왔기 때문에 사업이 중단됐다고 마음마저 단숨에 정리할 수는 없었죠. 지금 중단하면 아이들이 더는 악기를 배울 수 없게 되니 어떻게든 힘을 모으자고 했습니다.” 애초 강사료는 생각하지도 않았기에 간식비와 연습실 사용료만 충당할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논의 결과, 오케스트라 활동을 원하는 다른 학생들을 모집했다. 넉넉치 않지만 이들이 내는 회비를 운영경비에 보탤 수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좋은 효과가 나타났다.

“다문화다 아니다 하는 벽이나 편견이 아이들 사이에는 없습니다. 함께 연습하고 생활하면서 서로를 살피고 챙겨줍니다. 처음에는 말도 하지 않고 웃지도 않던 아이들이 차츰 어울리면서 쾌활해지고 장난치는 모습을 보면 흐뭇합니다. 악기를 배우는 일보다 훨씬 더 값지죠.”

■연습하며 마음의 문 열어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참여하고 있는 다온 다문화청소년오케스트라 단원들.
말과 웃음을 잃게 된 사연도 각양각색이다. 어린 나이지만 죽음을 무릅쓰고 압록강을 건너거나 가난과 버려짐을 반복해서 겪는다는 이야기는 듣기만 해도 가슴이 아린다. 하지만 강사들은 안쓰러움을 드러내지 않으며 배려하지도 않는다. 이 작은 공동체 안에서는 누구나 똑같은 단원일 뿐이다. 부산에서 태어났든 이주민이든 외국인이든 상관없이 자기 자리를 가지며 서로의 자리를 인정해 준다.

2017년 비로소 ‘다온’이라는 이름을 짓고, 2018년 첫 정기연주회를 했다. 점차 후원자도 생겼다. 후원금을 보내주는 분, 이주민 아이들의 회비를 내주거나 피자나 치킨을 보내주는 분도 있다. 그래도 가끔 힘에 부치고 지친다. 그럴 때마다 미홍이의 편지를 꺼내 읽는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했던 아이다. 생일이면 롤링 페이퍼를 만들어줄 만큼 살갑던 그 아이가 어느 날 당분간 못 나온다며 건넨 편지가 절절하다. “토요일마다 선생님과 친구들이랑 지낸 시간이 행복했어요. 제 청소년 시절이 모두 여기 있어요. 이 단체가 잘 되려면 누군가 도와줘야 하는데 제가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 돌아올게요. 그때까지 잘 지켜주세요.”

■작은 실천이 큰 의미

달라진 것은 비단 아이들만이 아니다. “처음에는 강사로 돈을 벌려고 맺은 인연이었는데 거꾸로 제 삶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부산에는 훌륭한 음악가나 뜻깊은 일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평범한 음악가일 뿐이죠. 이타심이나 봉사 정신이 투철하지도 않고 큰돈을 기부할 형편도 못 되지만, 이처럼 작은 실천이 큰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제2, 제3의 미홍이가 있을 수도 있으니 진심을 다해 볼 생각입니다.”

진정 대단한 분들은 변함없이 아이들을 품고 있는 선생님들이라며 일일이 그 이름을 부른다. 바이올린 박효정, 김민주, 동경화, 김상희, 플루트 정애라, 그리고 첼로 이강수 선생님. 이들이 아이들과 만드는 특별한 하모니를 들어보고 싶다면 오는 18일 해운대문화회관으로 가면 된다. 제2회 정기연주회다. 때로 예술은 어떤 이론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깨달음을,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메시지를 전한다. 예술의 힘이다.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마산만 주변 해양쓰레기 174t수거한다
  2. 2난치병 환우에 새 생명을 <221> 파킨슨병 앓는 정성훈 씨
  3. 3[아침숲길] 내가 모르는 나의 장점을 찾는 시간 /박희숙
  4. 4샌더스 결국 하차…미국 대선 트럼프-바이든 양자대결로
  5. 5[강동진 칼럼] 진정으로 변해가는 모두의 시간 되길
  6. 6[도청도설] 막말 고질병
  7. 7축제 취소된 대게 할인 판매
  8. 8원양선원 귀국길 막막…전국원양산업노조 해결책 마련 분주
  9. 9부산시산림조합, 코로나성금 1000만 원 전달
  10. 10롯데 청백전 TV 생중계
  1. 1홍남기 “가족돌봄비용 1인당 50만원으로 2배 확대”
  2. 2연제구, 구민에게 재난기본소득 지급…부산 9번째
  3. 3통합당, 김대호 최고위 만장일치 제명…차명진은 윤리위 회부
  4. 4오세훈 후보 유세 차량에 흉기 든 괴한 달려와…현장 경찰에 제압
  5. 5정의당 창원진해 조광호 후보 사퇴…“황기철 후보에게 힘 싣겠다”
  6. 6내일부터 이틀간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사전투표 실시
  7. 738노스 “북한 최근 미사일 발사 시험 가능성”
  8. 8문 대통령 "우리 치료제와 백신으로 인류의 생명 구할 수 있기를"
  9. 9부산시 제21대 총선 선거인 수 총 295만 8290명…제20대 보다 5329명 늘어
  10. 10김종인 “모든 대학생에게 재난장학금 100만원 지급해야”
  1. 1마산만 주변 해양쓰레기 174t수거한다
  2. 2원양선원 귀국길 막막…전국원양산업노조 해결책 마련 분주
  3. 3글로벌선사 결항에 부산항 물동량 위기
  4. 4바닷속 방치된 굴패각 재활용…친환경 해양생태블록 만든다
  5. 5 기아 텔루라이드, 세계 올해의 車
  6. 6 부산은행 ‘가을야구 정기예금’
  7. 7 부산관광공사 랜선여행 이벤트
  8. 8‘코로나 폭락’에 상장사 358곳 자사주 매입
  9. 9금융·증시 동향
  10. 10가족돌봄비용 1인당 50만원으로 확대, 유통업체 교통유발부담금 30% 경감
  1. 1온라인 개학 첫날 부산 쌍방향 수업 40%에 달해
  2. 2낙동강 횡단 엄궁대교 입찰 재추진
  3. 3코로나19 완치 판정 받은 80대, 퇴원 후 사망
  4. 4부산 해외입국자 1명 코로나19 추가 확진 “완치자 재증상 없다”
  5. 5오늘 중3·고3부터 온라인 개학…이달 내 초중고 모두 원격수업시작
  6. 6대전 지하철 역무원, 코로나19 완치 판정 후 재확진
  7. 7‘음주 바꿔치기’ 래퍼 노엘, 첫 재판…장제원 “아버지로서 마음 아프다”
  8. 8사하구 하단동 하수도 공사현장에서 노동자 가스중독…소방 “추가 구조 작업 진행 중”
  9. 9여자화장실 불법촬영한 지하철 역무원, 휴대전화 속 음란물 다수 확인
  10. 10하수도 공사 중 유독가스로 3명 숨져…동료 찾으러간 작업자도
  1. 1롯데 청백전 TV 생중계
  2. 2‘전설’ 루 게릭 배트, 12억 원에 팔렸다
  3. 3유럽축구 재개 움직임…분데스리가 내달 ‘무관중’ 준비
  4. 4손흥민도 200억 뚝…축구선수 몸값 12조원 증발
  5. 5호나우지뉴 19억 보석금 내고 석방
  6. 6만수르 제친 최고 부자 구단주는?
  7. 7주말 개막하는 대만 야구…관중석엔 마네킹 응원단
  8. 8IOC “도쿄올림픽 예선 내년 6월 29일까지 마무리”
  9. 9허리 세운 거인, 올 시즌 필승조 ‘이상무’
  10. 10성장통 겪은 한동희 “거인 핫코너 올해는 내가 주인”
정상도의 '논어와 음악'-세상을 밝히는 따뜻한 울림
제7곡-사과십철
최원준의 음식 사람
전남 함평 생고기비빔밥
김석화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청각장애인의 ‘목소리’ 수어 엿보기
목격자 되기
동네책방 통신 [전체보기]
프로파일러와 영화 보며 ‘진짜’ 범죄 이야기 들어요
오웰 흔적 찾아 떠난 여행담…그의 삶과 작품 얘기해요
박선미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사람다움에 대해
그 많은 학원 다녀도 못 푸는 문제…참된 삶이란 무엇일까
부산 웹툰 작가들의 방구석 STORY [전체보기]
동생의 진로. 수국
웹툰 작가의 연애. 빵야
새 책 [전체보기]
유럽의 판타지 백과사전(도현신 지음) 外
우리가 사랑했던 그리운 그 작가(조성일 지음)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코로나 어떻게 전세계 확산됐나
길고양이 그 존재만으로도 위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긴 여행’ - 강민석 作
‘부산 마리나’ - 박경태 作
어린이책동산 [전체보기]
잉어 할아버지가 매일 바쁜 이유 外
콩과 함께 흥미진진한 등굣길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4월, 풍경 /정희경
무릉리 돌담 /김정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킹덤2’ 김은희 작가
영화 ‘이장’ 정승오 감독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이승환·신승훈 목소리와 함께한 ‘30년’
다시 뜨거워지는 ‘월화드라마’ 시장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봉준호 영화와 ‘사건’의 철학
‘페인 앤 글로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조준형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북코칭 전문가의 책 잘 읽는 이야기
숱한 차별을 버텨온 당신에게 박수를
최예송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봄의 시작점에서
함께 살아가고 부딪치는 사람, 그리고 공동체를 향해
BIFF 리뷰 [전체보기]
폐막작 ‘윤희에게’
BIFF 현장 [전체보기]
위장이혼 하자마자 복권에 당첨된 남자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20년 4월 9일
묘수풀이 - 2020년 4월 8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0년 4월 9일(음 3월 17일)
오늘의 운세- 2020년 4월 8일(음 3월 16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주말의 BIFF - 10월 11일·12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제6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제6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慮禍過之
患禍無方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하프마라톤대회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