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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바다…인문학으로 항해하다 <44> 닮은 듯 다른 부산·상하이

부산처럼 강제개항·전란 뒤 급성장 상하이, 지금은 경제규모 6배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2-03 19:09:50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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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적 공통점

- 개방과 전쟁으로 도시 규모 확대
- 해외 대중문화 적극적 받아들여
- 자국 음악·영화 산업 발전 선도

# 현재의 차이점

- 부산 한국 제2의 도시 ‘꼬리표’
- 상하이는 중국 대표 메가시티
- 도시 총생산 83조-500조 대비

# 부산이 나아갈 길

- 상하이 장점·성과 분석 활용하고
- 항만·공항·철도 ‘트리 포트’ 구축
- 동북아 중심도시 도약 꾀해야

필자는 1997~2000년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유학했다. 3년간 생활하면서 부산 사람과 상하이 사람은 성격상 비슷한 점이 많다고 종종 느꼈었다. 다소 거친 면이 있지만, 솔직하고 개방적이며 정도 많다. 어디 가든 고향 말투를 버리지 않으며 자기 지역에 대한 자부심도 강하다. 이런 특징은 부산과 상하이가 동북아해역 중심도시로서 근현대시기 거친 역사의 파고를 함께 헤쳐왔다는 사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부산과 상하이의 역사적 공통점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부산항 전경(왼쪽)과 상하이 모습. 부산과 상하이는 많은 점이 비슷하지만 차이도 매우 크다. 상하이의 역사와 경험에서 부산이 참고할 것도 많다. 국제신문 DB
우선, 부산과 상하이는 근대시기 외세 침략에 의해 개항돼 식민지 약탈정책의 일환으로 근대적 항구도시로 개발됐다. 부산은 강화도조약 이후 1876년 개항했다. 일본은 경제적 침탈을 쉽게 하려고 옛 초량왜관 터에 조계(租界) 즉, 일본전관거류지(專管居留地)를 설치했고 도로를 정비하고 철도를 건설하고 항만을 매축하고 부두를 건설했다. 식민지 지배와 약탈을 위한 기반을 다져나가는 과정에서 부산은 근대적 해항도시로 변모했다.

상하이 또한 아편전쟁 이후 난징조약(南京條約)으로 1842년 개항했다. 상하이는 중국 내륙 깊숙이 이어지는 창장(長江) 입구에 있어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제국주의 국가가 일찌감치 눈독 들였다. 제국주의 국가들은 황푸(黃浦) 강 유역을 중심으로 조계지를 설치했고 무역상사나 은행을 세워 식민지 경영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했다. 상하이의 와이탄 지역이 화려한 근대 도시로 변모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런 제국주의 국가의 경제적 침략 때문이었다.

■ 닮은 점 많은 두 도시

다음으로, 부산과 상하이는 전란(戰亂)으로 도시 규모가 확대된 공통점이 있다. 부산은 한국전쟁 시기 1950~1953년 약 1000일 동안 대한민국 임시수도였다. 수많은 사람이 전란을 피해 부산으로 몰려들었다. 1945년 당시 30만도 되지 않았던 인구가 피란민이 대거 정착하면서 1955년 100만 명이 넘어 명실상부한 한국 제 2의 도시로 자리 잡았다.

상하이도 그러했다. 아편전쟁 이후 창장 이남을 중심으로 태평천국이(1850-1864) 건국됐는데, 태평천국 전란을 피해 수많은 사람이 조계가 설치돼 외국 군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상하이로 몰려들었다. 1911년 청나라가 망하고 중화민국이 성립됐으나 전란은 끊이지 않았다. 초대 총통 위안스카이(袁世凱)의 사후 군벌시대(1916-1928)가 펼쳐졌으며,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한 1949년까지 국민당과 공산당이 자웅을 겨뤘다. 수많은 사람이 상하이로 몰려들었다. 개항 전 상하이 인구는 50여 만에 불과했는데 1880년에 이르러 100만을 돌파했고, 1930년대 300만 명을 넘었으며,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직전에는 545만 명이 넘었다 한다.

끝으로, 부산과 상하이는 근대적 항구도시로 발전하면서 바다를 통해 그 어느 도시보다 외국 문화, 특히 대중문화를 빨리 받아들였다. 이는 부산과 상하이에 유독 대중가요나 영화가 일찍이 발달했다는 점에서 잘 알 수 있다.

부산은 대중가요가 일찍 발달한 곳이다. 일본의 엔카가 부산에서 제일 먼저 유행했으며, 가라오케나 노래방도 부산을 기점으로 북상하면서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요즘 젊은 세대는 잘 모르겠지만, 불과 십여 년 전만해도 길거리에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대중가요 카세트테이프를 파는 노점상이 많았다. 이른바 ‘길보드 차트’가 형성돼 있었는데, 부산의 ‘길보드 차트’에서 성공을 거둬야만 서울과 전국에서 유행할 수 있었다. 부산에서 유행하면 한 달쯤 지나서야 서울에서 비로소 유행할 정도로 부산의 대중가요는 앞서가고 있었다.

상하이는 동북아시아에서 그 어느 도시보다 서구 대중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예를 들어 영화는 프랑스에서 1895년에 발명됐는데 이듬해 1896년 중국에 수입됐다. 1927년 ‘중국영화산업연감’의 통계에 따르면 중국에서 출품한 영화가 전국적으로 178편이었는데 이중 172편이 상하이에서 제작됐다. 상하이의 대중문화가 얼마나 융성했는지 잘 보여준다.

■다른 점도 많은 두 해항도시

그런데 부산과 상하이는 이처럼 비슷한 역사 경험을 공유하면서도 많은 측면에서 다르다. 다른 점의 출발은 바로 규모에서 시작된다. 부산과 상하이는 둘 다 양국 최대 항구도시이다. 하지만 부산은 제 2의 도시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 하는 반면, 상하이는 명실상부 중국 대표 거대 도시이다. 최근 몇 년간 통계를 보면, 상하이 면적은 6340.5 ㎢로 769.89㎢인 부산보다 약 8배 넓다. 인구 또한 약 2400만 명으로 340만인 부산보다 7배 많다. 도시 총생산은 부산이 2017년 83조 원, 상하이는 2018년 500조 원이 넘었다. 모든 면에서 부산은 명함을 내밀지 못 할 정도다. 원래 양적 축적이 질적 변화를 불러오기 마련이다. 상하이의 거대 규모는 ‘단순 차이’가 아닌 ‘질적 다름’을 형성하였던 것이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1993년 한국 제1 항만도시 부산은 중국의 제1 항만도시 상하이와 자매결연했다. 얼마 전 10월에 필자는 학회 참가 차 상하이에 갔다. 부산과 상하이가 자매결연 사이인 사실을 몇몇 사람에게 물어봤다. 이를 아는 상하이 사람은 없었다. 자매결연 이후 초량에 ‘상해거리’를 조성하며 이를 널리 홍보하려 했던 부산과 달리 상하이는 별 다른 홍보를 하지 않은 것 같았다. 어쩌면 일찍이 거대 국제도시로서 자부심이 강했던 상하이에서 볼 때, 분단국가 한국의 한 지방도시는 안중에도 없었을 수도 있다. 바로 이점이 부산과 상하이가 비슷하지만, 다른 점을 냉정하게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상하이 푸동(浦東) 공항으로 이어지는 고가도로를 지나면서 끝없이 펼쳐지는 상하이 빌딩 숲을 바라보자니 문득 ‘상하이와 명실상부한 자매도시가 되려면 부산의 규모를 지금보다 몇 배 더 키워야한다’ 등등 온갖 생각이 들었다.

■부산 도약의 조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한편 서글프기고 하고 한편으로는 새로운 오기가 생기기도 한다. 상하이가 뭐 별건가? 상하이도 부산과 비슷하게 조그만 어촌 마을에서 발전한 도시 아니던가? 상하이가 했다면 부산이 못 하리라는 법이 없다. 따지고 보면 상하이가 발전한 것은 바다를 향해 무한히 열려 있었고 대륙이라는 거대한 배후 지역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산도 관문도시로 바다를 향해 그리고 하늘로 향해 24시간 열려있게 되고, 통일 후 유럽에 이르는 철로가 연결돼 유라시아라는 거대한 대륙을 배후지로 가지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상하이처럼 발전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며, 오히려 상하이 보다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동북아해역의 국제정세는 100년 전처럼 다시금 소용돌이 치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이 새로운 패권국가로 등장하고, 일본은 극우로 치닫는다. 부산이 상하이와 비슷함을 적극 활용하고 다름을 극복해 동북아 해역 중심도시로 발전하기를 꿈꾸어 본다.

안승웅 부경대 HK 연구교수

※ 공동기획:부경대 HK+ 사업단,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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