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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 <72> 김재원 동화작가의 ‘도깨비 할매의 꽃물 편지’

아이들 일기장 답글 달며 교감 … 동심으로 마음 나누는 삶 노래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2-08 19:43:48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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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교사 근무하며 등단
- 꾸준한 집필로 각종 문학상도
- 동화쓰기 강연 ‘작가들의 스승’
- 글 계속 쓰는 제자 귀하게 여겨

- 신작 내는 등 작품 활동도 왕성
- 꿀벌과 석상의 우정 이야기 등
- 동화 3편에 교감·나눔 메시지

초등학교 일기장 검사는 어떤 아이들에게는 숙제 같아 힘들기도 했겠지만, 글쓰기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행복한 기억이다. ‘참 잘했어요’ 도장 옆에 답글이 있으면 선생님과 마음이 통하는 것 같아 기쁘고, 아무런 글도 없이 도장만 찍혀있을 때는 서운해서 풀이 죽기도 하던 어린 시절이다. 그런데 학급 아이들의 일기장을 모두 읽고, 맞춤법도 살펴보고, 답글도 적었던 선생님들은 적잖이 힘들었겠다. 첫 발령을 받은 학교에서 아이들의 일기장을 열심히, 정성을 다해 보던 교사 김재원은 후에 동화작가가 되었다. 지난달 동화책 ‘도깨비 할매의 꽃물 편지’를 낸 김재원 작가를 금정구 두구동에서 만났다.
김재원 동화작가가 최근 출간한 동화집 ‘도깨비 할매의 꽃물 편지’에 관해 말하고 있다.
■동화 쓰기 가르치는 동화 작가

김재원 작가에게 받은 주소와 약도를 들고 두구동으로 가는 길은 도심을 벗어나 시골 마을로 여행을 가는 기분이었다. 수반마을을 지나 산 쪽으로 길을 잡았다. 주소 앞에 서자 큰 못이 하나 있다. 세청못이다. 주변은 밭이고, 주민들의 농막이 몇 채 있다. 지나가는 사람은 없고, 큰 건물 같은 랜드 마크가 없는 곳에 서서 동서남북을 찾아 선 자리에서 한번 빙 돌아섰다. 겨울 햇살과 바람을 받은 못이 조용히 빛났다. 못 건너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에요!” 김 작가가 일러 주는 대로 못 둑길을 걸어가자 작은 농막이 있다. 주말마다 올라와 텃밭 농사도 짓고, 나무 가지치기도 하고, 책 읽고 글 쓰는 곳이다. 앞에는 세청못이, 옆에는 작은 계곡이 흐른다. 농막 주변의 나무와 꽃들은 모두 작가가 직접 심었다. “꽃이 피었을 때 왔으면 좋았을 텐데요. 맨드라미, 봉숭아, 패랭이꽃, 메리골드…. 아, 저기 국화는 아직 피어있네요. 10년 전에 여기에 터를 잡고 처음 심었던 나무들도 많이 자랐어요. 회화나무, 배롱나무, 뽕나무, 으름나무, 보리수….” 작가의 입에서 쏟아지는 꽃과 나무 이름이 끝이 없었다. 모두 100여 종에 이른다는 꽃과 나무가 활짝 피고 푸른 장면을 상상해보았다. 김재원 작가의 비밀화원이다. 10년 동안 구석구석 작가의 손길이 닿은 이곳에는 ‘범초산장’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범초(凡草)’는 부친이 지어준 호이다.

김재원 작가는 1951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너덧 살 무렵에 부산으로 와서 자랐다. 부산교육대학을 졸업했다. 198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1992년 아동문학상, 1995년 해강문학상, 2003년에 이주홍 문학상을 받았다. 동화책 ‘천개줄 아저씨’ ‘하느님 우산을 누가 고칠까?’ ‘똥쟁이, 너도 진돗개니?’ ‘도깨비 할매의 꽃물 편지’ 등을 냈다. 김 작가는 교사로 재직할 때 아이들의 글쓰기에 열정이 넘치는 선생님으로 알려졌지만, ‘글나라 동화창작 교실’을 열어 동화 쓰는 법을 가르치는 것으로 더 유명하다. 김 작가에게 동화를 배우고 각종 공모전에 당선된 이가 100명이 넘는다. 동화 쓰기 가르치다, 정작 본인이 동화 쓸 시간이 없는 건 아닌가 걱정되던 참에 ‘도깨비 할매의 꽃물편지’가 나와 반갑기 그지없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위인은 모두 호를 가지고 있다. 위인이 되려면 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아버지께 호를 지어 달라고 떼를 썼죠. 처음엔 어린아이가 무슨 호를 짓느냐고 하시더니 자꾸 조르니까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는 다짐을 주시고 ‘범초’(凡草)라는 호를 지어주셨어요. 그때부터 모든 책과 공책에 ‘凡草 김재원’이라고 적었어요.” 어린애가, 학생이, 젊은 사람이 호를 가지고 있는 게 신기했던지 보는 사람마다 이게 뭐냐고 물었다. “남이 안 가진 것을 나는 가지고 있다는 자긍심이 있었지요. 작가가 되고 나서 생각해보니 그게 저의 자성 예언이었어요.”

■동화는 저의 모든 것

도깨비 할매의 꽃물 편지- 김재원·고래책방·2019
교대 졸업 후 첫 발령지가 공덕초등학교였다. “그 학교가 여기서 가까워요. 시골에서 살고 싶어 적당한 곳을 찾아다니다 여기로 왔는데, 와서 보니 첫 부임 학교가 있던 곳이에요. 옛 생각이 많이 납니다.” 가장 많이 떠오르는 기억이 아이들의 일기장이다. “일기장 검사를 왜 그리 열심히 했던지…. 집에 싸 들고 가서 일기를 읽고, 칭찬하고 위로하는 글을 쓰면서 밤새우는 날도 더러 있었죠.” 그 말끝에 혹시 그것이 아이들의 생활과 마음을 보는 동화 공부는 아니었는지 물었다. “한 번도 그런 생각을 안 했는데, 그 말을 듣고 보니 제가 아이들에게 배웠던 거군요.” 김 작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화는 저의 모든 것입니다. 동화가 없다면 내가 어떻게 살았을까 싶어요. 동화에 관한 일이 최우선입니다. 딸아이가 결혼식을 하던 날, 동화 합평 모임이 있었어요. 식이 끝나자마자 모임에 갔지요.” 동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김 작가는 등단해서 명성을 얻는 제자보다, 지금도 열심히 동화를 쓰는 제자가 더 귀하다고 말했다. 동화책을 계속 발표하는 것보다, 동화를 쓰려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이끌어가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온 그의 지난 삶이 비로소 이해됐다.

‘도깨비 할매의 꽃물편지’에는 세 편의 동화가 실려 있다. 중편 ‘도깨비 할매의 꽃물편지’는 세상에 나와 석 달을 살고 가는 꿀벌 노랑이와 오랜 세월 한자리에 서 있는 석상의 우정을 그린다. 모든 생명은 유한하다. 그러나 마음을 나누면 생명이 끝난 후에도 그 마음이 영원하다는 걸 말해준다.

‘마술관에 놀러 와!’는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며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있다. ‘나누기와 나눗셈’은 자신이 가진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수록 행복한 삶이라고 말해준다.

“작가와의 만남에 나가는 일이 즐겁습니다. 어린 독자들을 만나는 일이거든요.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언제나 소중하고 귀합니다.” 김 작가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 아이들의 일기장을 보며 정성 들여 답글을 썼던 그가 이제는 자신이 본 세상과 사람을 담은 일기장을 동화로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그의 동화를 읽으며 이번에는 아이들이 검사 도장을 찍을 차례이다. 김재원 작가의 동화를 읽는 동안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참 잘했어요’ 도장을 꾹 눌러본다. 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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