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로 부산 시단에 등단한 동갑내기 시인들이 예순이 넘은 늦은 나이에 나란히 첫 시집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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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로 시인 |
김형로 시인의 첫 시집 ‘미륵을 묻다’는 지난 시절을 돌아보는 성찰적 시선을 통해 현재의 삶이 나아갈 방향을 찾는 서정시의 세계를 보여준다. 하상일 평론가는 김 시인의 작품에 대해 “앞만 보고 내달려온 현대인의 일상 한가운데에서 오히려 뒤를 돌아보는 상상력에 깊숙이 침투한 것은 가장 본질적인 서정시의 세계에 다가가기 위한 시적 전략을 드러낸 것”이라고 평했다. 시인은 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살아온 시간을 스스로 다시 살아가면서 중년으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그 속에서 발견한 성찰적 의미를 청년의 시간으로 전해준다. 김 시인은 “늦게 등단하다 보니 지난 일에 대한 회상이 많다. 사람 이야기를 통해 서정적 리얼리즘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집에는 표제작이자 등단작인 ‘미륵을 묻다’를 비롯해 ‘청춘’ ‘잡채밥’ ‘엄마의 감자’ 등 63편의 시가 실렸다. ‘미륵을 묻다’는 고려 후기에 유행한 매향(埋香)의식에 관한 기록을 책에서 보고 쓴 시로, 자연을 통해 현대인의 자본주의적 속물성을 넘어 근원적 생명의 세계로 다가서고자 하는 시인의 철학이 엿보인다. 김 시인은 1958년 경남 창원 출생으로 부산일보, 경향신문 기자를 했다. 2018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그는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의 글이나 기사를 읽으면서 영감을 얻는다. 휴대전화에 시를 써놨다가 수시로 보면서 평균 100번 이상 고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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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준 시인 |
최근 시집 ‘유머극장’을 낸 조준 씨도 늦깎이 시인이다. 59세였던 2년 전에 계간 ‘사이펀’ 신인상으로 등단해 61세인 올해 첫 시집을 갖게 됐다. 시집 제목 ‘유머극장’에 대해 조 시인은 “각박한 삶이지만 환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지었다”고 말했다. 이 시는 KTX 기차 안이라는 구체적인 삶의 정황에서 이미지, 은유, 추리, 유머 등을 끌어와 시적 자아를 열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밖에도 그의 시는 고향 거제에 대한 애정과 추억,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현대의 일상생활과 결부시켜 조화롭게 표현했다. 구모룡 평론가는 “시인의 민활한 감각은 사물을 새롭게 인식하고 익숙한 일을 낯설게 한다. 은유와 이미지를 통해 시적 확장을 거듭하고 때론 추리와 언어적 유희를 동원해 상상력을 넓힌다. 삶에 내재한 고갈과 죽음의 무게를 생명과 에로스의 의지로 극복하고 있다”고 평했다.
시단에서의 중장년 신인들의 등장은 고령화 시대에 따른 변화이기도 하지만, 탄탄한 교육과정에 힘입은 바 크다. 조 시인은 “4년 전 도서관에서 우연히 송진 선생님을 만나게 됐고 그 후 일주일에 한 번씩 송 선생님께 시를 배웠다. 그동안 전업주부로 살았는데 시를 쓰면서 나를 찾게 되고 행복한 인생 2막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