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데미안’ 독일의 문호 헤르만 헤세가 쓴 이 소설에 나오는 문장이다. 싱클레어와 데미안. 두 사람이 그려내는 이 이야기는 처음에는 헤르만 헤세가 아닌 ‘엠리 싱클레어’라는 이름으로 출간됐다. 책에 등장하는 싱클레어와 동일한 이름이다. 마치 데미안을 만나 성장해나가는 자전적 이야기인 것처럼.

어릴 적 싱클레어에게는 세계는 어둠과 빛, 두 가지로 명확히 나뉘어 있었고 그는 그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그리고 데미안을 만나며 변곡점이 생긴다.

‘기독교적 세계관이 뿌리 깊게 작용하는 집’은 싱클레어에게 있어 하나의 규범이었다. 이 세계를 깨뜨리지 않고는 싱클레어는 나아가지 못하고 머무를 수 밖에 없다. 소설 속에서 데미안의 어머니 에바 부인은 싱클레어에게 묻는다. “돌이켜 생각해보렴. 그 길이 어렵기만 했니? 아름답지는 않았니? 혹시 그보다 더 아름답고 더 쉬운 길이 있던가?”라고. 새로운 세계는 기존의 규범을 파괴하고 나서야 가능하다. 데미안은 그런 소설이다. 기존 규범에 머무를 게 아니라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게 하는, 자아와 성찰의 여정을 그려낸 소설.

이 책은 최근 ‘책 읽어주는 남자’에서 소개돼, 방탄소년단(BTS)의 곡에 영감을 준 노래로 꼽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