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평등·양극화부터 범죄율까지
- 삶의 질을 좌우하는 도시 계획
- 공공시설 투자 비전·정책 제시

국토교통부가 지난 6월 발표한 ‘2018년 도시계획현황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인구의 92%가 도시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성장만을 외치며 진행된 도시 계획 결과 치솟는 임대료에 작은 가게들이 사라지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도시 서민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도시는 서로 다른 성격의 집단이 어울릴 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으며, 지역민이 참여할 수 있는 공동체도 여의치 않다.

현대 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는 경제 문화 개발·보존 환경·재난 인구 교통 치안 등 여러 요인이 복잡하다. 이 모든 변수가 어떻게 얽혀, 어떤 현상으로 나타나는지 고려하지 않고는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어 보기도 어렵다. 그 어느 때보다 도시에 대한 올바른 비전과 정책이 중요한 지금, ‘도시는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 무척 반가운 책이다.

뉴욕대 사회학과 교수인 저자는 전작 ‘폭염 사회’에서 1995년 여름 700명의 목숨을 앗아간 시카고 폭염 사태를 자연재해가 아닌 사회 비극의 측면에서 들여다봤다. 저자는 사망률이 높았던 지역의 80%가 흑인 거주지에 범죄 취약 지역이었던 데 반해, 사망률이 가장 낮았던 곳 30%도 유사한 지역이었음에 의문을 표한다. 두 지역의 주요 차이점은 바로 ‘튼튼한 사회적 인프라’였다. 이웃끼리 자주 만나고 교류가 이루어지는 동네가 위기 상황에서 생사를 갈랐다. 이후 저자는 특정 재난 상황이 아닌 평상시에 지역적 자원이 사람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로 문제의식을 확장했으며, 불평등과 고립, 분열· 양극화와 사회적 인프라 관계에 대한 연구 성과를 책에서 펼쳐 보였다.

책은 총 6장으로 나뉜다. 제 2장 ‘안전한 곳’에서는 미국 역사상 가장 처참하게 실패한 공공 주택을 소개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북쪽에 지어진 33동의 11층 공공 주택은 1957년 입주율이 90%에 달했지만 1971년 절반 이상이 버려진 건물이 됐고, 거주율은 35%로 폭락했다. 세탁실과 쓰레기 처리실의 기물은 죄다 파손됐고, 보행자 도로는 깨진 유리 조각이 산재했다.

반면 길 건너편에 더 오래되고 규모가 작은 저층 공공 주택인 카스퀘어빌리지는 정원 및 공용 공간이 깨끗했고, 거주율도 100%였다. 범죄율도 훨씬 낮았다. 저자는 한 주택은 살아남고, 나머지는 망가진 기저 원인이 거주민의 특성이 아니라 물리적 요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정 환경에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람도 그와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는 범죄를 저지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저자는 보행자 도로나 도서관, 공동체 텃밭 등 공적 시설에 투자해 많은 ‘길 위의 눈’이 지켜보게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페나 녹지의 수가 범죄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연구, 소규모 학습 공동체 형성으로 학업 성취도를 높이고 학생 범죄를 감소시킨 사례, 평상시 삶의 질을 개선하는 공원과 광장이 재해 시 어떻게 주민을 보호하는지 등 전 세계의 풍성한 사례를 통해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도시를 연구하고 정책을 만드는 이들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임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