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부산권의 대표 문화예술 공간으로 지난해 개관한 부산현대미술관의 메인 전시관이 예산 부족으로 2개월간 ‘개점 휴업’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설치 및 유지·보수에 상당한 비용이 드는 미디어아트 작품 등을 전시하는 현대미술관이 연간 20억 원 초반 예산을 쪼개 전시를 기획하면서 ‘문화가 흐르는 글로벌 품격 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시의 구호가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부산현대미술관에 따르면 2층 메인 전시실은 미디어아트전 ‘완벽한 기술’을 지난 8월 15일부터 지난달 24일까지 선보인 후 현재는 텅 비어 있다. 통상적으로 미술관은 전시 기간이 끝나면 작품을 철거한 후 바로 다음 전시 작품을 설치하면서 1개월가량 공실을 유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대미술관은 내년 2월 초까지 예산 부족으로 전시를 진행하지 못해 방학과 연말·연초·명절이 겹친 ‘골든 시즌’에 ‘반쪽짜리 공공미술관’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이번 사태는 빗줄기가 사람의 몸을 피해서 내리는 전시(1층) ‘레인룸’에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면서 연말까지 다른 전시를 진행할 예산이 없어 벌어졌다. 지난 8월 15일부터 내년 1월 27일까지 진행되는 이 전시는 세계적 아티스트그룹 랜덤 인터내셔널의 설치작품전으로, 각종 미디어 장치를 활용하면서 유지·보수 비용이 상당하다.
미술관에서 대규모 설치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데 들어가는 금액은 1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한다. 1년에 3차례 대형 전시를 기획하는 공공미술관으로서, 대형 전시실 2곳 등 5곳의 전시 예산은 연간 40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올해 현대미술관의 전시예산은 23억1900만 원에 불과해 최고 수준의 작품을 전시할 경우 예산 부족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레인룸’은 전시 4개월간 입장 수익(입장료 5000원)만 2억1500만 원으로 유료 관객(4만3000명)을 포함해 5만 명 가까이 관람할 만큼 인기를 끄는 중이다.
지역 문화계에서는 부산시의 공공미술에 대한 편협한 시각을 비판한다. 10일간 열리는 행사에 연간 60억 원의 시비를 투입하는 부산국제영화제나 일주일 공연에 30억 원을 사용하는 원아시아페스티벌 등 단발성 행사와 달리 부산 시민이 연간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공미술에 대한 예산 확보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신세계갤러리 이보성 큐레이터는 “레인룸을 보러 오는 타 지역 사람도 많다. 예산 확충은 비용이 아닌 투자라는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6월 개관한 부산현대미술관의 전시실은 지하 1층에 3곳, 지상 1층과 2층에 각 1곳이 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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