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치미술 전시 최소 3억 소요
- 수준급 포함 연 3차례는 해야
- 총 전시실 5곳 40억 필요 지적
- 유지·보수 비용도 적잖게 들어
- 서울시립미술관 작년 예산 56억
- 수도권제외 유일 설치미술 전문
- 운영 이어가려면 예산 확충 절실
서부산권의 새로운 문화·예술 허브로 자리잡은 부산현대미술관이 예산 부족으로 메인 전시관을 2개월간 공실로 비워두는 상황이 발생하자 미술계에서는 “사상 초유의 사태”라고 입을 모았다.
현대미술관은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에서 유일한 설치미술 전문 공공미술관이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미디어아트 등의 작품을 전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 탓에 공공미술관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부산시민이 품격 있는 전시를 연중 향유하기 위해서는 부산시의 공공 미술 지원에 대한 예산 확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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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현대미술관 전경. 국제신문 DB |
■설치비 등 많이 드는 현대미술 전용관 … 예산은 쥐꼬리
17일 부산시와 부산현대미술관에 따르면 올해 현대미술관의 전시예산은 23억1900만 원이다. 전년도 예산 20억1600만 원보다는 소폭 늘었지만 이 정도 금액으로는 양질의 다수 설치미술 작품을 전시하고 유지·관리하기 어렵다. 내년에는 하반기 3개월 동안 부산비엔날레를 개최한다는 이유로 전시예산이 다시 21억 원으로 줄었다.
최근 설치 미술에 공을 들이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전시 예산은 지난해 55억8000만 원으로, 전년도 35억5000만 원과 비교해 20억 원 가까이 늘었다. 이 정도 규모는 돼야 제대로 된 설치미술 전시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술관 학예사와 갤러리 큐레이터 등에 따르면 공공미술관에서 보여 줄 만한 수준급 설치미술 예산은 최소 3억 원 정도를 예상한다. 화제가 될 만한 전시는 한 작품에 10억 원에 달하기도 한다. 전시 하나로 1년을 이어갈 수 없기 때문에 대략 1년에 3차례는 다른 전시를 소개한다. 이렇게 보면 현대미술관의 대형 전시실 2곳과 소형 전시실 3곳 등 모두 5곳에 들어가는 예산으로 40억 원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무엇보다 각종 미디어와 장치를 활용하는 설치 미술은 유지·보수 비용이 만만찮다. 부산현대미술관 1층에 전시 중인 ‘레인룸’도 예상치를 넘어서는 비용이 들었고, 이는 2층 전시실을 비워야 하는 일로 이어졌다. 박정구 학예실장은 “빗줄기가 사람 몸을 인식해 몸을 피하는 첨단 장치가 많다. 장비들이 정밀한 만큼 고장도 잘 나고 고가다. 당분간 이런 대형 전시를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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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현대미술관 1층에 전시중인 설치미술 ‘레인룸’. |
■관광상품 된 수준급 전시
수준급 전시를 진행하는 미술관은 지역의 새로운 관광 상품이 된다. 지난 8월 15일 시작한 부산현대미술관의 ‘레인룸 ’전시는 지난 15일 현재 4만 9945명이 관람했고, 입장료 수입으로 2억1500만 원을 거뒀다. 관람객들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레인룸을 경험한 후기나 사진을 올리면서 화제가 돼, 영남권은 물론 수도권에서 온 이들도 상당하다. 레인룸이 화제가 되면서 관람객도 크게 늘어 올해 7월까지 15만 명이었던 부산현대미술관 관람객은 지난 8~11월 4개월 동안만 20만 명이 방문했다.
결국 부산현대미술관을 설치미술 전문 미술관답게 운영하고 계속해서 주목받게 하려면 예산 확충이 필요하다. 지역 미술계 관계자는 “이 정도 예산으로 레인룸을 유치하고 어느 정도 수준급 전시를 이어나갔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며 “공공미술관인 부산시립미술관과 부산현대미술관은 언제든 시민이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수준 있는 작품들을 잇따라 선보여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부산현대미술관 김성연 관장은 “이런저런 고민을 했지만 억지로 전시실을 채우기보다는 비우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설치미술은 작품도 비싸지만, 일반 미술 작품과 달리 철거하거나 설치하는 비용도 만만찮게 들어간다. 예산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