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배우 윤지혜가 자신의 SNS에 쓴 영화 ‘호흡’의 열악했던 촬영 현장에 대한 글이 이슈가 되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물었다. “도대체 한국 영화 촬영 현장은 어떻게 돌아가?”라는 질문이 가장 많았으며, “한국 영화가 다 그렇지”라며 전체 한국 영화를 폄하하는 듯한 말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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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호흡’ 스틸. 한국영화아카데미 제공 |
윤지혜가 SNS에서 지적한 내용을 보면 ‘호흡’의 촬영 현장은 엉망이었다. 스태프들은 통제되지 않았고, 지하철역에서 도둑 촬영을 했으며, 도로 촬영에서 최소한의 안전 조치도 없었던 듯하다. 권만기 감독은 이런 상황을 그대로 둔 채 모니터만 보며 ‘레디 액션’만 외쳤다고 했다. 특히 이런 상황을 빗대 ‘이 영화는 불행 포르노 그 자체’라며 ‘그런 식으로 진행된 작품이 결과만 좋으면 좋은 영화냐. 영화의 주인 행세를 하는 그들은 명작, 걸작, 수상작, 묵직한, 이런 표현 쓸 자격조차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혹시 ‘불행 포르노’라는 말 때문에 ‘호흡’에 대해 선입견을 품을 수 있는데, 이는 상징적인 말이다. ‘호흡’은 아이를 납치했던 정주(윤지혜)와 납치된 날 이후 인생이 송두리째 무너져버린 민구가 12년 만에 다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심리 드라마다.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제작했으며,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과 KTH 상, 제3회 마카오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먼저 ‘호흡’은 상업 영화가 아닌 한국영화아카데미 학생의 졸업 작품으로, 제작비는 7000만 원 정도였다. 이 정도 제작비라면 독립영화라고 해도 장편영화를 제작하는 데 매우 적은 규모다. 그래서 대학교 영화학과나 한국영화아카데미의 경우 졸업 작품을 제작할 때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영화과 선후배들과 품앗이를 하거나 무료 봉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를 전공하고 있지만 경험이 적기 때문에 촬영에 임하는 스태프 외에 다른 스태프들이 촬영 현장에서 지켜야 할 기본 사항을 어긴 것이 아닌가 싶다. 또 그래서는 안 되지만 지하철역 도둑 촬영의 경우 촬영 허가를 받기가 까다롭고 시간이 걸려서 몰래 촬영했을 수 있다. 하지만 안전 확보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로 촬영을 하는 것은 정말 위험하기 때문에 절대로 있어선 안 될 일이다.
지난 18일 한국영화아카데미는 영화 ‘호흡’ 관련 입장문에서 “촬영 현장에서 준법 촬영과 안전 확보의 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중략) 그런데도 윤지혜 배우가 지적한 촬영 당시의 문제들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갖고 있는 감독과 제작진이 존재하기 때문에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단을 꾸려 촬영 당시의 문제점들을 명확하게 규명하고, 아카데미 제작 관리 시스템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도 살피겠다”라고 밝혔다. 윤지혜와 ‘호흡’ 제작진의 견해가 달라 진실 공방이 벌어질 것을 보인다. 서로의 명예를 위해서 촬영 현장에서 있었던 사실을 밝히는 일도 중요하겠다. 하지만 영화계 전체로 봤을 때 이번 사건이 독립영화 촬영 현장의 시스템을 개선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