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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 <73> 김미희 작가의 동시집 ‘야, 제주다!’

섬마을 소녀가 주는 맑고 푸른 선물 … 제주 사랑이 가득 담겼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2-22 19:13:01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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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우리 동네서 뜬다’고 믿어
- 유년시절 우도서 물질하며 놀아
- 대학생 때 부산서 첫 육지 생활
- 신춘문예 등단 후 왕성한 집필

- ‘야, 제주다’ 편집자 권유로 탄생
- ‘올레길’ ‘성산일출봉’ ‘정낭’ …
- 자연·풍습·전설을 동시로 표현

“제주에 가잰허난 하영 지꺼지우다.” ‘제주에 갈 생각을 하니 정말 좋아요’를 제주말로 하면 이렇다. ‘하영’은 ‘많이’라는 뜻, ‘지꺼지다’는 ‘기쁘다, 즐겁다, 기분 좋다’는 뜻이다. 제주는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아픔을 간직한 섬이면서, 동시에 최고의 관광지이다. 슬프고 아름다운 섬 제주에 갈 때면 늘 마음이 설렌다. 그 마음을 제주말로 가르쳐 준 이가 제주 우도 출신의 김미희 작가이다. 지난 10월에 동시집 ‘야, 제주다!’를 펴낸 김 작가를 우도에서 만났다.
김미희 작가가 고향인 제주 우도에서 최근 출간한 동시집 ‘야, 제주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해 뜨는 바닷가 마을에서 자란 소녀

김미희 작가는 1970년 제주 우도에서 태어났다. 우도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마치고, 제주에서 고등학교에 다녔다. 부산여대(현 신라대학교)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했다. “대학을 다니면서 육지 땅에서 살았는데, 처음 살았던 곳이 부산이에요.” 그를 처음 품어준 육지 땅이 부산이라는 말에 와락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결혼해서 울산, 다음엔 서울, 현재 천안에서 7년째 살고 있다. 하지만 그의 마음에는 제주가 가득하다.

김 작가는 200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동시집 ‘동시는 똑똑해’ ‘예의 바른 딸기’ ‘영어 말놀이 동시’ ‘오늘의 주인공에게’ ‘야, 제주다!’ 동화 ‘한글 탐정 기필코’ ‘마음 출석부’ ‘우리 삼촌은 자신감 대왕’ ‘얼큰쌤의 비밀 저금통’ ‘엄마 고발 카페’, 청소년 시집 ‘외계인에게 로션을 발라주다’ ‘마디마디 팔딱이는 비트를’ 등 여러 권의 책을 썼다.

애초에 작가와의 인터뷰는 그가 현재 사는 천안에서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제주시 우당도서관에 ‘김미희 작가 초청 강연회’ 일정이 생겼고, 덕분에 약속 장소가 우도로 바뀌었다. 김 작가를 제주공항에서 만나 성산항으로 이동해 배를 타고 우도로 향했다. 10분 거리의 마주 보이는 섬이다. 섬에서 섬으로 가는 길이라 날씨가 걱정이었는데, 봄날처럼 따뜻해 우도를 다녀오는 바닷길도 평온했다.

“책을 낼 때 제주 출신이라고만 했는데, 어느 날 우도 친구가 ‘제주가 얼마나 넓은데, 제주라고만 하느냐’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우도가 고향이라고 확실하게 밝히고 있어요.” 다가오는 우도를 바라보며 김 작가가 말했다. 그가 나고 자란 곳은 영일동. 해가 뜨는 곳이라는 의미의 이름이다. 그는 매일 일출을 보았다. “터무니없지만 저는 해가 우리 동네에서 뜨는 줄 알았다니까요.” 세상을 비추는 해가 우리 동네에서 뜬다는 믿음으로 자라는 아이의 마음은 빛으로 환했을 것이다. 부러웠다. 그에게는 해녀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물질 재주까지 있었다. 아침에 눈만 뜨면 대하는 푸른 제주 바다는 그에게 또 무엇을 주었을까. 그는 일곱 살부터 문어를 잡을 줄 알았다. 우뭇가사리며 소라도 캐고, 전복을 따는 행운도 누렸다. 자타가 인정할 만큼 제주 비바리(아기 해녀)가 될 소질이 다분했다. “제주 바다 생물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어요.” 이 말을 하며 그가 밝게 웃었다. 공부가 아니라 몸으로 알아간 바다였다. 그에게 우도에서 자란 유년의 기억은 ‘마음껏 잘 놀았다’는 것이다.

“제주를 가득 담은 동시집을 쓰고 싶었어요. 제주를 찾아오는 아이들이 제 동시를 읽고 온다면, 제주를 다녀간 아이들이 동시를 읽는다면…. 그런 생각을 했지요.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과 풍습, 역사, 전설을 담은 시. 재미있게 읽고 나면 제주가 더 잘 보이지 않을까요?”

■제주 사랑 가득한 동시집

야, 제주다!- 김미희·국민서관·2019
‘야, 제주다!’는 동시집 ‘오늘의 주인공에게’를 내는 과정에서 태어난 시집이다. 편집자가 김 작가에게 “제주를 품은 시가 많은데, 따로 모아 시집을 만들어도 좋겠다”는 의견을 냈던 것이다. 김 작가는 제주를 이야기한 시들을 정리하고, 제주를 다시 공부했다. “아이의 손을 잡고 제주를 걸으면서 눈에 보이는 풍경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아이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을 생각하면서 시집을 엮었습니다.”

제주를 사랑하고, 자랑하고 싶은 시인의 마음이 오롯이 담긴 시집은 그렇게 태어났다. 목차만 봐도 제주가 눈 앞에 펼쳐진다. ‘올레길’ ‘성산일출봉’ ‘해녀’ ‘오름’ ‘정낭’ ‘산담’ ‘폭낭’ ‘말테우리’….

‘멸치’라는 시는 어린 시절에 동네에서 본 풍성한 멸치잡이 풍경을 그린 시다. “멜 들었져 멜!”로 시작하는 짧은 시다. “고함소리 울려 퍼지면// 파닥이는 멸치 떼처럼/ 우르르 동네 사람들 쏟아져 나와/ 원담 안에서 은빛을 캤다지/ 온 동네 잔칫날처럼 모여서/ 파닥이는 은빛을 건져 올렸다지/ 혼자가 아닌 다 같이”

동네를 걸으면서 김 작가가 손짓으로 멸치가 찾아온 날을 설명했다. “저 윗동네 사람들이 내리막길을 달려 바닷가로 갔습니다, 멜 들었져라는 소리에 우리 아랫동네 사람들도 달려가고,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모이는 거예요. 저도 아이들도 덩달아 팔짝팔짝 뛰어다니고요. 노동이면서 축제였지요.” 김 작가의 눈길을 따라 바닷가를 바라보았다. 그 시절 그 사람들이 생생하게 보이는 것 같다.

‘정낭’은 제주에서 대문 역할을 하는 긴 막대기인데 재미난 시로 설명된다. “돌담에 나무 세 개/ 사람이 집 안에 있는지/ 잠깐 나들이를 갔는지/ 오늘 안에 집에 올 건지/ 오래 집을 비울 건지/ 정주석 돌담에/ 막대기가 놓인 모양만 보면 알 수 있어요// 말하는 대문/ 제주 사람들만 아는 대화” 따로 설명 없이 리듬 맞춰 읽으면 정낭이 뭔지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그림을 그린 설찌 작가도 제주 출신이라 시의 이해를 돕는 것을 넘어 그림 감상의 즐거움도 준다. 동시집 한 권에 제주도가 가득 담겼다. 손안에 쏙 들어오는 제주 한 권이다.

성산항으로 되돌아오는 배를 타면서 김 작가는 사랑 가득한 눈빛으로 우도를 바라보았다. “우도는 저의 모든 것이에요. 제가 아동문학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우도에서 태어나 배운 것들 덕분입니다. 우도에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그 모든 것을 알고, 놀고, 일하고, 글을 쓸 수 있었을까 싶어요.” 그러고 보니, 그와 함께 우도에서 인터뷰한 것이 아니라 한 판 잘 놀았다 싶다. 잘 놀고 돌아와 동시집을 다시 펼쳐보니 제주가 한층 가깝게 느껴진다. 우도에서 자란 섬마을 소녀가 주는 맑고 푸른 선물이다.

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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