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계물리학자가 바라보는
- 복잡한 세상 속 숨은 네트워크
- SNS 친구 연결망 원리부터
- 광화문 집회 인원 파악까지
- 관계의 규칙 과학으로 풀어내
1990년대 유행하던 벙거지와 와이드 팬츠는 어째서 2019년의 20대들에게 다시 사랑받게 된 걸까. 경주와 포항의 지진 피해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준비해야할까. 김정은과 트럼프의 긴장 관계에서 어떻게 한반도의 정세를 예측할 수 있을까.
하나의 존재로는 의미를 읽을 수 없어도, 많은 구성 요소가 모여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때 전체는 새롭게 거시적인 특성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현상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이 ‘복잡계’고,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인간사회다.
‘관계의 과학’은 무엇으로 전체를 읽어내는지, 부분과 전체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그중 어떤 연결의 힘이 센지를 통계물리학의 방법으로 살펴보고 있다. ‘복잡계’‘과학’‘통계물리학’ 등의 단어에서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저자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현상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해 현실의 빅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복잡계 과학의 다양한 방법을 적용해 쉽게 풀어내고 있다.
물리학적인 분석 도구로 한 실험이 어떻게 인간사회를 설명할 수 있을까. 책에서는 누적확률분포 벡터 프랙탈 카토그램 지수함수 비선형 등 22가지의 과학적 용어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현상 및 사건들과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가령 페이스북에서 서로 공통으로 맺고 있는 친구의 수를 조사해 관계의 강도를 측정하는 연결망 사례를 보자. 페이스북에서 내 친구가 나보다 더 많은 친구가 있다고 느끼는 것은 내가 정말로 친구가 적기 때문이 아니라 페이스북에 마당발 친구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형성되는 ‘친구 관계의 역설’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페이스북에서 내 친구는 나보다 맛있는 식사를 하고, 멋진 장소를 여행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정말로 그 친구가 그런 멋진 삶을 살기 때문이 아니다. 그런 예외적인 모습만 페이스북에 올리는 ‘선택 치우침 효과’ 때문에 발생하는 착시 현상이다.
만취자를 찾는 법을 소개하며 ‘마구 걷기’ 개념을 설명하고, 차은우와 저자의 합성사진을 통해 ‘중력파’ 검출 방법을 소개하기도 한다.
이외 영화 관객 수의 변화, 베스트셀러 판매 추이, 광화문 촛불집회 참석 인원 파악, 부의 치우침을 줄일 수 있는 방법 등에서도 ‘상전이’ ‘암흑물질’ 등의 과학적 분석의 틀이 제공된다. 때때로 과학적 중요 개념들을 설명하면서 수식으로 계산을 해 머리가 복잡해지기도 하지만 도표로 한 번 더 설명하고 있어 큰 틀에서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또 각 글의 말미에 해당 개념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 이해를 도왔다.
과학이라는 말에 절레절레 고개를 흔드는 독자에게, 저자는 복잡한 세상의 숨은 규칙과 패턴을 알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해법으로서 과학의 재미를 일깨워 준다.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