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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신춘문예] 시 심사평

가벼운 언어와 무거운 현실 균형감 잘 갖춰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2-31 19:55:30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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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들은 대략 세 가지를 염두에 두고 천여 편의 응모작을 살폈다. 첫째, 참신함이다.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시의 원형을 보여줄 수 있는 참신함이 있는가를 살폈다. 둘째는 정확함이다. 소통을 위해서도 공감을 위해서도 어설픈 시적 허용에 기대기보다 정확하게 문장을 사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점에 얼마나 주의를 기울였는가를 함께 살폈다. 마지막으로 작은 것에서 큰 것을 발견하는 시의 눈을 갖추고 있는가를 살폈다. 일상의 소소한 장면에서도 어떤 결정적인 순간을 발견하는 눈이 시적인 도약을 이룬다. 그것이 또한 시의 꿈일 것이다.
1차 검토 결과 이주호, 윤계순, 최동출, 정희안 등 네 분의 작품이 최종 논의 대상으로 남았다. 이주호 씨의 작품은 젊은 감수성이 넘치는 언어 감각이 눈에 띄었으나, 아직은 덜 숙련된 채로 시가 완성되고 있다는 인상을 남겼다. 윤계순 씨는 꽤 오랜 숙련의 시간을 거친 작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그것이 너무 안정된 길을 따르는 데 그치고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 최동출 씨의 작품은 요즘 보기 드물게 웅장한 상상력과 언어가 눈길을 끌었으나, 마지막까지 확신을 줄 만큼 숙성된 세계라고 보기 힘들었다.

정희안 씨의 작품은 유사한 발음의 단어로 언어유희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러면서도 삶의 세목을 깊이 있게 응시하는 시선을 담보하고 있는 점이 미더웠다. 특히 ‘십자 드라이버가 필요한 오후’는 한없이 가벼운 언어와 한없이 무거운 현실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감으로 말의 재미와 사유의 깊이를 함께 성취한 수작이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 논의 끝에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결정한다. 당선인에게 축하를 드리며, 가장 가벼운 언어로 가장 무거운 세계를 지탱하는 시의 본령을 자기 기질대로, 자기 방식대로, 자기 고집대로 끝까지 밀고 나가서 또 하나 새로운 언어의 건축을 보여주실 것을 당부드린다.

강은교 성선경 김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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