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하게 행운을 기다리며 이 겨울의 벼랑 끝에 서 있던 나는 뜻밖에 신춘문예 당선의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허공이 내 발을 가볍게 들어 올리고, 비로소 발걸음을 한발 앞으로 내딛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조는 줄곧 괄호를 만들어놓고 내게 질문을 했습니다. 정형의 틀은 마치 수학 공식을 외우는 것처럼 힘들고 재미있었지만, 시조의 옥죄는 여유가 나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적합한 표현이 아니라고 뱉어낸 말들을 주워 담던 수많은 밤, 어지러운 말들의 진창에 곤두박였다가도 다시 일어서던 새벽빛, 여전히 괄호는 두 개의 밝은 초승달처럼 하늘에서 나를 내려다봅니다. 독자의 심장을 달구는 말들을 찾기 위해 발이 부르트도록 헤매야겠지요. 임중도원(任重道遠),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멉니다. 그러나 이제 떳떳하게 새 자루를 준비하겠습니다.
고향의 파도가 끊임없이 나를 불러도 달려가지 못했는데 국제신문사의 부름을 받게 되어 너무나 기쁩니다. 아직도 캄캄하고 먼 길이지만 또렷한 등불을 밝혀주신 심사위원님, 살아 숨 쉬는 말을 가르쳐 주신 권숙월 선생님 노중석 선생님 감사합니다. 지난 십 년 동안 봄과 가을을 함께했던 백수 시조아카데미 회원님들, 글의 지평을 넓혀 주신 김천 문인 협회 선생님들, 사랑하는 내 가족에게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우표를 붙여 보내도 소식이 닿을 수 없는 먼 곳에서 기쁨으로 울먹이실 나의 부모님 그립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감사의 주인이 되시는 나의 하나님께 이 영광을 돌리고자 합니다.
▶약력=1963년 부산 출생. 2004년 자유문학 시 부문 신인상. 2015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 당선. 2018년 백수문학신인상. 백수 시조아카데미 회원. 김천 문인협회 회원. 현재 논술 교사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