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論語)’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공자(孔子·기원전 551~479년)와 제자들의 문답이 주를 이루는 논어는 공자의 삶을 녹여낸 고전입니다. 2500년 전 이야기를 다시 끄집어내는 이유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에 있습니다.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 새것을 알듯, 오래된 우리의 희망을 되찾자는 취지입니다. 여기에 음악 이야기를 덧붙입니다. 공자는 거문고를 잘 탔고 노래 부르기를 즐겼다고 하지요. 그 절정이 ‘나는 시로 일어나고, 예로 서고, 음악으로 완성했다’는 선언입니다. 소개하는 음악이 공자 시대 음악과 결이 다를 수 있습니다. 공자의 느낌이 이렇지 않을까 여겨지는 대중가요, 팝음악, 국악,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며 공자 말씀의 알맹이에 접근하자는 것입니다. 교감과 소통, 공자와 21세기를 잇는 또 다른 통로로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논어를 제대로 읽으면 ‘너무 기뻐서 자신도 모르게 덩실덩실 춤을 춘다’고 합니다. 세상을 밝히는 따뜻한 울림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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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도한 물결이 화면을 압도한다. 오로지 먹으로 표현한 자연의 힘이다. 사람 마음에 이런 물결이 있다면 이를 다스리기 위해 치열한 자기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만약 이 물결이 민심이라면 군주라는 배를 띄울 수도, 뒤집을 수도 있을 듯하다. 물 - 결 2012-5. 장지에 먹. 150×215㎝ 2012. 이태호 작가 제공 |
- 仁治 주창했던 중국의 사상가
- 거문고 잘 탔으며 늘 노래 즐겨
- 스스로 “인격의 완성은 음악”
- 仁 실천법으로 예악 강조하며
- 모두가 더불어 사는 세상 꿈꿔
- 논어는 한 번도 읽은 적 없다는
- 젊은 포크 듀오 ‘여유와설빈’
- 생각은 자유라는 가사 읊으며
- 건강하고 더 나은 세상 외쳐
팻 메스니와 찰리 헤이든의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 러브 테마’(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감상할 수 있습니다)를 이끄는 곡으로 골랐습니다. 팻 메스니의 기타 연주를 음미하면서 읽어주세요. 공자의 거문고 선율을 떠올리며.
■정치가 교육자, 그리고 음악인 공자
공자를 실패한 정치가, 성공한 교육자라 하지요. 전쟁이 끊이지 않던 춘추시대, 인치(仁治)를 주창하는 공자를 받아주는 나라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만세사표(萬世師表), 영원한 스승의 면모는 지금도 여전합니다. 여기에 ‘음악인’을 더할 수 있습니다. ‘공자는 항상 집에서 노래를 불렀다는 것도 추측할 수 있다. 노래를 부르지 않고 그 많은 시경의 가사를 암송할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공자는 늘 집에서 노래를 불렀던 음악인이었다’. 도올 김용옥은 ‘논어한글역주’ 술이편 9장의 해설에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공자는 인을 실천하는 방법으로 예악(禮樂)을 강조했지요. 예악은 몸을 닦고 나라를 다스리는 고도의 정치행위라는 이야기입니다. 공자가 추구했던 음악은 종묘제례악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조선 시대 세종대왕이 펼친 예악정치를 ‘균화(鈞和)’라고 합니다. 세종은 공자의 정신을 계승해 아악(雅樂)을 정리했지요. ‘균화지음, 천지의 음을 알고 만물의 이치를 깨달아 세상을 화평하게 한다’는 슬로건을 내건 전국국악경연대회가 세종시에서 지난해 네 번째로 열렸으니 그리 먼 이야기도 아닙니다.
물론 공자 시대에는 정악과 속악 구분이 엄정했지요. 지금은 클래식은 클래식대로, 대중음악은 대중음악대로 영역을 인정하는 시대입니다. 다만 ‘낙이불음 애이불상(樂而不淫 哀而不傷)’, 즐겁되 음탕하지 않고 슬프되 상심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겠지요.
■공자의 이상세계, 대동사회
논어 1편 학이부터 20편 요왈까지 전체를 관통하는 한마디로 인(仁)을 꼽지요. 인은 곧 사람이자, 사람을 사랑하는 일입니다. 수기치인(修己治人), 스스로를 닦고 세상 사람을 잘 다스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자는 꿈은 공자 가르침의 처음이자 끝입니다. 공자의 이상세계는 어떤 모습일까요.
‘큰 도가 행해지면 천하를 공(公)으로 하여 어진 이를 뽑고, 능한 자를 골라서 신(信)을 강구하고 화목함을 닦았다. 그런 이유로 사람들은 그 부모만을 부모로 여기지 않고, 그 아들만을 아들로 여기지 않았다. 늙은이가 (일생을) 마칠 곳이 있게 하고, 젊은이가 쓰일 곳이 있게 하며, 어린이가 자라날 수 있게 하며, 과부 홀아비 병든 자를 불쌍히 여겨 다 봉양했다. 남자는 직분이 있고, 여자는 돌아갈 곳이 있었다. 재물을 땅에 버리는 것은 싫어하지만, 반드시 감추어 두지 않았다. 힘은 그 몸에서 내지 않은 것을 미워하지만, 반드시 자기만 위해서 쓰지는 않았다. 그런 까닭에 간사한 꾀는 닫히고 일어나지 않으며 도둑질과 난이 생기지 않았다. 그 때문에 바깥 문을 닫지 않았다. 이를 대동(大同)이라고 말했다’.(이민수 역해 ‘예기’ 중 일부 낱말 수정)
이대로라면 초고령화 사회 세대 갈등과 저성장 시대 청년층 취업난이 눈 녹듯 녹을 것 같지 않습니까. 우리가 꿈꾸는 복지사회 같지 않습니까. 논어를 따른다면 ‘노인을 편안하게 해주고, 친구는 서로 믿게 하며, 젊은이는 보살펴 주고 싶다’(공야장편 25장)와 닿아 있지요. 말처럼 쉽지 않으니 오래된 미래라 하겠지요. 공자는 한때 노나라 법무부 장관으로 이를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긴 방랑 생활을 했지요. ‘공석불난(孔席不
暖)’, 세상을 구하는 일에 분주하여 집에서 편안히 쉴 새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상갓집 개’라는 힐난을 감수했어요.
그보다는 청운의 뜻을 품을 때 공자의 모습이 궁금해집니다. 사람 마음을 다잡기가 만만찮은 탓입니다. 넓은 호수, 깊은 바다가 있다고 생각합시다. 거울같이 잔잔하다가도 한번 바람이 불면 거칠게 요동치지요. 스스로 마음의 물결을 다스리는 일이 수신이겠지요. 군주라면 백성의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지요. ‘군주민수(君舟民水)’, 백성은 물이요 군주는 배라는 말이 허투루 나온 것이 아닙니다. 물의 힘으로 배가 뜨지만, 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공자의 마음에서 얼마나 많은 소용돌이가 몰아쳤다가 다시 잔잔해졌을까요.
■‘생각은 자유’에서 찾는 젊은이의 꿈
여기 ‘논어’를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한 젊은 포크 듀오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릴 때 위인전에서 공자가 거문고를 연주하는 그림을 본 기억이 있다고 합니다. ‘여유와설빈’입니다. 제주도를 근거지로 활동하는 이들의 노래 ‘생각은 자유’(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감상할 수 있습니다)에서 공자의 꿈이 현재진행형임을 확인합니다.
이 노래는 몽상가 존 레논, 미국 모던 포크 송의 대부 밥 딜런, 시대를 풍미한 우리나라 가수 한대수와 김민기를 소환하지요. 이 노래는 ‘생각은 자유예요 상상해봐요’로 시작합니다. 몽상일지라도 존 레논처럼 꿈을 꿉니다. 밥 딜런의 노래처럼 시를 씁니다. 한대수의 노래처럼 행복의 나라에 살기 바랍니다. 그리고 김민기 노래처럼 진주보다 고운 아침이슬처럼 걸어가려 합니다. 어렵거나 과격한 말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하지만 여유와설빈이 노래에 담고 싶은 이야기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나의 세상과 너의 세상이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자’ 합니다. ‘이미 별이 되어 화려하게 반짝이는 것들보단 어둡고 낮은 곳에 먼저 시선을 보내자’ 합니다. ‘가난한 사람과 소수자를 바라보자’ 합니다.
이들보다 더 강력한 톤으로 더 열악한 환경에서 더 치열하게 보다 나은 세상을 외치는 가수도, 음악도 있습니다. 조심스럽지만 보다 건강한 세상이 있다는 신호를 발신하는 여유와설빈의 모습이 좋습니다. 2500년을 잇는 희미한 끈, 이념을 떠나 가치의 공조화랄까요. 공자가 품었던 꿈처럼.
※이 연재는 격주로 목요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유홍준 교수는 ‘나의문화유산답사기’ 6권에서 ‘인생도처유상수’라는 부제를 붙였습니다.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다는 뜻이겠지요. 눈밝은 분들의 관심 부탁합니다. 먼저 우헌 이상재 선생이 힘을 보탰음을 밝힙니다.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