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기혜경의 도시와 미술 <1> 도시의 정체성-패러다임의 전환

지역 문화기관 주축으로 ‘글로컬’ 부산비엔날레 육성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1-06 18:53:25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문화의 첨병이 된 비엔날레
- 도시 마케팅 기수로 인식
-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이나
- 독자성 없인 사람들은 외면
- 상시 문화기관 전면 배치해
- 지속적 관리·시스템 개발을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에는 백남준의 ‘다다익선’이 상설전시되고 있다. 다다익선이라는 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뜻인데, 대한민국은 이 용어를 비엔날레에도 적용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2000년대 초반 미국의 한 미술 잡지에서 우리나라 미술계를 서술하며 시작한 문장이다. 이 글을 쓴 사람은 한국 미술에 대해 어느 정도 호의를 보여왔지만, 당시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비엔날레를 살핀 후 위와 같은 평가를 내놨다.
2018년 부산 사하구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비엔날레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국제신문DB
당시는 비엔날레가 세계인에게 도시를 문화적으로 각인시켜 도시 이미지 개선과 관광 산업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서구를 중심으로 개최되던 비엔날레가 아시아 등으로 번져나갔다. 그 기운에 힘입어 우리나라에서도 1995년 광주비엔날레를 필두로 부산·서울·대구·인천·경기·청주 등 많은 지자체가 비엔날레를 개최하기 시작했고, 15년이 지난 오늘날은 그때보다도 훨씬 많은 비엔날레가 개최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님을 일본 후쿠오카·아이치, 대만 타이페이, 중국 난징·상하이, 싱가폴 등지에서 개최되는 수많은 비엔날레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문화의 첨병이자 도시 마케팅의 기수로 인식되는 비엔날레가 미술계의 중요 전시제도로 작동하기 시작한 때는 1970년대부터다. 프랑스 ‘68혁명’의 영향을 받은 헤랄드 제만 등 몇몇 큐레이터들이 등장해 기존 미술관의 전시 방식과는 다른 전시방식을 통해 이념·인종·소수자·이주·자본집중·환경과 같은 동시대의 첨예한 문제들에 대해 발언하기 시작했다. 이후 ‘비엔날레식’ 전시는 동시대 미술의 경향과 맞물리며 미술계의 담론을 주도하며 미술관 전시마저 변화하게 만들었다. 전시를 보러 도시 밖에서 수많은 사람이 유입되는 부대효과도 나타났다. 이탈리아 베니스처럼 이미 관광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는 경우는 물론, 인구 30만 명이 채 안되는 독일 카셀이나 뮌스터 같은 도시들은 5년 혹은 10년에 한번 개최되는 도큐멘타나 조각프로젝트에 도시 인구의 배가 넘는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 광주 비엔날레 역시 비서구권 지역이 경험한 식민과 냉전이데올로기, 내전, 군부독재, 그리고 그 속에서 일군 민주화를 개최지인 광주의 도시적 정체성으로 각인시키고 그것을 비엔날레의 지향점과 연동시키는데 성공해 세계 5대 비엔날레로 자리잡기도 했다. 성공적인 비엔날레는 개최 도시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자산, 역사적 배경, 문화 정체성을 비엔날레와 유기적으로 연결시키거나 혹은 카셀이나 뮌스터처럼 독자적 전시방식을 과감하게 선보였다.

이처럼 도시의 문화적 정체성이 정립되려면 일시적인 행사가 아닌 상시적 문화기관이 주축이 돼야 한다. 도시의 기반시설로 문화기관들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리와 시스템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전제되어야만 지역성에 기반한 도시 정체성을 통해 글로컬 시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아무리 도시 마케팅을 전면에 배치하고 비엔날레를 열어도 도시의 문화 정체성과 해당 비엔날레의 독자성을 확립하지 못하면 문화도시로 인정받기는 어렵다.

올해는 아시아권 비엔날레의 해다. 부산·광주·서울·대구는 물론 중국 상하이, 대만 타이페이, 태국 방콕 등에서 비엔날레가 개최될 것이다. 도시의 문화적 정체성이나 각각의 비엔날레의 독자적 특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도시마케팅이라는 문화산업의 현장으로 성급하게 내몰린 현장을 찾는 행렬이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부산시립미술관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2. 2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3. 31244회 로또복권 1등 18명…당첨금 16억469만 원
  4. 4[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5. 5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6. 6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7. 7[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8. 8[속보] 영화 ‘암살자(들)’ 투자 외부 개입 논란에…국책은행 “사실무근”
  9. 9트럼프 “韓 알래스카 안 해도 괜찮다…더 청구하면 돼”
  10. 10"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1. 1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2. 2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3. 3李대통령, ‘정청래 그만 괴롭히라’는 글에 “괴롭힌 거 아냐”
  4. 4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5. 5靑, 北 탄도미사일 발사에 긴급회의…“안보리 위반, 즉각 중단 촉구”
  6. 6‘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7. 7[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8. 8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9. 9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10. 10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1. 11244회 로또복권 1등 18명…당첨금 16억469만 원
  2. 2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3. 3[속보] 영화 ‘암살자(들)’ 투자 외부 개입 논란에…국책은행 “사실무근”
  4. 4"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5. 5예가람저축은행 해킹 피해로 고객 4만명 정보 유출
  6. 6현대캐피탈도 해킹 피해…주택대출 모집인 146명 개인정보 유출
  7. 7당국, '해킹사고' 확산에 내일 금융업권 긴급소집
  8. 8“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9. 9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10. 10"건보료 재정누수 심각…1000만원 초과 고액체납 2배 급증"
  1. 1‘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2. 2[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3. 3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4. 4[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5. 5“바다로 안 돌아갈래”…‘부캉이’ 추가 구조 없이 당분간 움직임 주시
  6. 6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7. 7“택시부제 풀었더니 매출이 쑥”…밀양시, 시범운영 거쳐 전면 해제
  8. 8“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9. 9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10. 10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1. 1[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2. 2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3. 3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4. 4서채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금메달
  5. 5한국, AG 남자 축구 4회 연속 금메달…결승 한일전 1-0 승리
  6. 6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7. 7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8. 8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9. 9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10. 10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미리보는 제31회 BIFF
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