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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연극의 해 부산연극계 긴급 진단 <상> 급변하는 환경에 자립 요원

1980,90년대 극단·배우 전성시대… 외연 커졌지만 관객 줄고 인력이탈

  •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
  •  |   입력 : 2020-01-07 19:02:48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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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연극·대학연극 등 활발
- 극단 수도 지난해 23곳 확대
- 미투사건·관객 수 감소에다
- 상업연극 치이며 소극장 위기

부산 연극사는 생각보다 뿌리가 깊다.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근대극의 도입 시기는 192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올해가 2020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연극은 100년 동안 명맥을 유지하며 지역 예술의 한 축을 담당했다. 하지만 지난 세월이 무색하게 오늘날의 연극계, 그중에서도 순수예술로서의 연극은 상황이 녹록지 못하다. 자본력을 무기 삼은 상업연극에 치이고,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도 속수무책이다.

특히 올해는 연초부터 소극장 여러 곳이 폐업의 기로에 놓였다는 소식(국제신문 지난 2일 자 24면 보도)까지 전해지면서 연극계가 느끼는 위기감이 남다르다. 현장에서는 연극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으며, 논의의 장을 구성하려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부산 연극문화의 조성 과정부터 현황을 살펴보고, 건강한 문화생태계 조성에 도움이 될 만한 다양한 목소리를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1949년 10월 결성된 부산대 연극부 창립공연 ‘뇌우’ 기념사진. 부산연극사 발췌
■위기에도 꽃피운 연극

부산에서 근대극을 처음 선보인 건 1921년 동우회 순회공연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한국연극협회 부산시지회(이하 부산연극협회)에서 발간한 ‘부산연극사’를 보면 일본 동경 신극 운동의 영향을 받은 유학생들이 주도가 돼 ‘찬란한 문’ 등의 작품을 공연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후 부산의 연극은 대한민국의 굵직한 역사적 사건과 맥을 같이 한다. 해방 초기에는 학생 연극이, 1950년대는 부산대 동아대 수산대(현 부경대) 부산교대를 중심으로 한 대학연극이 움텄다. 6·25 전쟁 당시에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연극인들이 부산에 모여 어려운 상황에서도 예술 활동을 지속했다.

1973년 문을 연 부산시민회관은 부산에 본격적인 연극문화가 자리 잡는 기폭제가 됐다. 김문홍 극작가 겸 연극평론가는 “이전에는 공연 장소가 없어 예식장이나 미문화원 등도 활용했다”며 “부산시민회관이 생기면서 연극이 활성화됐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부산시민회관 이전에는 극단 ‘전위무대’를 포함한 3곳 정도가 활동했지만, 이후에는 5년 만에 신생 극단이 10여 곳이나 생겼다. 1980년대에는 고인범, 이재용, 박지일 등 지금도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배우들이 지역에서 활동했고, 1990년대 들어서도 액터스 동녘 시나위 등 극단이 여러 곳 생겨났다.

2000년대 이후에도 연극계는 외적으로 성장했다. 부산연극협회 소속 극단은 2000년 당시 17곳이었는데, 지난해는 23곳까지 늘었다. 협회에 소속되지 않은 극단까지 고려하면 숫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관객 줄고 운영난까지

지난해 열린 제37회 부산연극제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극단 동녘의 ‘썬샤인의 전사들’. 국제신문DB
지난 100년간 외연을 크게 확장한 것과 달리, 현재 부산 연극계는 사실상 ‘침체기’에 가깝다. 관객 수는 눈에 띄게 줄고, 가능성 있는 젊은 작업자들은 ‘탈부산’을 꿈꾼다. 경성대 동서대 영산대 부산예술대를 중심으로 매년 전공자들을 130명 가까이 배출하고 있는데도 현장에서는 인력난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지역 연극계 한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객석의 절반 이상은 찼지만, 경기 불황과 연극계 미투 사건 등의 여파가 겹쳐 최근 몇 년간은 좌석 점유율이 30% 정도에 그친다”며 “배우 이외 음향 조명 무대장치 등을 맡아줄 전문인력도 부족한 데다 소극장 운영난이 가속화되며 극단주가 연출, 배우, 기획 등까지 겸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연극문화가 성장하려면 창작극이 활발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주목할 만한 희곡 자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초 수요가 많지 않은 데다 작가 처우가 열악하다는 점이 질적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보통 희곡 한 편을 완성하려면 200자 원고지 기준으로 200매 이상을 써야 하는데, 작가에게 돌아가는 대가는 보통 100만 원 남짓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민간 차원에서 희곡 창작을 독려하기 위한 일환으로 ‘김문홍희곡상’도 만들었지만, 6회째인 지난해에는 아예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기존의 수상작품을 뛰어 넘거나 버금가는 작품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현재는 시상 범위와 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이처럼 총체적인 어려움을 겪는 연극계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소극장의 위기’다. 지역에서 자생한 소극장 상당수가 운영난에 허덕인다. 2016년 문을 닫은 자유바다소극장을 포함해 올해에만 경영난 등을 이유로 청춘나비소극장, 한결아트홀 두 곳이 사실상 폐업을 앞두고 있다.

연극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현장의 자성과 더불어 지자체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진선미 배우는 “작업자들이 극장을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는가에 대해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상업주의, 거대자본에 밀려 순수예술이 자생하기 힘든 시대인 만큼 기초 예술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연극협회 손병태 회장 역시 “종합예술인 연극의 특성에 맞춘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가 현장의 목소리를 좀 더 적극적으로 들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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