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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배우 유재명

숙성된 연기, 미친 소화력…15년 부산 연극생활이 힘, 그의 진면목은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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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대 극예술연구회 출신
- 마흔 살 무렵 무작정 상경
- 영화·드라마로 반경 넓혀

- 역할 경중 안 가리고 ‘열일’
- ‘응답 1988’ ‘비밀의 숲’으로
- 이름 알리고 대중에 눈도장

- “육체는 조금 노쇠했지만
- 인생의 시계는 오전 10시
- 안정감 근원은 역시 가족”

부산 출신의 많은 배우가 있지만 올해는 바로 이 사람, 유재명을 눈여겨봐야 한다. 지난해 영화 ‘비스트’ ‘나를 찾아줘’ ‘속물들’ ‘윤희에게’ ‘비밀의 정원’ ‘야구소녀’ 등에 출연하며 영화라는 매체에 완전히 적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해는 유아인과 함께한 ‘소리도 없이’, 설경구 이선균과 호흡을 맞춘 ‘킹메이커: 선거판의 여우’로 존재감을 뽐낼 것으로 보인다. 영화뿐만 아니라 오는 31일 처음 방송되는 JTBC 새 월화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로 안방 시청자들과도 만나며 연일 바쁜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새해를 맞은 유재명은 “올해 대중과 만날 세 작품 모두 참 멋진 작품이다. 다른 매력, 또 유재명의 다른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며 2020년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연극은 나의 힘

부산 출신의 배우로 지난해 ‘비스트’ ‘나를 찾아줘’ ‘속물들’ ‘윤희에게’ ‘비밀의 정원’ ‘야구소녀’ 등에 출연하며 영화에서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배우 유재명.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고3 때 연기를 하고 싶었지만 넉넉한 집안이 아니어서 교사가 돼 안정적인 삶을 살려고 했다. 스무 살 때 연극을 만나게 됐다. 부산에서 연극할 때 열린소극장 예술공동체를 만들어 극장 운영을 하면서 10여 년간 사람들과 관계 맺은 시간이 제 인생의 가장 큰 베이스가 된 것 같다.” 부산대학교 극예술연구회 출신으로 1997년 극단 열린무대에 입단하며 연극에 입문한 유재명에게 부산에서 연극에 빠져 있던 15년은 지금도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하지만 소극장 공연으로 카뮈의 작품을 연출하면서 모든 기운이 방전된 느낌을 받았던 유재명은 마흔 살 무렵 휴식도 취하고 많은 공연도 볼 겸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가 눌러앉게 됐다. 연극에만 몰두했던 그는 부산에서 서울로 활동 공간에 변화를 주는 동시에 연극에서 영화와 드라마로 활동 반경을 넓힌 것이다. “당시 어떤 목표나 구체적인 계획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저 공연 한 편, 일거리 하나하나를 감사히 여기고 해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쌓이고 관계가 맺어지면서 조금씩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낯선 환경과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태에서 연기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지만 연극으로 쌓은 연기력은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서서히 통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단역과 조연으로 출연하면서 적응기를 가졌고, 2015년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도롱뇽 아버지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 그리고 2017년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는 이창준 검사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응답하라 1988’은 대중에게 ‘유재명’이라는 배우를 알린 첫 작품이다. 이 작품을 통해 너무나 감사한 선물들을 많이 받았다. 감사함 그 자체다. ‘비밀의 숲’은 배우로서 새로운,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확장할 수 있었던 작품이자 영광스러운 작품이다.”

그리고 지난해 ‘비스트’와 ‘나를 찾아줘’에서 상업 영화 주연을 꿰차며 충무로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영화와 연극은 작업 과정의 차이는 있지만 배우들의 관계는 운명적인 것 같다. 나와 상대 배우가 동료가 된 순간 믿고 의지하고 소통하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야 하고 공유하고 더 뚫고 나가려고 한다. 그런 부분에서 이성민(‘비스트’) 이영애(‘나를 찾아줘’) 김희애(‘윤희에게’) 등의 좋은 선배님들과 호흡을 맞춘 나는 운이 좋은 배우다. ‘비스트’에서 함께 연기한 이성민 선배는 연극부터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어떤 부분으로는 롤 모델이 되는 분이다.”

■불안감으로 단련

영화 ‘나를 찾아줘’에서 악역 경찰 역할을 한 유재명.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그는 지난해 정말 다양한 영화에 출연했다. 상업·독립영화, 주·조연을 마다하지 않고 부르는 곳은 달려가 최선을 다했다. “우정 출연처럼 한 것도 있고 시나리오를 보고 역할의 경중을 보고 재미있게 읽어서 섭외에 응한 것도 있다. 시나리오를 보면 그 작품의 장점만 보려고 한다.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시간 내에 많은 작품을 하려고 하는데 그것이 일종의 나만의 작업 방식이 된 것 같다. 작품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좋은 작품에 참여해서 추억에 남기고 싶다.”

유재명은 지금도 계속 촬영을 하고 있다. 40대 후반으로 들어서고 있지만 마치 20대 때 연극에 쏟아부었던 열정을 되살리는 듯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똑같은 것 같다. 물론 약간의 안정감이 있고 육체적으로 조금 노쇠하긴 했다. 하지만 이렇게 작업할 수 있는 근원은 불안감이다.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을 이겨내려면 집착하고 연습을 해야 한다. 그러면서 시간이 흘렀다. 요즘은 스스로 불안감을 만들어내지 말자면서도 게으름에 대해 경계를 한다. ‘나를 찾아줘’가 그 접점에 있던 작품으로 연기 인생의 한 시기가 지나간 느낌이다.” 그래서 ‘나를 찾아줘’는 그가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을 것을 종합해서 연기한 종합선물세트다.

■안정된 연기 근원, 가족

이창준 검사 역을 맡아 캐릭터의 폭을 한층 넓게 해준 드라마 ‘비밀의 숲’. tvN 제공
“연극을 하고 눈을 떠보니까 서른이 돼 있고 많은 작품 하고 나니 마흔 중반이 돼 있었다. 지난해가 가장 숙성이 많이 된 시기였다. 내 작품들이 세상에 나와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잘 버텨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겸손하게 이야기하지만 어쩌면 배우 유재명의 참면목을 볼 수 있는 시기는 이제부터가 아닌가 싶다. 그의 말처럼 내적으로 숙성된 연기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유재명은 자신의 인생 시계가 오전 10시라고 말했다. “제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편이다. 스무 살 때 연극을 시작했지만 직업을 통해서 생계를 유지하고 어떤 기준에서 안정감을 느낀 것은 최근이다. 그런 면에서 오전 10시인 것 같다. 연기를 오래 했다는 것과 상관없이 개인의 삶도 중요한데 직업을 통해서 생계와 안정감을 갖고 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을 이제 시작한 것이다.”

그가 느끼는 안정감의 근원은 역시 가족이다. 2018년 10월에 결혼한 유재명은 사랑하는 아내와 생후 4개월이 지난 아들이 있다. “아기는 보고만 있어도 고맙다. 건강해서 또 고맙다.” 늦은 나이에 결혼해서 더 사랑스러운 아들이다. “이제 연기하는 시간을 줄이고 싶다. 가족과 더 많이 보내고 싶다. 예전에는 잘 몰랐던 부분인데 너무 일에만 빠져 있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일과 사적인 시간의 균형을 잘 맞춰야 할 것 같다. 가족과도 좋은 추억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연기에 소홀하겠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감을 더 느끼고 있다. “역할의 경중을 떠나 출연한 작품은 다 소중하다. 가장 사랑하고 소중한 작품은 지금 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선택한 작품이 내가 원하는 연기의 방향성이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어떤 성격의 작품을 하겠다고 미리 정해 놓으면 선입견이 생겨 좋은 작품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몰입하고 있는 작품이 유재명의 대표작이자 자신의 원하는 작품 세계라는 뜻이다. 더 다양한 작품에서 보여줄 것이 많은 배우 유재명에게 이 말이 정답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작품으로 만날 대중도 그에게는 큰 힘이다. 특히 부산 출신으로서 본지 독자에게 애정이 담긴 새해 인사를 전했다. “새해를 맞아 국제신문을 통해 인사드립니다. 무엇보다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하시는 일들 모두 술술 잘 풀리시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유재명 프로필

-1973년생

-부산대 극예술연구회

-1997년 극단 ‘열린무대’에 입단

-2005년 극단 ‘배우, 관객 그리고 공간’ 설립

-대표작: 영화 ‘비스트’ ‘나를 찾아줘’ ‘윤희에게’ /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비밀의 숲’ ‘라이프’ ‘자백’

latehop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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