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실현 가능성 검토도 않고
- 전시성 정책 내놓은 결과
영화·영상 발전을 위해 임기 중 1000억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겠다는 오거돈 부산시장의 공약(국제신문 2018년 9월 4일 자 1면 등 보도)이 무산됐다. 사업 발표 당시에도 실현 가능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돼 문화계 전반에서는 ‘예상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인다. 무엇보다 20년 이상 ‘아시아 영화중심도시, 부산’을 표방해온 시가 사업의 타당성도 고려하지 않은 채 설익은 계획을 발표하면서 혼란과 실망만 남겼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19일 부산시는 “영화·영상 발전기금 1000억 원 조성안을 추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2018년 9월 오거돈 부산시장의 ‘민선 7기 영화·영상 정책 추진계획’(5대 전략과제 22개 중점 추진과제)의 일환으로 발표된 것으로, 영화·영상 분야는 물론 지역 문화예술 전반 사업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민선 7기 부산시장직 인수위원회가 2018년 6월 ‘BIFF(부산국제영화제) 1000 기금’으로 먼저 발표했지만, 다른 문화예술 분야 소외 문제가 제기되면서 문화예술 전반으로 범위를 확대한다는 내용으로 수정됐다.
애초 시는 발전기금의 자원 조달 방법으로 ‘국비와 시비, 기업체 출연’을 통해 해마다 250억 원, 임기 4년 내 1000억 원을 조성하겠다고 야심차게 밝혔다. BIFF 재도약을 위한 방안과 함께 발표되면서 당시 많은 언론이 비중 있게 보도했지만, 시의 재정과 지역의 경제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이와 관련해 본지 취재진이 시에 추진 상황을 알아보니, 결국 사업을 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기금 조성이 어렵다는 자체 판단과 함께 BIFF 측에서 부담스러워했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지역 문화계에서는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정책의 민낯을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부산영화영상제작협의회 송민승 대표는 “현장에서 직접 영화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영화인과 소통하지 않은 결과 시의성이 미흡하고 불분명한 성격의 정책 제안들이 나오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다른 영화인은 “‘아시아 영화중심도시, 부산’을 지향하는 부산시의 방향성 없는 영화·영상 철학의 현주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영화·영상 발전기금 계획과 같이 발표했던 시민참여형 정책 커뮤니티인 ‘부산영화영상정책위원회’의 구성도 늦어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시의회에 관련 조례를 상정하는 단계까지는 진행했지만 ‘위원회의 성격과 역할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보류됐다. 시는 민간 자문 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오는 상반기 중 해당 기구의 명칭을 ‘영상정책자문위원회’로 변경하는 수정안을 만들어 재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