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기혜경의 도시와 미술 <2> 시대 품은 기억장치 ‘아카이브’

우리가 망각한 과거 부산의 파편들, 기억 지배하는 기록의 힘이 살린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1-20 19:16:40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개인·단체가 활동하며 남긴
- 기록물 중 가치 있는 자료들
- 잃어버린 도시의 과거 환기하고
- 미래 부산 정체성 닦을 초석 돼

- 시립미술관이 소장한 4만여 점
- 제대로 된 아카이브로 작동못해
- 체계적으로 관리될 시스템 절실

올해는 부산 피란수도 70년이 되는 해다. 1023일간의 피란수도 부산의 의미와 가치를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에 올리려는 노력을 하는 가운데, 피란수도 7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카이브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논의되었다. 기록보관소로 번역되기도 하는 아카이브는 개인이나 단체가 활동하며 남긴 기록물 중 가치 있는 자료나 그것을 보관하는 장소 및 시스템을 의미한다.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일상, 기억, 그리고 역사: 해방 이후 한국미술과 시각문화’.
최근 들어 미술이나 문화영역에서는 ‘아카이브 열병’이라 칭할 정도로 활발하게 아카이브 자료를 전시나 연구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그것은 아카이브가 우리가 망각하거나 망실한 것들을 환기하는 기억장치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으로 치러진 ‘일상, 기억, 그리고 역사: 해방 이후 한국미술과 시각문화’(1997, 광주시립미술관) 전은 극장간판, 영화 포스터, 만화, 광고, 영상 및 사진, 인쇄출판물을 비롯해 광고용 구조물, 패션, 일상의 오브제까지 포함하는 다양한 시각 이미지 아카이브로 구성된 전시였다. 이 전시는 아카이브 활용을 통해 해방 이후 망실된 기억을 재편하고 기존 미술사와는 다른 확장된 미술 개념을 제시하는 한편 전통적인 역사보기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아카이브를 활용한 전시나 연구는 실물 자료의 망실과 망각으로 성글게 남겨진 기억을 당시의 파편으로 남은 다양한 관련 자료로 재구성해 대안적 이야기를 마련하는 초석이다. 아카이브는 우리가 잊었던 과거의 기억과 파편화된 기억의 퍼즐을 맞출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지만, 그것이 과거의 기억 그 자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가 아카이브에 열광하는 이유는 아카이브를 통해 오늘과 미래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역사를 통해 현재를 파악하고 미래를 예비하는 것에 비견할 수 있다. 다만, 역사가 승리한 자들이 써 내려간 이야기라면 아카이브는 그것을 축적한 그리고 그 아카이브를 사용하고 해석하는 사람들의 ‘특정한 법칙이 반영’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아카이브는 승자의 역사 너머에 있거나 혹은 역사의 저변에 짓눌려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더 나아가 기존의 법칙이나 체계에 균열을 내고 다시 보기 할 수 있게 함은 물론 그것을 통해 대안적 서사와 스토리텔링, 문화 읽기를 가능하게 한다.

아카이브는 조명되지 못한 채 주변과 지역으로 남겨져 있던 것들의 결을 드러내고 논의구조 내로 그것들을 소환하게 하는 훌륭한 장치이기도 하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아카이브는 포스트모던 이후의 지역과 주변의 정체성 구현을 위한 첨병 역할을 담당한다.

미술관의 오랜 전신이 신기하고 진귀한 것들을 모으는 인간의 호기심에서 비롯한 ‘호기심 상자 (Cabinet of Curiosity, 혹은 Wunder Kammer)’였다는 점은 인류가 가진 축적하고 분류하고자 하는 의지를 반영한다. 현재 부산시립미술관이 소장 중인 4만여 점의 미술 자료들은 잊거나 망실된 우리의 기억을 환기하거나 대안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아카이브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축적되고 분류된 미술 자료들이 ‘호기심 상자’의 차원을 넘어 체계적으로 보존 관리, 운영될 수 있는 아카이브 시스템 도입이 선결되지 않은 까닭이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시대를 담는 기억장치로서의 아카이브 시스템을 도입할 때다. 그래야만 1023일간의 수도 부산의 삶과 일상은 물론 우리가 잃어버리거나 망각한 부산 미술의 모습과 부산의 이야기를 살필 수 있으며 그를 바탕으로 부산의 정체성을 써 내려갈 초석을 마련할 수 있다. 부산시립미술관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자갈치 관광버스 주차 숨통 트인다…롯데 부지 무상사용
  2. 2타인의 영화 필름 나르던 소년, 마침내 자신의 세계를 비추다
  3. 3비온 뒤 14일 기온 뚝…부울경 최저 8~14도
  4. 4주 13.7시간(비정규직 평균 근로시간)…‘초단시간 노동’ 덫에 갇힌 부산
  5. 5민주 부산시당 “국제신문 정상화, 대주주·법원 나서야”
  6. 6PF ‘돈맥경화’…해운대 옛 홈플·세가사미 개발 잇단 좌초
  7. 7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8. 8국감서 발언하는 해양수산부 장관
  9. 9“시민 1인 1스포츠가 일상인 부산으로”
  10. 10‘청문 부적격 2인’ 임명 고심…전재수 “치명적 흠결 못 찾아”
  1. 1민주 부산시당 “국제신문 정상화, 대주주·법원 나서야”
  2. 2법정 이어 국감까지…LH, 명지 폐토사 처리 뭇매(종합)
  3. 3“북극항로 경제성 철저검증…후속계획 반영을”
  4. 4경찰청장 대행 “한동훈 딸 의혹, 재수사 가능성 배제 안 해”
  5. 5국힘 ‘골프 특검법’ 예고하며 공세…주진우 ‘명 끊을 때’ 댓글에 與 격분
  6. 6[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35.2%…민주 35.5%·국힘 41.3%
  7. 7경찰개혁·김지용 중수청장 청문도 공방 예고…부산 해수부 첫 국감
  8. 8경남도 대변인 “박완수 지사 13시간 조사, 정치공세 대상 되면 안 돼”
  9. 9[속보]국감까지 간 '부캉이' … 여야 "상어 생태환경 연구확대 필요"
  10. 10與·한동훈 점입가경 공방 인신공격까지(종합)
  1. 1PF ‘돈맥경화’…해운대 옛 홈플·세가사미 개발 잇단 좌초
  2. 2“항만공사 통합 목적·절차 불투명” 여야 없이 질타
  3. 3AI인재 양성 지원금 94% 수도권 쏠림…부산 1.5% 불과(종합)
  4. 4상호금융 339곳 대출 연체율 10%
  5. 5감천항 동편부두 이름 ‘원양부두’로
  6. 6부산서 ‘순직선원 위령제’ 열린다
  7. 7정부 ‘자율운항 협력’ 조선 공정으로 확대
  8. 8부산TP 지원 3社, 정부 AI·자율제조 사업 따내
  9. 9주가지수- 2026년 10월 12일
  10. 10수입 수산물 유통이력 위반, 5년 전 0건 → 작년 73건
  1. 1자갈치 관광버스 주차 숨통 트인다…롯데 부지 무상사용
  2. 2비온 뒤 14일 기온 뚝…부울경 최저 8~14도
  3. 3주 13.7시간(비정규직 평균 근로시간)…‘초단시간 노동’ 덫에 갇힌 부산
  4. 4“시민 1인 1스포츠가 일상인 부산으로”
  5. 5‘청문 부적격 2인’ 임명 고심…전재수 “치명적 흠결 못 찾아”
  6. 6‘100원 등하교 버스’ 경남 전역 확대…기초학력전담교사도 늘려
  7. 7“복지시설 몇 년 일했지만 퇴직금 0원”…공공부문도 꼼수 채용
  8. 84개월 만에 김경수 만난 박완수 지사 “제도 개선되면 부울경특별연합 검토”
  9. 9박완수 도지사 경찰조사 후폭풍…진보당 “사퇴하라” 道 “왜곡 말라”(종합)
  10. 10미란다 원칙 고지 않고서 허위 보고한 경찰 재판행
  1. 1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2. 2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3. 3어깨 부상 김우민, 수술 대신 재활로
  4. 4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5. 5과감한 샷 2R 버디 11개 폭발…유현조 ‘부산의 퀸’(종합)
  6. 6울주군, 삼남읍 교동리에 ‘울주실내테니스장’ 개장
  7. 71부 승격 향한 마지막 질주…부산아이파크, 막판 승점 쌓기 총력전
  8. 8차준환, 이번 시즌 국가대표·대회 출전 중단…서울시청과도 결별
  9. 9유도 차세대 간판 이현지, 세계선수권 정상 메치다
  10. 10허훈·킹 47점 합작에도…KCC, KT에 접전 끝 패배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지은- little talk-Venice
김지효-우리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자화상 /최은지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3일 (음 9월 3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2일 (음 9월 2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2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생육신 남효온이 가을 강변의 풍경을 읊은 시
아름답게 억새 핀 모습 읊은 조선 중기 문신 이정형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