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환경 등 급변화 맞춰
- 재도약 위한 생존전략 재수립
- 세제 혜택·시각효과 클러스터
- 캐나다 밴쿠버 등 해외모델 도입
- 부산 이전 기관 간 협업 필수
- 십수년간 제대로 된 용역 없어
- 방향성 전담 전문기구도 필요
한국 영화산업은 수도권 쏠림 현상과 대기업 독과점에서 비롯된 기형적 산업구조가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부산은 20년가량 ‘지역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고군분투 해왔지만 사실상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갈수록 국내외의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타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영화산업 육성에 뛰어들면서 생존 전략을 새롭게 강구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부산이 전국 최초로 국제영화제를 만들고 선도적으로 영화 촬영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며 산업의 뿌리를 내린 것처럼, 재도약의 모멘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영화산업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바로 세우고, 미래 전략을 수립하는 일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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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서구 남부민동 주택에서 영화 ‘감쪽같은 그녀’(2019)를 촬영하고 있다. 부산영상위원회 제공 |
■정책·인프라 특화
부산은 전국에서 가장 먼저 영상위원회를 만들고 영화 촬영 유치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현재는 서울 경기 등 전국 13곳(지난해 3월 기준)에 영상위가 설치됐으며, 인센티브를 비롯한 지원 사업도 보편화됐다. 부산은 후발주자로 나선 타 지자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인센티브 정책만 놓고 보면 상대적으로 조건도 좋지 않다.
강원 4억 원(5회차 이상 촬영), 대전 3억 원(7회차 이상 촬영)으로 부산(2억4000만 원, 15회차 이상 촬영)보다 금액이 훨씬 많다. 인천은 ‘인천배경 촬영지원사업’에만 6억 원 규모를 배정하고, 별도의 해외 인센티브 사업도 벌이고 있다. 부산영상위 측은 “부산은 촬영지원 노하우와 로케이션 장소가 풍부한 장점이 있다”며 “장기적으로 동남권 영화 촬영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차원에서 촬영 인정 회차를 경남 울산까지 넓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 현장에서는 영화산업의 부흥을 일으킨 ‘해외 모델’을 적극 검토해 부산시가 정교한 정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캐나다 밴쿠버는 10여 년부터 영화·영상 프로젝트 후반작업에 드는 인건비에 상당한 세제 혜택을 주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그 덕에 미국 할리우드의 프로젝트도 많이 유치하고, 실력 있는 아티스트들이 모이며 풀도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 밴쿠버가 소속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할리우드와 가까운 지리적 이점과 다양한 세제혜택 등을 기반으로 시각효과(VFX) 클러스터를 형성했다. 이 지역의 세제혜택은 기본공제 35%에 후반제작 인건비 추가 17.5% 등이 더해진다. 전문가들은 올해 세계 CG·VFX 시장이 49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며, 캐나다는 2017년에 이미 세계 VFX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부산으로 이전한 영화진흥위원회가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관계 기관 간 협업도 필수다. 한 예로 영진위가 추진하는 ‘한·아세안영화기구’의 사업 계획을 보면 현재의 부산영상위 교육 프로그램과 기능이 일부 중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향후 논의가 필요하다. 영진위가 기장군에 조성하는 부산종합촬영소 역시 성공적인 운영을 위한 차별화 전략이 요구된다. 특히 영진위가 부영주택에 매각한 뒤 지난해 폐쇄됐던 남양주종합촬영소의 운영이 재개되면서 영진위는 부산종합촬영소의 경쟁력 있는 특성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역 영화계와 시민사회의 요구가 거세다.
계획대로라면 부산종합촬영소는 오는 3월 설계 공고와 계약을 마치고 10개월간 용역에 착수해 오는 2023년 5월께 완공될 예정이다. 영진위 측은 “장기적으로는 시민 관광객이 즐길 수 있도록 세트장을 문화 콘텐츠로 활용하거나, 오픈 세트장 규모를 늘리는 방안 등을 부산시 기장군과 함께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미래비전 하루빨리 수립
전문가들은 ‘영화도시 부산’의 장기 플랜 마련을 위한 정책연구도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시는 2005년 삼성경제연구소에 의뢰해 ‘부산영상도시육성을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했지만, 이미 15년 전의 일이다. 부산연구원의 온라인 홈페이지에도 관련 연구는 2016년 3월 ‘부산 유네스코 영화 창의도시 활성화를 위한 기초연구’가 마지막이다. ‘아시아영화중심도시, 부산’을 슬로건으로 내건 부산시가 급변하는 미디어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마스터플랜이나 용역 없이 구호로만 영화중심 도시를 표방하면서 5년, 10년을 내다보는 장기 전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시가 지난해 6월 수립한 ‘영화·영상 산업도시 부산! 완성을 위한 부산영상위원회 발전계획’을 보면 사실상 부산영상위를 영화산업 발전의 핵심기구로 보고 있지만 이에 걸맞은 인력 예산 등은 뒷받침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때 부산영상위는 ‘부산영상산업연구소’(2003~2008년)를 따로 운영했지만 5년 만에 폐쇄하면서 해당 기능이 대폭 축소됐다. 조직 내에 임시로 전략사업팀을 가동했지만, 임시 부서가 장기 정책을 수립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화도시 부산’의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전문기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동의대 김이석(영화학과) 교수는 “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급히 미래 전략을 논의해야 한다”며 “만약 영상위 내에 기구를 둔다면 그에 맞는 권한과 예산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영진위 사무국장 등을 지낸 김인수 전 충남문화산업진흥원장 역시 ‘부산영상정책기획자문단’을 제안한 바 있다. 김 전 원장은 “지난 20년간의 영화산업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영화의 패러다임을 반영해 부산의 장단점을 구체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며 “단순히 회의에 그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액션플랜’까지 나아가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
◇ 지역별 영화 촬영 인센티브 현황 |
지역 |
총 지원액(지난해 6월 기준) |
강원 |
4억 |
경기 |
1억 9900만 |
대전 |
3억 |
서울 |
2억 |
전남 |
1억 |
전주 |
1억 9850만 |
제주 |
2억 4000만 |
청주 |
1억 3500만 |
부산 |
2억 4160만 |
충남 |
1억 6100만 |
인천 |
1억 6000만 |
※자료 :부산시, 단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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