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 것을 가르치는 스승의 일
- 새 것을 깨우치는 제자의 일
- 온고·지신 사이의 ‘이’에 주목
- 배려 통한 상생의 새 날 위해
- 계층·세대·진영 간 갈등 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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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면을 압도하는 동양화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네 명 있다. 이 사람은 바로 작가 자신이다. 겸재 정선 등 전통화와 중국 당나라·명나라 그림을 차용한 동양화 사이를 누빈다. 옛 그림에서 그 시대를 관통하는 정신을 찾아 오늘에 되살리려는 시도이다. 프랑스에서 유학한 서양화가인 작가의 그림을 통한 온고이지신이다. 유선태, 말과 글-온고이지신, 162.2×130.3㎝, 캔버스에 아크릴, 2011. 가나아트 제공 |
지난 3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취임식에서 ‘줄탁동시’를 언급했습니다.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를 위해서는 검찰의 안과 밖에서 개혁을 향한 결단과 호응이 병행되는 줄탁동시(啐啄同時)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추 장관 취임사의 일부분입니다. 검찰개혁은 시대적 요구인 만큼 이제는 검찰 안에서도 개혁을 향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며 줄탁동시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읽힙니다.
이대로라면 누구라도 납득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률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국회 통과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은 현재진행형입니다. 논란도 분분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중단 없는 권력기관 개혁’을 강조했습니다. 그 배경은 국민적 요구입니다. 그 국민을 똑같이 거론한 사람이 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입니다. 윤 총장은 ‘국민과 함께 바른 검찰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추 장관은 인사권과 감찰권으로 검찰을 합법적으로 통제하겠다고 합니다. 검찰은 청와대 감찰 무마 사건과 선거 개입 의혹 수사가 추 장관의 인사권 행사로 가로막혔다고 반발하는 모양새입니다. 야당은 한 술 더 떠 문 정부의 독재이자 전횡이라고 주장합니다.
줄탁동시는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려면 어미 닭과 알 속의 새끼가 안팎으로 쪼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알 안에서 검찰이 노력한다면 국민이 거들겠지요. 하지만 두 가지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검찰개혁을 위한 보완 입법이 하나입니다. 국민이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또 하나의 숙제입니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란 주제를 줄탁동시로 시작하는 이유는 온고가 스승의 일이라면, 지신은 제자의 몫, 제자(검찰)가 알 속에서 껍질을 쪼고 스승(국민)이 밖에서 도와주는 일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팻 메스니와 찰리 헤이든의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 러브 테마’(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거나 인터넷에서 https://youtu.be/qEwXcgwzIYE를 치세요)를 들으며 온고이지신의 의미를 되새겨보겠습니다.
■온고와 지신의 아홉가지 변주
‘논어’(論語) 2편(위정) 11장에서 공자는 “옛 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알면 가히 스승이 될 만하다”고 말했습니다.(子曰 溫故而知新이면 可以爲師矣니라) “온(溫)은 찾고 찾아서 생각해서 풀어냄이고, 고(故)는 예전에 들은 것이요, 신(新)은 지금 터득한 바다. 예전에 들은 것을 때때로 익히며 새로 터득하면 배운 바가 내게 있어 그 응함이 끝이 없다. 그러므로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고 주자(朱子)가 풀었습니다.
옛 것에 대한 비판적 시각, 새 것을 창출하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겠지요. 그래서 온고와 지신 사이의 이(而)에 주목합니다. ‘온고’에 방점을 찍을지, ‘지신’에 방점을 찍을지에 따라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옛 것을 익혀서 새 것을 안다, 옛 것을 익히고 새 것을 안다, 옛 것을 익히며 새 것을 안다, 옛 것을 익히되 새 것을 안다, 옛 것을 익히면 새 것을 안다, 옛 것을 익혀야 새 것을 안다, 옛 것을 익히니 새 것을 안다, 옛 것을 익힌 후에 새 것을 안다, 옛 것을 익히는 것이 곧 새 것을 아는 것이다. 여러분은 어느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이처럼 다양한 변주는 진리의 실천, ‘지행합일’(知行合一)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지(知)가 공부라면 행(行)은 곧 실천이지요. 그 과정이 바로 배워서(學) 깨치는(覺) 일입니다.
온고이지신해서 스승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결국 아는 것을 실천하자는 의미라고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공자는 스스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발분망식’(發憤忘食), 이치를 얻지 못하면 분발심이 일어나 밥 먹는 것도 잊어버린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논어’ 7편(술이) 18장을 살펴보죠. 초나라 정치가인 섭공이 자로에게 공자의 사람됨을 묻습니다. 자로가 제대로 답을 못했습니다. 이를 전해들은 공자가 말합니다. “학문에 집중해서 의문이 풀리지 않으면 분발심이 일어나 밥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이치를 터득하면 즐거워서 장차 늙어가는 것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말해주지 않았느냐.” 공자가 이런 사람입니다.
■소통과 조화에서 길을 찾자
이번엔 노래 두 곡을 들어보죠. 먼저 크로스비, 스틸스, 내쉬 앤 영의 ‘Teach Your Children’(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거나 인터넷에서 https://youtu.be/2vnYKRacKQc를 치세요)입니다. 아름다운 보컬 하모니처럼 스승과 제자의 문답인 ‘논어’ 전편에 스며있는 온고이지신의 마음을 느껴보시죠. 1970년대 미국 포크록을 대표하는 노래 가운데 하나입니다.
밥 말리의 ‘Redemption Song’(구원의 노래·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거나 인터넷에서 https://youtu.be/Md8EesTaIsA를 치세요)은 사연이 많습니다. 그는 1978년 정치권이 극단적인 반목을 하던 자메이카에서 ‘One Love’라는 주제로 화해의 콘서트를 열고, 당시 여야 수장을 초대해 화해의 악수를 하게 했지요.
이제 ‘논어’ 7편(술이) 8장 ‘불분불계’(不憤不啓) ‘불비불발’(不悱不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분발하지 않으면 그 뜻을 열어주지 않으며, 하고자 하는 말을 말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그 말을 통하게 해주지 않는다.”
온고이지신과 줄탁동시의 중요성은 소통과 조화에서 오는 그 생명 탄생의 절실함에 있습니다. 계층, 세대, 진영 간의 다툼과 갈등을 넘어서 배려와 상생의 새 날을 맞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음 달 13일 ‘일이관지’로 찾아오겠습니다.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