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다리 위를 지나는 순간이 낯선 도시로 떠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8번 버스를 타고 남포동에서 다리 너머의 섬을 바라보며 바다 위를 건널 때면 이상하게 타지로 향하는 것만 같다. 익숙한 내 고향 부산이 아닌 낯선 어느 곳으로. 도시섬 영도는 네 개의 다리로 연결되면서 이미 고립된 섬이 아니지만, 여전히 섬으로 남아 산과 바다, 그리고 그 틈을 빼곡히 채운 사람들을 품고 있다.
‘영도, 타향에서 고향으로’는 그렇게 영도가 품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영도를 빼곡히 채우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책은 타지에서 밀려와 영도에 터를 잡고 살고 있는, 이 풍성한 섬이 기꺼이 내어준 삶터와 일터에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들과 꼭 닮은 저자가 읽어주고 있다. 저 멀리 이북 땅 함흥에서부터 제주도, 강원도 산골과 전라도, 경상북도와 경상남도까지 팔도강산에서 남쪽 끝 부산의 섬을 찾아오게 된 사연을 들어보면 역사책 귀퉁이에서 보았던 대한민국의 근현대사가 손끝에서 생생하게 만져진다.
배를 모아 30년 넘게 생선을 잡고 있는 선장과 제주에서 넘어와 일흔이 넘어서까지 물질을 하는 해녀의 삶에서는 부산 앞바다의 짠 내음이 난다. 흥남 부두에서부터 봉래산 산등성이 위까지 영도가 내어준 방 한 칸에 자리 잡고 추위를 피한 피란의 역사에 동녘 햇살이 닿는다. 구구절절한 사연을 안고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온 여인들의 삶에는 대한민국 산업화 호황기의 추억이 묻어있다.
비탈진 길 위를 지나는 산복도로 6번 버스 기사와 그 버스를 타고내리는 영도 사람들의 24시간, 영도의 거리를 쏘다니며 범죄와의 전쟁을 치른 영도 경찰의 영웅담, 수리조선 일번지 대평동의 부식 가게와 공업사까지 저자의 내레이션을 따라간다. 거친 삶을 살아온 이들의 나이테를 더듬다 보면 난 곳과 사는 곳의 이격을 경험하지 못했던 내게도 타지의 고된 삶이 오롯이 전해진다. 영도가 고향이 된 여덟 명의 사람처럼 이곳이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곳처럼 느껴진다.
매거진 ‘다리 너머 영도’ 편집팀장·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