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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배우 이병헌

데뷔 30년, 매번 인생 캐릭터 갱신… 다음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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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백두산’ ‘남산의 부장들’서
- 대중성·작품성 다 잡는 내공 발휘

- 하정우와 연기 호흡 등 매력 느껴
- 관심 안 가던 재난영화 첫 도전

- 10·26사태 중앙정보부장 역할
- 박근혜 정부 때 제안 받아 고민
- 김재규 법정 영상보며 캐치한
- 머리카락 쓸어 넘기는 습관
- 인물의 내면·감정으로 표현해

- 배우도 인정하는 “완벽한 배우”
- 영화 ‘비상선언’ 드라마 ‘히어’로
- 올해도 스크린·안방 오갈 예정

올겨울 극장가는 이병헌으로 시작해서 이병헌으로 끝나고 있다. 연말부터 이달 초까지 주연을 맡은 영화 ‘백두산’과 ‘남산의 부장들’이 1255만 관객(‘백두산’ 825만 명, ‘남산의 부장들’ 430만 명, 3일 기준)을 모으며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영화는 이병헌의 각기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어서 그를 좋아하는 팬들은 즐거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장르, 캐릭터를 불문하고 항상 탁월한 연기력으로 관객을 만족시켜온 배우 이병헌. 올겨울에는 ‘백두산’과 ‘남산의 부장들’로 1255만 관객을 모으며 극장가를 지배했다. 쇼박스 제공
두 영화에 앞서 ‘내부자들’ ‘마스터’ ‘싱글라이더’ ‘남한산성’ ‘그것만이 내 세상’,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등에서도 장르를 가리지 않고 독보적인 연기를 펼친 그는 한국 대표 배우로 우뚝 섰다. 특히 작품마다 새로운 변신을 거듭하며 ‘연기의 교과서’로 불러도 손색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데뷔 30주년을 맞이해 더욱 의미 있는 새해를 맞이한 이병헌. 그를 만나 ‘백두산’과 ‘남산의 부장들’에 얽힌 이야기와 연기 철학에 대해 들었다.

■첫 재난 영화 ‘백두산’

이병헌의 첫 재난 영화이자 친한 후배 하정우와 첫 호흡을 맞춘 영화 ‘백두산’. 그는 백두산 화산 폭발을 막기 위해 하정우와 함께 고군분투한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의미심장한 제목의 ‘백두산’은 남과 북 모두를 집어삼킬 백두산의 최대 화산 폭발을 막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병헌은 비밀 작전에 투입된 북한 요원 리준평 역을 맡아 남한의 특전사 EOD 대위 조인창(하정우)과 힘을 합치게 된다. ‘백두산’이 특별한 이유는 그의 첫 재난 영화이기 때문이다. 1991년 KBS 14기 공채로 선발된 이후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며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했지만 재난 영화는 처음이다.

“이상하게 재난 영화나 호러 영화에는 관심이 안 갔다. 뭐랄까 장르 영화의 공식이 너무 뻔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백두산’은 볼거리가 풍성한 재난 영화인데 버디 영화 같기도 하다. 재난 속에서 적인 두 사람이 어쩔 수 없이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공동의 목표를 해결한다는 점이 여느 재난 영화와 차별화됐다”고 ‘백두산’만의 매력을 짚었다. 물론 평소 함께 작업하고 싶었던 하정우와 호흡을 맞춘다는 점도 중요했다. 첫 만남임에도 두 배우는 적절한 애드리브로 진지함과 유머를 오가며 멋진 연기 앙상블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리준평의 딸에 대한 부성애를 보여주는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였다. “만일 내가 미혼이고 애가 없었다면 그 감정을 상상에 의존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빠이기 때문에 감정이입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실존 인물 역 ‘남산의 부장들’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춘 ‘남산의 부장들’에서 미묘한 얼굴 근육의 떨림을 연기하며 캐릭터의 감정을 전달한 이병헌. 쇼박스 제공
1979년 10월 26일에 중앙정보부장이었던 김재규가 박정희 대통령을 살해한 10·26 사태를 그린 ‘남산의 부장들’은 현재까지도 정치적으로 연관되는 데다, 특히 박근혜 정부 시절 제안받은 영화라 더 큰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예민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민하는 시간이 있었고. 만일 정치적 견해가 들어가거나 누군가를 영웅화했다면 출연을 부정적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여느 작품을 선택할 때도 그랬듯이 이야기에 힘이 있었고, 정치적 시각보다는 인물의 내면과 섬세한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서 배우로서 욕심을 냈다.”

‘내부자들’에 이어 우민호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춘 ‘남산의 부장들’은 ‘광해, 왕이 된 남자’와 ‘남한산성’에 이어 세 번째 실존 인물을 연기한 작품이다. “‘광해’나 ‘남한산성’의 최명길은 아무래도 상상에 의존을 많이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인물에 대한 증언과 영상, 글 등 훨씬 많은 자료가 있어서 참고할 만한 것이 풍부해서 좋았다. 하지만 그만큼 인물에 대한 틀이 지어지기 때문에 고스란히 감정만으로 연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병헌이 연기한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은 실존 인물인 김재규와 무척 닮아 있다. 목소리나 말투는 다르겠지만 특히 헤어스타일과 안경,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는 습관은 싱크로율이 높다. “법정 영상에서 머리카락을 예민하게 쓸어 올리는 모습을 봤다. 옆으로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좋은 참고가 되는 것 같았다. 영화에서 예민하거나 곤두선 모습은 그런 것을 표현할 때 머리를 쓸어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김규평을 연기하면서 가장 중심에 뒀던 것은 박통 살해의 이유를 모호하게 하는 것이었다. 영화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왜 김규평(김재규)이 박통을 살해했는지가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권력에서 밀린 것 때문인지, 다혈질적인 성격 때문인지, 아니면 유신 체제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를 열기 위함이었는지 나타나지 않는다. “영화에서는 부마항쟁은 헬기를 타고 가면서 보여주고, 로비스트 데보라 심의 목소리가 들린다. 결국 복합적이다.”

■배우들이 인정한 ‘완벽한 배우’

하정우는 이병헌 연기를 보고 “마치 연기 기계 같았다”고 말했다. ‘연기 기계’라는 말이 소모적이거나 부정적인 의미로 들릴 수도 있지만 어떤 상황에서 촬영해도 같은 연기의 호흡을 유지하고, 장면에 알맞은 감정의 양을 조절하는 이병헌의 연기를 칭찬하는 말이다. ‘남산의 부장들’에서 함께 출연한 곽도원도 “만약 배우로서 완벽한 존재가 있다면 이병헌이 아닐까 싶다. 감성의 내면을 감싸고 있는 아주 완벽한 형태의 배우였다”고 극찬했는데 하정우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렇다면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그만의 특별한 노하우가 있을까. 그는 “배우는 늘 감정이 말랑말랑한 상태가 돼 있어야 한다. 시나리오가 요구하는 사소하고 미묘한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느끼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특히 클로즈업일 때 이병헌의 얼굴을 보면 근육의 미묘한 떨림까지 연기한다. 그래서 얼굴 근육을 연기하는 배우라는 말도 듣는다. “솔직히 나도 나중에 모니터를 보면서 얼굴 근육이 떨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표정을 어떻게 했을 때 어떤 감정이 전달되겠다는 것을 알면서 얼굴 근육을 움직인다면 그건 컴퓨터다. 클로즈업과 표정으로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해야 할 때는 그 상황 속의 감정을 온전히 가지려고 노력한다. 스크린의 크기가 비현실적으로 크기 때문에 관객분들이 클로즈업일 때 더 많은 감정을 캐치하시는 것 같다.”

그는 올해 연기 인생 30주년을 맞았다. “숫자를 의식하지 않는데 이렇게 옆에서 구체적인 수치를 이야기하면 생각하게 된다. 돌아보면 그 긴 시간을 계속 서포트해주고 응원해주는 팬들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한 작품을 마치면 내가 어떻게 나이가 들어갈까 궁금하긴 하다. 제일 중요한 것은 나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나를 보고 싶은 분이 있을 때까지, 기대감을 갖는 사람이 있을 때까지 연기하겠다.” 벌써 두 작품으로 우리와 만난 그는 앞으로 송강호와의 설레는 만남이 이뤄진 한재림 감독의 영화 ‘비상선언’, 노희경 작가의 신작으로 한지민과 호흡을 맞추는 드라마 ‘히어’(가제)로 찾아온다. latehop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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