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복도로 등 친숙한 부산 배경
- ‘내밀한 관계’ 외 단편 7편 실려
부산에서 활동하는 박영해(사진) 작가가 세 번째 소설집 ‘종이꽃 한 송이’(문예바다)를 냈다. 소설집 ‘우리가 그리는 벽화’(2012) 이후 7년 만에 나온 작품집으로 표제작을 비롯해 ‘내밀한 관계’ ‘라이브 라이브러리’ ‘커다란 만찬’ ‘플라스틱 아일랜드’ 등 7편의 단편이 실렸다.
고독사와 청년 실업, 환경문제 등을 예민한 촉수로 짚어내며 인간관계의 단절과 극복, 소통에 대해 사유한다. 문학평론가 이태동은 “작가가 살면서 경험한 사회는 개개의 구성원들이 함께하며 발전하는 유기적 공동체가 아니라, 분열과 갈등 그리고 소외를 가져오는 억압적인 집단이었다. 그 결과 그의 작가적인 비전은 치열한 갈관계로 찢어진 작금의 사회현상을 문학의 힘으로 봉합해서 치유하려는 처절한 절규로 시작됐다”고 풀이했다.
부산 시민에게는 좌천동 증산공원, 산복도로, 해수욕장과 같은 친숙한 공간을 만나는 기쁨도 있다.
표제작 ‘종이꽃 한 송이’는 경찰관인 화자가 ‘308호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과거 경찰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머물렀던 고시원을 찾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308호가 남겨놓은 물품들을 치우다가 그의 과거를 알게 되고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린다. 작품에 등장하는 두 아버지는 모두 열심히 일하며 살아온 착한 인물들이었지만,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부조리한 사회적 힘에 의한 희생자들로 그려져 있다.
‘내밀한 관계’와 ‘라이브 라이브러리’는 경제적 어려움 또는 잘못된 사회적 관습이 빚어낸 갈등과 편견으로 인해 소외된 삶을 살아야만 했던 주인공이 등장한다. 이들은 파란만장한 삶을 살면서 소외와 단절의 아픔을 겪었지만,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소통의 문을 여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유사한 주제와 전방식을 갖고 있다.
‘커다란 만찬’은 찢어질 것 같은 가난 때문에 소외된 삶을 살았던 작가의 아픔과 전쟁, 산업화로 황폐한 지역의 역사를 사실적으로 그린다. 화자가 증산이라는 장소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과거에 대해 내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가 살았던 장소와 그의 삶이 보이지 않게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아름다움, 그 너머에’는 앞에서 논의한 단절과 소통 문제에 관한 주제를 ‘가곡수업’에 참가하는 여고 동창생들의 대화를 통해 압축적으로 형상화한다.
박 작가는 부산교대, 동의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1996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해 등단했다. 제9회 들소리 문학상, 제13회 부산소설문학상을 받았다.
박 작가는 “이번 소설집은 저를 둘러싸고 영향을 미친 스승과 친구, 옛 연인, 살았던 장소 등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저와 그들과 독자들 사이에 튼실하고 의미 있는 관계의 그물망을 이루어 삶과 사랑의 지평을 넓히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