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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이상헌의 부산 춤 이야기 <33> 21세기형 민속춤을 기다리며

무대화된 민속춤, 탁 트인 마당에서 못 볼까 두렵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2-10 19:08:51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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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형문화재 보유자 선정 잡음
- 공동체와 유대·동질감 제거되고
- 춤이 권위·자본의 도구가 된 탓
- 도심서 민속춤 만날 기회 늘길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 민속춤을 ‘세시풍속과 농경 생활을 통해 자연적으로 발생하여 민간에 전승되는 춤’이라 설명한다. 민속춤에는 무(巫) 굿의 무당춤과 승려들이 추는 작법(作法) 춤 같은 종교적 성격의 춤과 민중의 춤이 있다. 부산에서 전승된 민속춤 중에 동래, 수영야류의 탈춤은 민중의 집단적 춤이고, 학춤, 한량무 등은 개인 춤에 속한다.
   
민속춤이 무대로 오르면서 춤과 삶의 동질성이 사라졌다. 사진은 무대화한 ‘봉산탈춤 뭇동춤’. 이장수 사진가 제공
민중의 삶 속에서 긴 시간 이어진 민속춤은 이제 대부분 무대화됐다. 급격한 도시화, 산업화로 대부분 익혔던 민속춤은 1970년대 무형문화재 발굴로 알려지면서 재조명된다. 1980년대부터 대학 무용이 무용계를 주도하고, 전통예술 동아리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민속춤은 무용과와 동아리를 통해 급속하게 외연을 확장했다. 대학 무용은 민속춤의 무대화를 급속하게 진행했는데, 무대에 오르는 것을 마치 민속춤이 대우받고 발전하는 것이라 착각이 들게 했다. 그렇게 민속춤은 무대화의 길에 들어섰고, 마당이 사라진 자리를 액자형 무대가 대신했다.

과거 민속춤은 민중의 일상과 분리되지 않았고, 일·놀이·예술이 어우러진 상황에서 자연스레 나타나고 연행됐다. 민속춤이 무대로 오르면서 춤과 삶의 동질성이 사라졌다. 관객과 연희자는 이른바 ‘제4의 벽’에 의해 철저하게 분리됐고, 직접 소통은 불가능해졌다. 여러 춤이 어우러진 마당의 춤도 하나씩 무대에 오르면서 춤끼리의 연대감도 무의미해졌다. 예전 공동체는 이미 와해했고 공동체 개념과 결합 방식도 달라진 지금에 과거를 말하는 것이 부질없어 보이겠지만, 어느 시대, 어떤 춤이든 공동체와 유대가 있어야 한다. 공동체의 영향 없이 탄생하는 춤은 없으며, 춤에는 당연히 사회와 동질성이 있어야 한다. 춤에서 사회적 동질성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은 불순한 의도가 원래 있던 동질성을 끊어냈기 때문이다.

동질성을 제거당한 춤은 도구화하기 쉽고, 도구화한 춤은 권위와 자본의 손쉬운 먹잇감이 된다. 무형문화재 보유자 선정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민속춤이 사회 속으로 확산하기보다 자기로의 회귀에 몰두하는 것은 사회적 동질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파편화해 권위와 자본의 도구가 됐다는 뜻이다.

정월대보름이 지났다. 예로부터 설보다 더 큰 의미를 둔 정월대보름에는 공동체를 위한 의례와 놀이가 펼쳐진다. 대보름 대표적 놀이로 부산의 여러 바닷가에서 달집태우기가 열린다. 그중 광안리에서 열리는 ‘수영 전통 달집 놀이’는 중요무형문화재인 ‘수영야류’와 ‘좌수영어방놀이’ 공연이 함께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아쉽게도 전통 연희를 보고 민속놀이를 즐길 수 있는 달집태우기 행사가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예방 차원에서 취소됐다. 민속춤을 만날 기회 하나가 그마저 이런저런 이유로 줄어든다면 마당에서 펼치는 민속춤을 못 보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든다.

   
사정이 이렇다면 사회적 동질성이 짙고 건강한 21세기형 민속춤과 마당을 꿈 꿀만 하다. 기초예술 외부에 있던 춤과 새롭게 해석한 전통춤, 여전히 민속춤의 본질을 지키려는 이들의 노력 등이 결합한 춤이 도심 구석구석에서 펼쳐진다면 어떨까? 전염병 확산으로 공연계의 시름이 깊어지니 하릴없이 생각도 깊어진다.

춤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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