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이 올해 아카데미에서 최다인 4관왕을 수상하는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기생충’이 후보에 오른 6개 부문이 발표될 때마다 기쁨과 환호, 놀람, 감동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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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 후 트로피들을 움켜 쥔 채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
드라마는 다이안 키튼과 키아누 리브스가 무대에 오르면서 시작했다. 각본상은 ‘기생충’의 수상이 유력시 됐지만 한국 영화 최초 수상이라는 의미 때문에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었다. ‘패러사이트(기생충)’가 호명됐을 때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는 자리에 벌떡 일어나 끌어안으며 환호했다. ‘기생충’을 공동집필한 봉 감독과 한진원 작가는 무대에 올라 기쁨의 순간을 맞았다. 한 작가는 “미국에 할리우드가 있듯 한국에는 충무로가 있다. 저의 심장인 충무로의 모든 필름메이커, 스토리텔러들과 이 상을 나누고 싶다”며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후 할리우드 배우 페넬로페 크루즈가 시상자로 나선 국제장편영화상 부문에서 호명되자 봉 감독을 비롯해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등 이른바 ‘기생충’의 ‘완전체’가 서로 얼싸안았다. 봉 감독은 수상 소감 중 ‘기생충’ 배우들을 지목해 박수를 유도했고, “오늘 밤부터 내일 아침까지 술을 마실 준비가 됐다”는 재치 있는 말로 수상 소감을 마쳤다.
각본상과 국제장편영화상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수상이었다면 감독상은 환호와 놀람이 동시에 일어났다. 올해 아카데미 심사위원장인 스파이크 리 감독이 감독상 수상자로 봉 감독을 부르자 그는 기립박수 속에 얼떨떨한 모습으로 무대에 올랐다. 봉 감독은 “오스카에서 허락한다면 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잘라서 (다른 후보 감독들과 함께) 5등분 해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며 고어 영화의 고전 ‘텍사스 전기톱 학살’을 떠올리게 만드는 수상 소감을 전했다.
작품상 수상도 감동적이었다. 원로 배우 제인 폰다가 ‘패러사이트’라고 하자 봉 감독과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와 CJ그룹 이미경 부회장, 배우와 스태프들이 모두 무대에 올랐다. 이미경 부회장은 “나는 봉 감독의 모든 것을 좋아한다. 그의 미소, 머리 스타일, 그가 말하고 걷는 방식, 특히 그가 연출하는 방식을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그의 유머 감각이다”고 말했다. 한편 ‘기생충’은 지난해 5월 개봉 이래 국내외에서 180개에 달하는 상을 받았다.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