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인 남성·지역축제 오명 씻고
- 아카데미의 다양성 노력 반영 돼
- 한국 대표 영화 시상식인 대종상
- 공정성 논란·밥그릇 싸움 떠올라
- 기득권 놓고 체질 개선 보여줘야
‘백인 남성 중심의 보수적 영화제’라는 비판을 받던 아카데미 시상식이 변화하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비영어권 영화인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개 주요 부문을 휩쓸며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하 아카데미)은 변화의 시대를 맞은 아카데미를 상징하는 대단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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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현지시간) 개최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기생충’이 작품상을 비롯한 4관왕을 수상하며 ‘백인 남성 중심의 영화제’라는 오명을 벗었다. 사진은 ‘기생충’을 제작한 두 주인공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왼쪽) 대표와 봉준호 감독. ⓒA.M.P.A.S.제공 |
뉴욕타임스의 영화평론가 카일 뷰캐넌은 “아카데미가 백인 일색의 편협한 시상식이라는 오명을 벗어나게 됐다”고 평했다.
1929년 할리우드의 한 호텔에서 250여 명이 모여 조촐하게 시작된 아카데미는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제작자와 감독, 배우, 스태프 등 영화인들로 구성된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주최하는 미국 최대 영화상으로, 회원 8400여 명의 투표로 수상작(자)가 결정된다. LA 타임스가 2016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카데미 회원 중 백인이 91%, 흑인은 3%, 아시아인과 히스패닉은 각각 2%였다. 남성 회원은 76%였다. 아카데미가 최근까지 ‘할리우드 영화를 위한 백인 남성들의 잔치’라는 평을 받아온 이유다.
편향된 인종별·성별 회원 비율은 2015, 2016년 2년 연속으로 남녀 주조연상 부문 20명이 전부 백인 배우들로 채워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흑인 영화인들은 아카데미 보이콧을 선언했다. 또한 2017년 할리우드 유명 영화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 사건으로 촉발된 미투 운동은 남성 중심적인 아카데미를 흔들었다. 이에 아카데미는 회원 가운데 여성과 소수계 비율을 2020년까지 배 이상 늘리고, 회원 투표권도 10년으로 제한하는 개혁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할리우드 영화 중심인 지역 축제’라는 비아냥거림에서 벗어나고자 외국어 영화상을 국제장편영화상으로 바꿨다.
국제장편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이 “카테고리 이름이 포린 랭귀지(Foreign Language)에서 인터내셔널(International)로 바뀐 첫 번째 상을 받게 돼 의미가 깊다. 그 이름이 상징하는 바가 있는데 오스카가 추구하는 방향에 지지와 박수를 보낸다”, 작품상을 수상한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가 “지금 이 순간이 굉장히 의미 있고 상징적인, 그리고 시의적절한 역사가 쓰인 기분이 든다”는 수상 소감을 전한 이유가 다 있었다.
변화의 바람에 저항하지 않고 이를 받아들여 서서히 체질 개선을 한 아카데미의 선택은 옳았다. 그래서 전 세계 매체 및 영화팬들은 ‘기생충’의 4관왕 수상에 대해 진심으로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아카데미 회원들이 결정한 이번 결과에 지지와 응원을 보내는 것이다.
한편 올해 아카데미를 지켜본 국내 영화인들은 올해로 56회를 맞는 대종상 영화제(이하 대종상)와 비교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시상식으로 인정받아온 대종상은 1990년 중반 일부 원로 영화인들의 보수적 시각과 편향성을 드러내면서 공정성 논란이 일더니 2000년대 이후에는 대종상을 주최하는 일부 원로 영화인들의 내부 밥그릇 싸움까지 겹치면서 현장 영화인들의 외면을 받았다. 급기야 2018년 대종상은 19개 시상 부문 중 남녀 주연상을 비롯한 주요 11개 부문이 대리 수상하며 ‘별들의 잔치’라는 수식어를 부끄럽게 했다.
시대의 변화와 주변의 비판을 받아들인 아카데미와 기득권을 놓지 못하고 여전히 수구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대종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2월 개최가 연기된 대종상이 향후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