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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도의 '논어와 음악'-세상을 밝히는 따뜻한 울림 <4> 제3곡-일이관지

대통령과 야당 사이 으르렁 정치판, 역지사지로 풀었으면 …

논설위원이 여는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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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임 1000일 맞은 문 대통령
- 셀프 축하에 날 세운 한국당
- 둘 다 마뜩잖기는 마찬가지

- 하나의 이치로 모든걸 꿰뚫어
- 본인이 설 자리에 남 세울때
- 고난 이겨내고 좋은 날이 올 것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취임 1000일을 맞은 감회를 SNS에 올렸습니다. ‘쑥과 마늘의 1000일이었을까요? 돌아보면 그저 일, 일, 일, 또 일이었습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이어 ‘지금은 신종 코로나라는 제일 큰 일이 앞에 놓여있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중국 공부(孔府)의 충서당. 국제신문DB
곰이 쑥과 마늘만 먹으며 100일을 버텨 웅녀로 변했다는 단군신화를 떠올리면 그 10배인 1000일은 만만한 시간이 아닙니다. 하지만 1000일이라고 청와대 참모들과 축하와 덕담을 나눴다니 소소한 여유일까, 한가하다고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오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야당에서 이를 두고 견제구를 던졌습니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낯간지러운 자기 칭찬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둘 다 마뜩잖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담대하게 남은 길을 가겠다’ ‘지켜보겠다’하는 것이 정상적인 역학 관계 아닐까요.

   
일생 동안 연필을 고집한 고 원석연(1922~2003) 화백은 너른 품으로 지난한 삶 속의 진솔한 순간을 포착해 화폭에 옮겼다. 마늘, 27.5×47㎝, 1967년. 아트사이드갤러리 제공
‘간즉길’(艱則吉)!

국정 수행의 하루하루가 어렵지 않은 경우가 있겠습니까.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일이겠지요. 그 일을 수고롭게 여기지 말고 슬기롭게 이겨나가는 게 바로 대통령의 길이자 모든 인간의 길입니다. 이게 공자의 말입니다. 제자가 묻습니다. “스승님 인생을 한마디로 말해주십시오.” “고난이다! 그런데 명심하라. 고난을 이겨내야 길함이 있다.” 그리고 공자는 몸소 이를 보여줍니다. ‘아침에 도를 깨친다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朝聞道 夕死可矣·조문도 석사가의)며 평생 도(道)를 좇고, 그 도를 실현하고자 70여 나라를 주유했습니다.

‘위편삼절’(韋編三絶) 아시죠. 공자께서 ‘주역’을 어찌나 깊이 공부하셨는지 이를 엮은 가죽 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다는 고사성어입니다. 공자 시대 책은 대나무를 잘라 가죽 끈으로 엮어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공자는 ‘주역’을 완성했지요. ‘간즉길’은 ‘주역’의 64괘 중 34번째 괘인 뇌천대장(雷天大壯)에 나옵니다. ‘간즉길’은 ‘일이관지’(一以貫之)가 그만큼 어렵지만 추구해야 할 길임을 확인합니다.

   
팻 메스니와 찰리 헤이든의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 러브 테마’(QR코드나 인터넷 주소 https://youtu.be/qEwXcgwzIYE)를 들으며 ‘일이관지’의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충과 서, 주자학의 핵심과 연결

‘일이관지’는 ‘논어’(論語) 두 곳에 나옵니다. 4편(이인) 15장을 보겠습니다. 공자께서 제자인 증삼(曾參·증자)에게 말합니다. “나의 도는 하나로써 꿰어서 통달했느니라.”(吾道一以貫之·오도일이관지). 증자는 “알겠습니다”하고 대답했으나 이 말을 들은 다른 제자들은 속뜻을 알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공자께서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제자들이 증자에게 무슨 뜻인지 묻습니다. 증자는 “스승님의 도는 충(忠)과 서(恕)일 뿐”이라고 풀어줍니다.

주자(朱子)는 이를 두고, 자신을 다하는 것(盡己·진기)을 ‘충’, 역지사지(易地思之)처럼 자신을 미루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것(推己·추기)을 ‘서’라고 해석했습니다. 충과 서는 주자학의 핵심인 경(敬)으로 이어집니다. 오로지 마음에 경을 두고 집중하여 흐트러짐이 없게 한다는 ‘주일무적’(主一無適)입니다.

주자학은 나의 본성이 곧 우주의 이치라 하여 성리학(性理學)이라 부르지요. 조선 성리학은 퇴계 이황 선생이 ‘성학십도’에서 정점을 찍고, 율곡 이이 선생이 ‘성학집요’에서 완성했다고 합니다.

또 하나는 15편(위령공) 2장에 나옵니다. 공자께서 제자인 자공(子貢)에게 “너는 내가 많이 배우고 그것을 기억하는 이라고 여기느냐”고 물으시고, 다시 한 번 ‘일이관지’를 강조하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일이관지’에 담으려 했던 공자의 깊은 뜻은 무엇일까요.

공자 가르침의 핵심이 인(仁)이라는 점은 이미 언급했습니다. 공자 스스로 이를 깨치고자 ‘15세에 학문에 뜻을 두고, 30세에 학문을 세웠으며, 40세에 미혹됨이 없었고, 50세에 천명을 알았으며, 60세에 귀가 순해졌고, 70세에 마음이 원하는 바를 따라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었다’고 할 정도로 일관되게 학문에 정진했습니다. 그리고 공자는 이를 실천하고자 14년 동안 천하를 돌아다녔지요. 아는 만큼 실천하자는 것입니다.

■자기가 싫은 일은 남도 싫다

공자는 한결같이 학문과 실천을 수레바퀴처럼 함께하려 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습니다. 조국인 노나라에서 법무부장관 격의 벼슬인 대사구로서, 군주를 능멸하는 족벌세력인 삼환(三桓) 씨를 척결하려다 실패했습니다. “도가 행해지지 않는구나. 뗏목을 타고 바다로 나간다면 나를 따라갈 사람은 아마 자로이리라”는 공자의 육성은 백성에 대한 연민, 새로운 정치의 갈망 그 자체 아닐까요.

   
아르헨티나의 국민가수 멜세데스 소사가 부르는 ‘모든 것은 변한다’(Todo Cambia·QR코드 또는 인터넷 주소 https://youtu.be/98XkPHcmCv0)는 노래가 그런 공자의 심정을 나타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든 것이 변하는 것처럼 내가 변한다 해도 이상할 것은 없지요. 그러나 내 사랑은 변하지 않아요’하는 가사처럼.

그렇지만 공자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간즉길’을 믿고 ‘일이관지’했지요.

‘지초와 난초가 깊은 숲속에 나서/알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해서/그 향기를 내뿜지 않는 것은 아니듯이/군자도 도를 닦고 덕을 세우다가/곤궁에 빠졌다 해서 절의를 바꾸지는 않는 법이다/인을 행하는 것은 사람이고, 죽고 사는 것은 운명이다’.(‘공자가어’ 20 재액) 이것이 그 증거입니다.

   
공자가 이 과정에서 내세운 두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하나는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도 하게 해서는 안 된다이며 다른 하나는 기욕입이입인 기욕달이달인(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 자기가 서고자 하는 것에 남을 세워주고 자기가 이루고자 하는 것을 남이 이루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전자가 소극적 관점이라면 후자는 적극적 관점입니다. 우리 정치가, 사회가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핑크 마티니의 ‘초원의 빛’(Splendor in the Grass·QR 코드나 인터넷 주소 https://youtu.be/IcOGbIBpH-I)을 들으며 ‘일이관지’를 다시 한번 음미해봅시다.



   
오는 27일에는 ‘지어도’로 찾아오겠습니다.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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