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비 모아서 만든 첫 무크지
- ‘부산사랑, 포토시집’ 출간
- 170여 편 시와 사진 작품으로
- 지역 문화·관광지 홍보 역할도
‘가물거리는 수평선 위에 / 대마도가 힐끔거리며 자맥질하고 있다 / 해안 절벽 이기대는 파도를 업고 춤추니 / 부딪치며 내뿜는 흰 포말은 / 옛이야기를 간질인다 // 수문장 오륙도는 두 팔 걷고 일어서 / 현해탄 거센 파도 달래기에 바쁘고 / 외장 끌어안고 물속으로 뛰어든 / 두 여인의 충절이 마음속에 시려온다’(김달현의 ‘이기대 사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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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문인협회 시분과 회원들이 ‘부산사랑 포토시집’ 출간을 위한 편집회의를 하고 있다. 부산문인협회 시분과 제공 |
감수성의 촉수로 삶에서 시적 순간을 포착해 이를 언어로 형상화하는 시인들이 바라본 부산의 모습은 어떨까. 부산문인협회 시분과는 부산의 문화·역사·관광 유적지를 주제로 우리말의 감각과 부산의 고유한 정서를 여실하게 담아낸 무크지 ‘부산사랑, 포토시집(사진)’을 발간했다.
책에는 16개 구·군의 대표적인 문화와 관광지를 주제로 한 170여 편의 시와 관련 사진이 실렸다. 기존 시집과 달리 장소가 간직하고 있는 고유한 분위기와 풍광을 잘 담아낸 사진을 겸한 포토 시집으로 가독성을 높였다. 작품집에는 ‘오륜대’ ‘을숙도’ ‘범어사에서’ 등 부산의 명소를 주제로 한 시도 있지만 ‘동래학춤’ ‘부산 고등어축제’ ‘광안리 불꽃축제에 가면’ 등 지역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노래한 작품도 눈길을 끈다.
‘범어梵魚가 놀았다는 전설을 찾아 / 물처럼 바람처럼 길을 나섰네 / 바람결에 묻어나는 풍경소리 은은한 / 산문에 들어서니 / 몇 백 년 된 은행나무 소나무 / 행자처럼 읍소하며 나를 반기네’(안행덕의 ‘범어사에서’ 중)
‘천년을 살아온 고고한 멋 / 긴 다리 꼬고 앉아 구애의 몸짓한다 / 짝짓기 울음소리 들릴 듯 말듯 / 강물처럼 흘러가는 삶의 행간마다 / 덧배기 가락이 요동친다 // 꽹과리 두드리는 소리에 올린 오른발 / 내려찍듯 앞으로 뛰고 / 왼발 길게 뻗어 크게 배긴다 / 기품 있고 우아한 날음사위 / 하얀 도포자락 휘날린다’(고승호의 ‘동래학춤’ 중)
‘부산사랑, 포토시집’은 부산을 알리는 데 뜻을 모은 시인 170여 명이 사비를 들여 발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사진은 각 구청 문화관광과와 콘테스트 입상작, 사진작가들의 도움을 받았다. 박혜숙 부산문인협회 시분과위원장의 발간사, 최영구 부산문인협회 회장의 격려사, 김석규 원로시인의 권두시 ‘부산찬가’도 수록했다. 편집을 맡은 문영길 시인은 “부산의 다양한 표정을 담아낸 시의 내용에 부합하는 사진을 선정하는 작업이 어려웠다. 이번 무크지가 부산시민의 느낌을 아우르는 표본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책은 서울 중앙도서관, 전국 대학도서관과 부산의 각 도서관에 배부할 예정이다.
박혜숙 부산문인협회 시분과위원장은 “그동안 협회 차원에서 부산시와 메세나 후원을 받아 포토 시집을 발간한 적은 있지만, 회원들이 손수 자비를 모아 무크지를 낸 것은 처음이다. ‘언어의 꽃’인 시를 통해 부산 관광인프라를 알리는 데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에 회원들이 큰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시인의 애정 어린 시선으로 포착한 장면 장면과 사진을 곁들여가며 책을 읽으면 부산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을 것이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