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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백의 아츠버스(ArtsBus)…유라시아를 달리다 <2> 블라디보스토크 우수리스크 ‘발해를 꿈꾸며’

‘고조선 발원지’ 바이칼호에서 펼친 국악 퍼포먼스의 감동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2-16 19:35:50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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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항에서 출발한 배가
- 낡은 캠핑카 버스와 우리를
- 블라디보스토크에 내려줬다
- 드디어 시작이구나, 실감났다

- 고려인 강제이주 집결장소였던
- 혁명광장에서 첫 공연을 했다
-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 많이 사는 우수리스크에서
- ‘아리랑’의 자취를 더듬으며
- 대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동해항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배를 타고 앞으로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하며 지난해 10월 배를 탔다.
바이칼호를 배경으로 펼친 이광혁, 최형석의 사운드 퍼포먼스.
부산에서 일본 후쿠오카를 가는 것만큼 동해에서 블라디보스토크는 가까웠다. 전체 일정을 짜기 위해 지도를 보면서 든 생각인데 러시아와 중국, 몽골 등 이렇게 땅이 큰 나라가 대한민국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데 어떻게 독립국으로서 긴 역사를 가지고 문화를 지켜왔는지 대단하다 싶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K팝, K뷰티 등에 이어 K 무비까지 ‘한류’라는 문화를 세계인들이 즐기고 열광하는 상황까지 만들었으니 말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기획서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100여 년 전 김구 선생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어쩌면 김구 선생의 꿈과 희망은 100년이 지난 지금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는지 모른다.

10월 6일 오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수출입통관을 통해 입항한 아츠버스(ARTsBUS)를 세관통과 절차 때문에 하루 더 기다렸다가 러시아 현지 자동차 보험을 들고 난 후에 찾을 수 있었다. 차가 보세차고지에서 나오는 순간을 잊을 수가 없었다. 야~~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혁명광장에서 펼친 성백의 퍼포먼스 ‘메신저-광야에서… 1’.
8일 오전 나는 블라디보스토크 혁명광장에서 첫 퍼포먼스를 하고 우수리스크 고려인문화원으로 출발했다. 이곳 혁명광장은 스탈린이 1937년 고려인들을 강제 이주시킬 때 집결시킨 장소라고 한다. 당시 영문도 모른 채 추위와 두려움에 떨며 모였을 우리 선조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메신저-광야에서… 1’이라는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우리의 유라시아 횡단은 시작됐다.

드넓은 광장 한 쪽에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 떼의 여유로운 모습과 러시아인들의 일상의 모습만 있을 뿐 그 어디에도 당시의 우리 선조들이 느꼈을 공포, 두려움, 서러움은 보이지 않았다. ARTsBUS팀원들만이 유라시아 횡단에 앞서 약간의 긴장과 두려움으로 혁명광장에서 잠시나마 우두커니 서서 짧은 묵념으로 선조들의 망향과 나라 잃은 국민의 서러움을 위로했다.

무거운 마음 한편으로 유라시아 횡단의 흥분과 설래임… 나는 알 수 없는 눈물을 애써 감추기 위해 선글라스를 썼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우수리스크로 가는 길 위에서 저무는 태양의 붉은 빛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ARTsBUS는 달렸다. 그렇게 도착한 우수리스크에는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의 고택과 고려인문화원이 있다. 우리나라의 독립운동 역사의 중요한 곳이며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기도 하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우수리스크로 가는 길.
부끄럽게도 여기에 와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최재형 선생은 함경도의 노비 출신으로 연해주로 이주, 군수업을 통해 모은 막대한 재산을 독립운동에 쏟아부었다. 당시 연해주의 한국 의병들에게 소총 등의 무기들을 지급하고 러시아 내의 항일 의병 세력을 모아 무장단체 ‘동의회’를 결성해 독립투쟁을 펼쳤다. 그러던 중 일본군에게 1920년 4월 5일 체포되어 63세로 총살됐다고 한다. 러시아에서 그를 기념하기 위해 고택을 리모델링 해 기념관으로 만들어 당시 조선인들의 독립운동을 기념하고 있다니 놀라웠다.

나는 최재형 선생이 죽음 앞에서도 당당했을 마지막 모습을 생각하며 기념 동상 앞에서 ‘메신저-광야에서… 2’ 퍼포먼스를 했다. 음악팀은 10분 거리의 고려인문화원 야외 공연장에서 퓨젼 국악 공연을 하였다.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현지 고려인들의 작은 관심과 임시정부 수립100주년 등으로 인해 이곳을 찾은 한국 관광객들의 관심 등으로 우리 공연은 순조롭게 끝을 맺을 수 있었다.

‘고려인문화원’에서는 연해주에서 러시아 전역으로 강제 이주되어 시베리아의 척박한 대지를 개척한 한인들의 역사를 볼 수 있었다. 특히 먼 곳으로 이주되어도 잊지 않고 불린 ‘아리랑’의 녹취 기록물들은 우리 대원들의 눈시울을 붉히기에 충분했다.

100여 년 전 우리의 선조들은 그보다 더 옛날 이곳을 지배했던 발해를 꿈꾸지 않았을까? 여기 우수리스크는 발해의 발원지로, 옛 성터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는 시베리아에서 첫 차박을 발해 성터 근처에서 했다. 10월 날씨치고는 쌀쌀했지만 낮 기온이 영하는 아니어서 무난히 차박이 가능할 거로 생각했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준비해온 라면과 식자재들로 시베리아 초원 위에서 호기롭게 음식을 해먹을 때만 해도 좋았다. 시베리아 벌판에서 먹는 음식은 진짜 맛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완벽하고 완전한 오해였고, 실수였다. 일행 모두 새벽에 너무 추워서 잠을 깼다. 실내 유리창은 외부와 온도 차이로 생긴 습기로 하얗게 서리 얼음이 생겼고 온도를 확인해 보니 영하 11도로 급하강한 상태였다. 하루 전 낮 기온이 영상 10도 안팎이었는데, 하룻밤 사이에 기온 차가 20도 이상 났다. 그날 이후로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었다.

남자 대원들은 추위를 이기기 위해 서로 살을 부대끼며 잠을 자 더욱더 친해졌고 우리 일행은 그날 얻은 감기와 함께 그렇게 서서히 시베리아의 추위와 광활한 벌판에 익숙해지며 시베리아 일정 동안 친한 친구가 되었다.

ARTsBUS는 시베리아의 영하 11도 추운 날씨와 저무는 태양을 벗 삼아 발해 성터를 지나 동아시아 샤머니즘의 성지 바이칼 호수가 있는 이르쿠츠크로 향했다. 지평선 저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초원 위 시베리아의 고속도로는 한순간도 지루할 틈 없이 다양한 모습을 시시각각 연출하였다. 시베리아의 자연이 주는 감동과 함께 우리는 고려인문화원에서 보고 들었던 아리랑의 선율이 귓가에 맴돌았다. 한민족에게 아리랑은 어떤 의미일까? 아리랑은 또 어떤 뜻일까? 많은 궁금증과 감동을 가슴에 품고 우리는 바이칼호수를 향해 달리고 또 달렸다.

타르타르 어로 ‘풍요로운 호수’라는 뜻을 가진 ‘바이칼 호수’는 ‘시베리아의 진주’ ‘시베리아의 푸른 눈’ ‘성스러운 바다’ 등 수많은 애칭으로 불린다. 호수는 러시아 남동쪽에 위치한 도시 이르쿠츠크와 부랴트 자치공화국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수심 1742m, 면적은 3만1500㎢로 세계에서 가장 깊고 큰 담수호이며, 우리에게는 고조선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지금도 그곳에 사는 부랴트족은 우리와 생김새가 닮았고 전통 풍습, 언어들이 흡사하다.

바이칼호에서도 알혼섬이 가장 유명한데 우리는 그곳에서 퍼포먼스 공연을 펼쳤다. 초겨울의 여행 비수기여서 관광객은 없었으나 이광혁, 최형석의 국악을 바탕으로 한 샤머니즘적인 사운드 퍼포먼스는 현지 가이드나 몇 안 되는 러시아인들에게 색다른 감동을 선사했을 것이다.

바이칼 호수의 물을 받아 밥과 한국적인 음식들로 만찬을 즐겼다. 아직도 그날 밤하늘의 빛나던 별들과 달빛을 받아내던 바이칼호의 아름다운 밤을 잊을 수가 없다. 시각예술가·문화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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